울창한 나무를 보면 참 멋있어 보여서... 왠지 그 옆에서 사진을 찍고 싶은 생각이 든다.
길 한가운데 양 옆으로 세워져 있는 나무들을 보면 왠지 마음이 후련하다.
다들 내 마음과 동일한지 나무 곁에서 옹기종기 모여 수다를 떨곤 한다. 이용료 없이 그냥 내어준 울창한 나무들은 그 품위가 참 대단하게 느껴지곤 한다.
새로운 집으로 이사한 후 봄부터 텃밭 가꾸기에 신경을 많이 썼다. 능숙하지 못하고 어설픈 솜씨로 땅을 일구며, 옹기종기 식물들을 땅에 심는다. 언젠가는 자라겠지라는 생각에 아들들에게도 잘 전해주지 못했던 정성을 이놈들에게 쏟고 있다.
아침저녁 이놈들의 형편을 살펴보면서 목마른 것 같아 물을 듬뿍 주고, 축 내려앉는 것 같으면 기둥에 그들을 묶어 다시 살아있게 만들곤 했다. 따스한 햇빛보다 강렬한 태양 빛에 혹여나 타 죽지 않을까 싶어 한참 더운 여름날은 아침저녁 이상으로 관찰하고 신경을 더 써준 것 같다.
어느덧 봄이 왔는데 여름이 왔고 가을이 지나 한층 겨울이 온 것 같은 요즘에...
여전히 그들은 여전히 그곳에 심겨 있다. 벌써 그들이 하고자 했던 것들은 다 끝난 바람에, 말년의 한 남자의 모습처럼 약간의 초라함이 있다. 물을 줘도 먹지 않는 것 같고 이제 나 좀 정리해달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하는 것 같다.
진짜 그들을 정리해야 될 때가 된 것 같다.
나의 텃밭을 좀 더 화려하게 만들기 위해서 비싼 돈을 들여 대추나무 몇 그루를 사버렸다. 너무 커서 집 전체를 다 가리면 어떡하냐고 아내의 잔소리가 조금은 있었지만 그래도 울창한 것들을 기대하며 거금을 써버렸다. 그런데 크지 않는 몇 그루의 대추나무는 크기에 비해 비싸게 느낄 정도였다.
뿌리가 깊게 내려야 한다며 땅도 보다 깊게 팠고, 그놈들보다 더 많은 물을 주면서 하루하루 지극정성을 아끼지 않았다. 그런데 좀 더 울창하길 바랬던 나무들은 제법 잘 자라지 않는 것 같다. 옆에 싶은 방울토마토나 오이 등은 따먹기 바쁘게 또 자라나고 자라나는데, 나무들은 자라는 것인지 아니면 죽은 건지 모를 정도로 하나도 바뀌지 않는 것 같아 보였다.
내 나무만 이런 건지, 하필 집 근처에 무럭무럭 자라난 울창한 나무들을 보면 나의 나무들은 초라하기만 한다. 그저 더디게 자라는 나무인 것 같아 내심 속상하기만 하다.
내 텃밭에 자라나고 끝난 식물들의 화려함은 잠시 뿐이었다. 잠깐의 화려함이기는 하지만, 제법 나에게 준 것들이 제법 많아서 그런지 조금은 더 애정이 있었지만 금방 끝나고 말았다. 그 화려함은 어디로 갔는지 그들의 몰골은 참 불쌍하기만 하다. 죽기만 바라는 그들의 초라한 모습은 곧 쓰레기봉투로 가게 될 것이다.
나무가 높게 높게 자라려면 뿌리가 깊게 내려야 한다. 식물들은 약간의 뿌리를 내리고 그에 맞는 열매들을 나에게 줄 수 있지만 영원히 주지 못하며, 화려한 것 같은데 그것도 금방 끝난다. 혹여나 비바람이 매섭게 몰아치게 될 경우에는 화려한 것들조차 허무하게 없어져버린다.
나무는 그래서, 오랫동안 더 살기 위해서라도 지금 더 깊게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며 그래야 버티고 이기며 화려하지 않더라도 오랫동안 우리와 함께 사는 것 같다.
짧은 인생이지만 나 또한 많은 모진 어려움들이 있었다. 누구랑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모진 풍파를 이겨내고 있는 중이다. 왜 나만 힘든 것일까라는 생각에 얼마나 억울했는지 모르겠다. 죽을 것만 같았고 포기도 수 백번, 수 천 번 반복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느 날, 무럭무럭 자란 든든한 나무를 보면서 아마 나의 지금 어려움이 나무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 당장 해결되지 않지만 모진 풍파와 어려움 때문에 힘들고 어렵지만 나무가 되는 과정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지금은 참 초라한 식물이고 죽을 것 같은 모습일지는 몰라도...
모진 어려움과 억울함 그리고 아직 보이지 않았지만 곧 나는 나무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쉼을 주고, 도움을 주며, 내 곁에 와서 사진을 찍는 그날이 꼭 오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당장 해결되기를 바란다. 나 또한 그렇게 되기를 바라지만 꼭 인생이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아직 때가 이르고, 좀 더 채워야 하겠지만 나 또한 울창한 나무가 되어 많은 이들에게 도움을 주는 그런 사람이 될 것임을 믿는다.
그 높은 나무들도 그렇게 자라기 위해서 모진 풍파를 이겨냈고 더욱 많은 시간이 걸렸듯이 나 또한 높은 나무가 되기 위한 과정을 걷고 있음을 나 또한 믿는다.
지금 당장 화려함을 보여주지 않아도 좋다. 지금 당장 무엇인가 만들어내지 않아도 좋다.
시간이 흐르고 흘러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그런 나무가 될 것이기에 오늘도 내일도 버티고 이겨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