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중에 제일 좋아하는 것이 자몽이다. 여름철에는 특히 찾아서 일부러 먹을 정도로 내 입맛을 사로잡은 과일이다. 처음 만나본 자몽은 다른 과일에 비해 비쌌고 평소 먹지 않았던 낯선 과일이었기에 내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과일이었다.
정말 우연히 먹게 된 자몽은 그리 달콤하거나 맛나지는 않았었다. 그저 씁쓸한 맛이 더욱 강해서 그런지 왜 이런 쓴 과일을 비싼 돈을 들여 사 먹어야 하는지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런데 한번 먹고 두 번 먹고 보니 처음과는 다르게 쓴맛보다는, 쓴 맛 뒤에 있는 달달한 맛이 내 입맛을 사로잡았다. 말로 형용할 수는 없겠지만 묘한 맛이 참 특별했고 신기하기만 했다.
카페를 가서 음료를 시킬 때도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자몽주스나 자몽에이드 중심으로 주문하는 경우가 많았었고, 내가 얼마나 자몽을 좋아하는지를 알고 있었는지 주변 이들로부터 자몽주스를 제법 많이 얻어먹었다.
하루하루가 고되고 어려움이 이제야 끝이 나고 말았다. 아니 또 다른, 예상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것만 같아 조금은 불안하고 걱정되는 부분도 있지만 어쨌든 끝나고 말았다. 너무나도 큰 충격과 상처를 받았는지 전과 다르게 후유증이 제법 오래가는 듯하다. 다 내려놓고 잠을 청할 때에도 꿈에서 나오는 그 억울함과 분노가 가득해서 저녁 밤과 새벽 밤이 너무나도 두렵기만 하다.
처음에는 얼떨결에 시작하였다. 이러한 일들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기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전에는 그렇지 못했었어도 나부터는 바뀔 것이라는 모한 기대감과 자신감이 있었기에 얼떨결에 시작하게 되었다.
많은 이들이 걱정하고 염려도 해주셨지만 이놈의 자신감은 그런 걱정과 염려들을 귀담아듣지도 못했다. 그때 그들의 충고들을 잘 듣고 좀 더 신중하게 판단했었으면 좋았을 것을, 이제야 후회하고 원망할 필요는 없겠지만 그때가 아직은 후회스럽기만 하다.
이렇게 비판을 받을 줄, 이렇게 나쁜 사람이 될 줄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한 톨의 변명도 하지 못한 채 그저 악법을 저질러버린 그런 사람으로 낙인 시켜버렸다. 그래서 더 많이 억울하고 속상한 마음 때론 분노의 마음이 가득한 것 같다.
그들은 내가 정말 잘못된 사람으로 생각하고 있겠고 그렇게 결론을 내려버린 그들의 모습이 내 눈앞에 아른거리게 되니, 도통 잠을 이룰 수가 없었고 불가능했다.
어느 누구 말대로 나는 너무나도 온실 가운데 자란 식물 같았다. 잔잔한 어려움 이외는 이렇게 쓰나미 같은 어려움과 고통은 처음인 것 같다. 처음 맛본 이 어려움은 쓴 것도 쓴 것이지만 입으로 뱁지도 못하고 속만 쓰릴뿐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지 않고 더욱 느껴지지 않겠지만 지금의 고통스러운 쓴 맛은 나를 좀 더 나은 사람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믿는다. 너무나도 젊은 나이에 몇 년 동안 인생의 쓴맛을 제대로 느끼고 있지만, 씁쓸하고 뒷맛이지만 제대로 된 인생의 길을 걷기 위한 또 다른 과정임을 나는 믿는다.
먼저 맛보는 것이 더욱 괜찮다. 고난도 없고 어려움 없이 평범하게 살다가 더욱 나이가 들어 갑작스럽게 어려움을 경험하게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그런 상황보다는 지금이 더욱 낮다. 어찌 보면 지금에서야 인생의 쓴맛을 맛보고 있지만 나중에 더욱 나이가 들어서 더 해야 할 일들이 많기에 지금에서야 남들보다 먼저 쓴맛을 보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도 함께 해보기도 한다.
인생을 살다 보면 이러한 고난과 어려움, 인생의 쓴맛이 참 귀하다고 보인다. 어느 이들보다 먼저 맛보게 된 것이 오늘따라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점점 눈덩이처럼 커지기 전에, 완전 견고화 되어 어느 정도의 충격도 끄덕하지 않는 그런 사람이 되기 전에, 남들의 말도 듣지 않고 오로지 똥고집으로 살기 전에 소소하지만 깊은 어려움 등으로 조금씩 변화되는 이 과정이 나에게 있어서 너무나도 감사할 따름이다.
고난과 어려움이 없으면 좋은 것들에만 취해 낮음의 소중함을 느낄 수가 없다.
고난과 어려움으로 바닥까지 내려가 본 사람은 자신의 연약함을 충분히 느껴보면서 좀 더 겸손해진다.
고난과 어려움이 없었다면 나와 동일하게 힘든 이들의 마음과 사정을 보다 깊이 이해할 수 없다.
인생의 쓴맛이 없었다면 그저 내 중심대로 생각하고 행동하면서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지 못할 것이다.
인생의 쓴맛이 없었다면 나의 부족함을 알 수 없게 되며, 발전하거나 더 나은 생각을 할 수 없다.
자몽의 매력처럼 지금의 어려움이 참 많이 씁쓸하겠지만 그 언제인가 내가 변화되고 씁쓸한 맛 가운데 달콤한 맛을 내는 그런 참 매력적인 사람으로 변화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제는 계속 씹고 있는 씁쓸한 자몽을 목으로 넘기면서 또 다른 어려움의 가운데 허락된 선물들을 충분히 느껴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