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소소한 이야기

장마철

by Happyman
장마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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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며칠 전부터 비가 계속 내리기 시작했다. 비가 내리는 것을 더욱 웅장하게 소리를 내듯 천둥과 번개가 함께 하모니를 이룬다.

어느 이는 비가 오는 것이 참 좋다고 하고, 나이를 먹으면 비가 오는 것이 참 좋다고 이야기하던데 나는 아직 어려서 그런지 비가 오는 것이 참 싫다. 꿉꿉한 느낌이 싫고, 비로 인해 온몸이 젓는 것이 싫다.

밤새 비 맞을 우리 식구들이 걱정이 들었다. 혹시나 어디로 튕겨 나가지 않았을까 싶어, 흙에서 튀어나왔을까 싶어, 잘 자라고 있는 잎에 괜한 상처가 났을까 싶어 아침 일찍 밤새 잘 지냈는지 확인해 본다.

이맘때쯤 누가 부르지도 않았는데 며칠간 비가 오는 장마철이 돌아온다.

며칠 전만 해도 햇볕이 매우 따가워 조금의 물도 참 소중하게 느낄 정도로 목말랐는데, 넘치도록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우리들의 온몸과 세상을 덮어버린 듯하다.

어느 이는 비가 오는 것이 반가울 것이며, 어느 이는 나와 같이 걱정스러움으로 지켜만 보고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문 듯 들었다.

이곳으로 이사온지가 벌써 1년이 넘었다. 평소 잘 가꾸지 못했던 내가 아침마다 저녁마다 키우려고 노력하는 내 모습이 참 대견스럽기만 하다. 그런데 며칠 간 신경 쓰고 물도 충분히 주었다고 하는데 집 앞마당 잔디가 시원치 않다. 꼭 죽은 것 같다는 생각에 매일매일마다 속상한 마음을 지울 수가 없었다.

똑같이 물을 주고 정성스럽게 보살펴주는데 어느 이는 무럭무럭 자라고, 어느 이는 죽은 듯이 풀 죽어 있어 보여 어찌나 속상한지 모르겠다. 물이라도 충분히 주면 살 것 같아서 충분히 물을 주게 되었는데 너무 많이 주었는지 다시 뱉어버린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땅에 물이 한가득이다.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 살 수 없는 것 같아 그저 다른 놈으로 바꿔버려야 하나 라는 생각을 할 무렵 우리 집을 지어준 대표에게 조심스럽게 물어보았다.

“살 기색이 보이지 않네요! 다른 놈으로 바꿔주세요”

잘 관리하지 못한 내 탓을 하기보다는 잘못된 것을 심어준 대표가 문제라는 것이 나의 생각이었다.

대표는 내 말을 듣기는커녕 앞에만 물을 주지 말고, 뿌리까지 느낄 수 있도록 물을 충분히 주라는 것이었다.

‘흥건한 것 이상 넘치도록 주었는데 무슨 이야기야?’

서투른 나의 모습 때문에 괜한 미안함이 들어 어느 때부터인가 아침저녁으로 물을 흥건하게 준다. 이번 장마철로 인해서 이놈들에게 공짜로 실컷 물을 주고 있다. 그런데 혹여나 과하게 주는 것 같기도 하고, 너무 거칠게 주는 것 같아 제법 매일매일 신경이 더 많이 쓰이게 된다.

이런 시련과 아픔을 견디다 보면 어느새 열매를 맺곤 한다. 이놈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싶은데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큰 위대한 힘이 이들에게 있는 듯하다. 아픔과 고통을 그대로 받으면서 견디고 견디면서 결국 큰 열매를 맺는 이들의 참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한다. 매일매일 전쟁터 같은 삶인 것 같고, 그저 피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줄곧 숨어있기만 했는데 이놈들의 위대함이 나에게는 전혀 없는 것 같다.

아픔과 고통이 없다면

끝이 없어 보이는 장마철에서도 굳건히 지켜내지 못한다면 내가 결국 이길 수 있을까? 언제까지 피하면서 숨어있기만 할 것인가?

20년 전인 것 같다. 고등학교 친구가 비가 오면 옷이 젖든 간에 그렇게 밖으로 나가 온몸으로 비를 맞곤 했다. 미친놈처럼 보였던 친구의 모습이었는데 지금에서야 생각해보면 아마 그 친구는 직접 비를 온몸으로 맞음으로 즐기지는 않았나라는 생각을 해본다.

고통이, 아픔을 어떻게 즐길 수 있을까? 그런데 부르지도 않았던 장마가 늘 이때쯤 오는 것처럼, 우리의 일상의 자연스러운 과정이라면 심각하게 생각하고 피하기만 하기보다는 온몸으로 맞으며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싶다. 온몸으로 맞아야 내 깊은 곳까지 스며들 수 있다. 그래야 내 안에 있는 몹쓸 것들이 씻겨낼 수 있다. 그리고 그 고통스러움 때문에 보이지 않는 영양분을 하늘을 통해 받지 않겠는가?

그분께서 나에게 왜 고통을 주시는 걸까?라는 생각에 깊이 빠지는 경우가 있다.

그것이 우리들의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 그러나 성장시키려면, 그리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리게 하려면 의도치 않는 고통과 아픔이 허락되어야 한다. 적은 비는 때론 내 몸과 마음을 찝찝하게 할 수 있지만 오랫동안 내리는 비는 내 마음 깊이까지 흥건하게 적셔 줄 수 있다.

그래서 하늘에서 내리는 장대비가 때론 나에게는 큰 힘이 된다. 그래도 그렇게 무섭게 내리는 비는 언젠가 끝 치기 마련이다.

장맛비가 오는 이유

무거운 하늘 위의 무언가를 정리하기 위해서, 보다 가볍게 하기 위해서 내려지는 장맛비

부족하고 메마른 땅에게 주는 선물 같은 장맛비

비바람을 통해 땅 위에 있는 모든 것들을 성장시키기 위한 고통스러운 장맛비

즉 위에든 아래 부분이든 어느 곳이나 유익한 것이며, 위와 아래가 조화롭게 하기 위한 그분의 선한 은혜임을 더욱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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