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자리는 참 부러웠고 언젠가 내가 가야 할 곳, 내가 있어야 할 자리라고 생각했다. 되도록 빨리 앉아서 리더의 참 맛을 누리고 싶었다. 그저 좋은 모습, 그런 권위가 참 부럽기도 했고 직원들이 모시고 대접하는 것이 솔직히 부럽기만 했다. 리더라면 뭐든지 통과, 리더라면 누군가에게 칭송을 받을 자리, 리더라면 한 조직을 잘 이끄는 자리 하여튼 부럽고 나도 그 자리에 빨리 서고 싶었다. 이제야 생각되는 것은 그것이 섣부른 판단이고, 나의 욕심이었다는 사실을 뒤늦게야 깨닫게 된다.
좀 더 연차가 필요했고 경험이 더욱 풍부해야 했었는데, 나의 욕심이 과했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조직에서 벗어나면서 내가 일할 곳이 없을까 싶어 시건방을 떤 적이 있다. 오로지 나의 생각뿐이었는데도 남들이 보기에는 참으로 겸손하지 못한 것 같다.
우연히 선배들로부터 추천을 받아 좀 더 책임감이 요구되는 자리에 갈 기회가 있었다. 사실 그만한 연차가 되지 않았는데 무시하고 인정하지 않으며 오로지 열정만 요구하는 그곳에서 어쨌든 벗어나고 싶은 마음 때문에 이것저것 계산할 여력이 크지 않았다. 무작정 준비해서 도전해 보았다. 그리고 떠날 수 있다는 것에 큰 기대감도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러한 기대감이 현실과 부딪치는 순간 실망 이상으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했다.
어렵게 들어간 새로운 조직에서 참 이상한 사람을 만났다. 전보다 더 이상한 사람 때문에 버티는 것이 사회생활이고 직장생활이라고 하지만 가족까지 거들먹거리며 나가게 만드는 이상한 이사가 나를 더욱 비참하게 만들 뿐이었다. 그도 한 가정의 가장일 텐데, 누군가에는 존경받을 만한 사람일 텐데 참으로 삶이 다른 그 사람 덕분에 몇 달 만에 그 자리에서 나오게 되었다. 기존보다는 높은 자리였고 환경도 괜찮았다. 기존 다니던 회사와는 정말 다르고 대기업에 다니는 듯한 기분이 드는 그런 사무실을 매일 느끼고 경험하게 되어서 신기한 마음이 들기도 했지만 잘못된 리더의 행동이 다른 이에게 큰 상처만 남긴 채 원치 않는 나락으로 깊이 빠지게 되었다. 그 사람처럼 살지 말아야지, 나는 그런 리더가 되지 말아야지 하면서 나도 그런 자리를 꿈꾸고 있었다. 바보처럼 말이다.
몇 달간 쉬고 다시 들어간 새로운 조직도 그렇게 만만치가 않았다. 그 자리는 한 조직을 책임져야 하는 그런 리더의 자리였다. 멋진 나의 자리도 있었고, 회사 대표 이름이 적힌 명함도 있었다. 몇 없는 초라한 회사였지만 그래도 원하고 바라던 가장 높은 자리였기 때문에 다른 어떤 것도 나에게 크게 상관이 없었다. 그런데 그런 리더의 그릇이 되지 않았는지 직원들과의 원만한 소통을 잘하지 못했고 원하고 바라던 것을 보다 쉽게 얻을 수도 없었다. 직원들의 험담, 직원들의 불평 등이 나를 목조이게 만들었고 특별히 법인 대표의 갑질과 늘 무시하며 일하지 못하게 만드는 그들의 행태 때문에 온갖 수모와 함께 짧은 리더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밖에 없었다. 그저 억울한데 말 한마디도 못하면서 말이다.
더욱 좋은 사람, 좋은 리더를 만나게 되면서 그동안 받았던 온갖 수모를 잊을 만큼 참으로 열심히 다해왔다. 누가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아도 그저 내 일 가운데 최선을 다하고자 했다. 소문이 어찌나 무서운지 당분간은 그저 나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참 많았다. 일일이 찾아가 이야기를 하고 싶었고 나 그런 사람 아니에요라고 말하고 싶었는데 생각대로 그렇게 흘러가지 못했다. 과거의 그때가 계속 생각이 나서 그저 나의 목을 휘감을 뿐이었다.
직장생활이 녹록하겠는가? 편하고 행복하면 직장생활이겠는가? 힘들 수도 있고, 좋은 일들도 있겠지만 굳이 평가해 보면 전반적으로 맘 편하지 않는 곳이 이곳 직장생활인 것 같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갈수록 내 귀에 들리는 것이 있었다. 지금 내가 있는 이 자리가 참으로 초라하고 네가 있을 곳이 아니며 능력이는 네가 좀 더 나은 곳에 있어야 되지 않냐는 이야기였다. 어찌 보면 내가 나에게 원하고 바라는 이야기일 수도 있지는 말이다. 이러한 이야기가 참으로 헷갈리게 만든다. 때론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정말 내가 하는 일과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맞는지 말이다.
그런데 과거의 비참했던 기억들이 밑거름이 되어 함부로 리더나, CEO가 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실제 리더의 고충도 제대로 알지 못하면서 겉으로 드러나는 좋은 것 들게 취해 섣불리 리더의 자리에 선다면 또다시 나는 앞서 경험한 것들을 되풀이될 것이다. 나는 그것이 더 두렵다. 또다시 그런 수모를 겪고 싶지 않다.
내가 함부로 리더, CEO가 되지 않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리더는, CEO는 조직의 모든 분야에 두루 전문가가 되어야 한다. 기본적으로 직원들에게 온전한 슈퍼비전을 줄 수 있는 그런 리더가 되어야 한다. 그래야 직원들이 따르고 이야기를 나눈다. 그래야 꼰대가 되지 않으며 나의 경험만을 직원들에게 강요하지 않는다. 곧 리더가 된다면 예비 리더라면 지금 분야에서 부족한 부분을 찾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직원들도 리더를 잘 알고 있다. 수군수군 거리며 잘 알지도 못하는 리더라며 평가하는 그런 난감한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
2. 리더라면 CEO라면 조직의 성과도 함께 창출해야 한다. 어떤 모양이든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이 리더의 고유 영역인데, 성과 창출에 대한 부담감이 참으로 크다. 능력 있는 직원이 있으면 된다고는 하지만 리더가 능력이 없고 리드할 수 없다면 조직은 다른 곳으로 향해 갈 것이다. 리더는 성과에 민감하지만 리더의 얼굴에는 여유라는 모습이 절대 필요하다. 조급한 모습이 많다면 조직도 조급해지고 결국 실수하기 마련이다. 웃음기 없는 리더라면, 성과 창출 때문에 민감해있어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면 그 조직의 웃음과 밝음 조차 떠나버리고 말 것이다.
3. 리더도 사람이다. 리더도 실수할 수 있다. 그런데 그런 리더에게 아무런 이야기가 전달되지 않거나, 아무런 코칭이 없다면 처음과 다르게 조직은 엉뚱한 곳으로 갈 수밖에 없다. 한 사람의 실수는 넘어가더라도 조직의 실수는 곧 패망될 수밖에 없다. 실수의 위중함이 매우 크다. 리더에게 아무런 이야기를 해주지 않거나 싫은 이야기가 전해지지 않으면 결국 리더는 큰 오해 즉, 자기가 잘한다는 개인 중심의 긍정적인 평가가 내려지기 때문에 결국 실수하게 되고 회복할 수 없는 상황까지 이르게 만들 것이다. 리더가 어느 정도 역량, 분명한 가치관이 성립되었을 때 실수하더라도 곧 회복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으면 결국 무너진다. 회복불능상태로 말이다.
4. 개인 스스로도 자기를 책임지지 어렵고 버거운데 리더는 내가 있는 조직과 직원들을, 직원들의 가족들까지 책임져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가족들까지 책임지는 것이 도리어 말도 안 되는 말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만큼 리더를 따르는 사람들을 책임져야 하는 그런 자리라는 것이다. 얼마나 막중한 일인가? 준비되지 않는 상황에서 그런 막중한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는가? 섣불리 책임졌다가 우리 모두가 망하기 일보직전일뿐이다.
5. 리더의 자리에 서는 데 있어서 칭찬과 응원도 있겠지만 그 자리를 시 셈하는 이들도 제법 있다. 충분히 칭찬할 법도 한데 어떤 이유를 대면서 그 자리에서 끌어내리려는 이들도 종종 보게 된다. 물어볼 법도 한데 듣지 않고 그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들으며 결국 나를 비방하는 모습을 본다. 종종 아무렇지도 않은 일인데 각자가 의인이 되어 리더를 끌어내리거나, 이 시대의 위대한 의인이 되어 고발하는 것에 참으로 익숙하기만 하다. 결국 내려온 리더나 그 조직의 사람들조차도 온갖 수모를 겪었는데도 그들의 비난의 수위를 내려갈 줄 모른다. 자기는 아니라면서 남들을 입방아에 올려서 구설수로 끌어내리는 사람들, 자기들은 옳지만 상대방은 옳지 못하는 이상한 프레임을 씌우는 그런 사람들 참으로 못됐는데도 그들을 길거리를 당당히 걸어 다닌다. 사람들이 다 좋은 면만 있는 것도 잘 알며 그만큼 약점, 부족함점도 제법 있지만 리더는 강점보다 약점이 더욱 강조되고 비추어지는 그런 자리이다. 때론 그런 약점들이 구설수가 되고 결국 나오지도 못하고 숨어서 지내는 그런 리더들을 보면서 그 모습이 곧 내 모습이 될까 두려워 섣불리 리더의 자리에 서고 싶지 않다.
6. 리더는 지금보다 돈을 더 번다는 착각을 한 적이 있다. 경력 정도가 높기 때문에 직원들 입장에서는 많은 돈을 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돈을 더 버는 만큼 나가는 돈도 제법 많다. 어느 자리에 있던 내가 먼저 돈을 내야 하는 상황이 많고, 그렇게 과감하게 결제를 하지 않으면 도리어 비아냥거린다. 가끔은 직원들을 위해 과감하게 커피를 쏴야 하는 상황, 식사를 사줘야 하는 상황도 있고 같이 식사하러 가자며 직원들이 이야기했는데 리더인 내가 결제를 하지 않으면 이상한 분위기가 맴돈다. 사실 나도 많은 리더들에게 얻어먹기도 했지만 말이다. 함께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게 쿨하게 쏠 수는 있다. 중요한 것은 버는 만큼 나가는 돈도 제법 있다는 것이다. 품위유지라는 말 들어 보았는가?
이러한 이유 때문에 나는 섣불리, 함부로 리더나 CEO가 되고 싶지 않다.
섣불리 리더가 되었다면 온갖 수모를 겪었고 최근 들어 겨우 회복되고 있는데 또다시 그런 상황 가운데 놓여 있고 싶지 않다.
그런데 어느 날 전화 한 통이 와서 스카우트 제의가 온다면 난 어떡하지? 그런 기회가 자주 찾아오지 않는데 말이다. 그런데 과거처럼 섣불리 판단하지 않을 것이다. 그 자리가 탐나더라도 신중에 신중을 더해가며 생각하고 결국 판단해 볼 것이다. 높은 자리가 나를 그에 맞게 만들어가겠지만 무책임하게 그 자리를 탐하고 싶지 않다. 그 자리를 스스로 책임질 수 있을 때 결정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