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차례 다시 찾아오는 고비
실업자의 생활이 곧 일상이 되어가니 예전만큼 마음이 힘들거나, 두렵거나한 마음이 덜 한 듯했다. 사실 정해진 것은 없고 언제 끝날지 모를 실업자의 생활은 그저 포기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사람들도 적응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와우~실업자 생활을 적응하다니?’ ‘대단하다!’
그런데 나는 이것이 적응이라고 생각 들지는 않는다. 그저 어느 정도는 내려놓은 것 같았고 어느 정도는 포기한 것 같았다.
밥을 먹어도, 사람을 만나도, 집 안에서 열심히 글을 쓰더라도 말로 형용할 수 없는 부담감은 분명 있었다. 힘이 좀 빠진 듯 한 기분이라고 할까?
평소에 하는 이야기도 기쁨 마음보다는 그냥 그런 마음이 커서 그런지 대부분 무반응 아님 짧은 대답만 할 뿐이었다.
사실 아직도 일을 하지 못하고 하나도 나아지지 않으니 밥 맛이 어떻게 좋겠으며, 남들과의 대화가 좋지만은 하겠는가?
가장 먼저 일을 해야만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해결될 것 같았다. 그래서 일을 아직 못하는 지금의 상황이 나를 더욱더 안절부절 해 놓는 것 같다.
상황이 하나도 변하지 않으니 아무것도 그렇게 편하지 않고 불편했을 것이다. 그런데 나는 살기 위해서라도 조금은 내려놓는 마음으로 평상시와 같이 살고자 했던 것 같다. 마음은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실업자의 생활에서 가장 무서운 날은 혼자 있는 밤이었던 것 같다. 낮에는 어쨌든 마음을 부여잡고 살고자 노력했다면, 보다 긍정적인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했다면 저녁은 전혀 다른 세상이었다.
‘내가 낮 동안 뭔 일을 하고 있었던 거야?’
낮 동안에 열심히 살고자 했던 내 모습이 그렇게 부끄럽게 보인 적이 없었다. 그렇게 살아도 결국 실업자인 것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노력을 해도 변화지 않는데, 언제 끝날지 모르는 이 생활에서 무슨 노력까지 하면서 살아야 하나라는 생각들이 물 밑 듯이 밀려왔다.
어느 날 밤에는 그런 생각들이 엄청나게 밀려오면서 숨을 쉴 수도 없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데 이러다가 죽을 것만 같았다.
‘불쌍한 놈!’, ‘죽을 놈!’, ‘실업자’, ‘벌레 같은 놈’
끝이 보이는 것 같다. 이젠 조금만 더 가면 낭떠러지다. 가면 안되는데 자꾸만 이런저런 생각들과 나를 향한 비난의 소리에 낭떠러지 쪽으로 향하게 된다.
방 불을 켰다. 오랜만에 느끼는 지옥 같은 이곳이 너무 두려웠다.
‘이러다가 죽겠구나’
밤새 지옥 은 이 곳에서 벗어나려고 몸부림을 치고 있을 때 어느새 새벽의 동이 텄다. 방 천장에 비치는 나의 그림자가 나를 노려보고 짓누르는 것 같았다. 심장이 털컥 내려앉았고 어느 곳에서 밀려오는 두려움이 다시 시작했다.
바로 방에서 나왔다. 그리고 주섬주섬 옷을 챙겨 입고 교회를 향했다. 이러다가 죽겠구나 라는 생각이 먼저 들어서 혹시나 내가 죽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제일 많이 들었던 것 같다.
교회 지하에 있는 기도방으로 향했다. 역시 아무도 없는 그곳은 으쓱한 기분이 들었지만 밤새 힘들게 했던 두려움보다 낫지 않을까라는 생각도 들면서도 부리나케 기도방에 들어가게 되었다.
절차와 방법이 없었다. 말씀을 읽고 찬양을 하고 하는 나름의 방식에서 벗어나 바로 무릎을 꿇고 부르지 졌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얼마나 소리를 질렀는지 모른다. 그분을 향해 부르지 졌다.
이렇게 해 주세요! 저렇게 해주세요 라고 기도하기보다 오로지 이렇게 기도를 했다.
“살려주세요”
*지금에서야 이야기하는 것이지만 낭떠러지의 끝자락에 서게 돼서 죽게 되었을 때는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없다. 그저 살려달라고만 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런저런 이야기를 할 수 있다면 아직 마지막 끝자락에 오지 않을 수도 있고 그러한 고통에서 아직은 버티고 이겨낼 만한 힘이 있다는 사실!
펑펑 눈물을 흘렸다. 바닥은 어느새 눈물로 흥건했다. 옷은 펑펑 울은 눈물 덕분에 제법 많이 져서 있었다.
1시간이 흘렀을까? 얼마만큼 시간이 흘렀는지는 모르지만 어느새 내 마음에 평화 같은 것들이 찾아왔다. 상황이 하나도 바뀌지 않았지만 곧 일어설 것 같은 기분? 아님 나의 마음을 조금이나마 위로받는 기분이었다.
펑펑 울어서 속이 시원한 느낌이기도 하겠지만 어느새 내 마음에 찾아온 것은 평화의 마음이었다. 당장 취업을 하지 못해도 말이다.
‘내가 너의 마음을 잘 알고 있단다!’
‘사랑하는 네가 그렇게 고통받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단다!’
‘내가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함께해 주마!’
보이지 않지만 어느 곳에서 밀려오는 평안한 마음 등이 나를 다시 일어서게 만들었다. 그리고 다시는 죽는 생각하지 말아야겠다는 마음을 가지게 되었다. 잘 될 거라는 생각에 있어서 아무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찰나에 한 번은 더 큰 고비가 오게 마련이다.
‘이래도 포기하지 않을래?’
‘이래도 원망하지 않을래?’
그래도 나는 내 힘으로 아닌 그분의 은혜로 나의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
또한 그분을 향해 절대 원망도 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