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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Aug 08. 2016

제주 서부를 한눈에 굽어보는_노꼬메와 식구들

노꼬메, 족은노꼬메, 궷물오름을 둘러서 가다.

제주시서 1100 도로를 향해 가다  한라산길로 넘어가지 않고 계속해서 달려가면 산록서로가 나온다. 천왕사와 아흔아홉 골 입구를 지나면 길은 한라산을 넘어가려는 이들을 위한 좌측의 1100 도로와 이를 무시하면서 냅다 달릴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기나긴 직선 길이 나온다.


그 길들을 달려본 사람들은 안다. 길은 직선이되 오르락 내리락이 지속대는 도로가 구부러짐 없이 뻗어가면 자동차의 엑셀레이터를 얼마나 깊게 누르고 싶은지... 그 속마음을 참고 조금만 가다 보면 길가의 주차장에 차들이 몇 대 서있다. 급하게 주차장으로 차를 향한다. 궷물오름 주차장이다. 옆으로 지나는 족은노꼬메 주차장 가는 길을 굳이 선택할 필요도 없다. 


이제는 서부 오름의 여왕이라 불리는 노꼬메가 목적지다. 그 옆에 그만한 높이는 못되어도 충분히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족은노꼬메가 나란히 서있다. 유명한 오름에 비교하면 궷물오름은 순찰병 수준에 불과한 나지막한 오름이다. 그래도 굳이 노꼬메오름과 한통속이라고 구분해 주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  혼자서는 존재감은 물론 최종 목적지로 삼기에도 부족하다.


궷물오름 오르는 길은 설렁설렁 걸어도 10분이면 족히 정상에 오른다. 공교롭게도 분화구를 둘러볼 길이 있기는 한데 한참 아래까지 돌아야 한다. 결국 도로가까지 내려갔다 다시 오는 셈이라 정상 언저리를 서성이다 족은노꼬메를 향한다. 

궷물오름
제주시 애월읍 유수암리 136-2번지 일대에 위치한 궷물오름은 오름 북동쪽 분화구의 바위틈에서 물이 솟아나 이 샘을 궷물이라고 불려진 것에서 유래되고 있으며 오름의 표고는 597m 비고는 57m이다.
궷물오름 주변은 조선 초기인 1492년(세종 11)에 제주마 관힙목장 조성 당시 5 소장이 위치했던 곳으로 지금도 상잣성 원형이 일부 남아있다.

궷물오름 정상은 특별한 봉우리가 없다. 그저 여기가 정상이라는 돌 표지판만이 이곳이 궷물오름 중 가장 높은 곳임을 알게 해 준다.  그 너머로 노꼬메의 정상이 멀리 보인다. 저곳을 가야 한다.


비교적 완만한 곳이 족은노꼬메고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노꼬메다. 원래대로 노꼬메 주차장에서부터 오른 적이 있지만 그것이 한참 돌아서 올라가는 길이었다면 오늘은 세 군데를 돌아보기 위해 가파른 길을 선택했다.

궷물오름를 내려오면서 쳐다본 노꼬메오름.

족은노꼬메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팻말도 잘 되어있고 길은 넓고 호젓했다. 파란 하늘에 구름이 제멋대로 짝을 지어 모양을 바꾸는 하늘을 바라보며 7월 여름의 제주 날씨를 느끼고 있는 중이었다. 터무니없는 폭염은 아니지만 충분히 더운 날씨다. 올여름은 터무니없이 무덥다 했으니 그 무더움의 끝이 어디까지 가려는지 벌써부터 걱정이다. 

노꼬메를 향해 걷던 걸음에 이정표와 함께 갈림길이 나타난다. 역사적으로 꽤나 의미 있는 길이다. 일명 '상잣질'.


상잣질. 조선시대 제주 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흔히 밭담으로 이루어진 돌담과 목적이 명확히 구분된 돌담이다. 목장의 경계를 알리는 돌담. 이 돌담 이름하여 잣성이라고 한단다. 중산간 해발 150~200m 사이의 하잣질,해발350~400m사이의 중잣질, 해발 4500~600m 사이의 상잣질로 나뉜다. 이 상잣질이 이곳에 길게 이어져 있다.


설명에 따르면 하잣성은 말들이 농경지에 들어가 농작물을 해치지 못하게 하기 위함이었고 상잣질은 말들이 한라산 삼림지역으로 들어갔다가 얼어 죽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졌단다.


방목하는 말들도 얼어 죽는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만큼 한라산 지역은 위험한 곳이다. 그 위험한 곳을 요즘 혼자서 싸돌아다니고 있다. 겁도 없이. 그러나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점점 강해진다. 무섭다는 생각도 강하게 든다.

상잣질. 조선시대 제주 지역의 중산간 목초지에 만들어진 목장 경계용 돌담이다

상잣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길은 왼쪽은 족은노꼬메 입구로 향해 있고 오른쪽은 노꼬메 입구로 향해있다는 안내 지도가 나온다. 오늘은 설명대로라면 왼쪽의 족은노꼬메쪽으로 가야 한다.

족은노꼬메쪽으로 길을 틀었다.

족은노꼬메를 향하는 상잣질은 굉장히 쾌적한 길이다. 길도 넓고 트래킹을 하기에는 더없이 좋은 길이다. 굳이 오름을 오르지 않더라도 이 길은 그냥 걷기만 하는 것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길임에 분명하다. 이미 복원된 상잣질 돌담들이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으로 자신들을 쳐다보라고 유혹한다. 그 안쪽은 다양한 숲의 모양이 펼쳐져 있으면서 목장도 함께 보인다.

부분 부분마다 역할도 다르고 돌의 색깔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돌담은 지역마다 아주 색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쌓은 지 얼마 되지 않는 느낌의 돌담이 있는가 하면 넝쿨이 돌담을 휘감아 우거진 모습, 이끼가 잔뜩 끼어 예스러움 강조하는 돌담, 다양한 나무와 꽃의 디딤대가 되어주는 돌담 등 부분 부분마다 역할도 다르고 돌의 색깔도 다양하기 그지없다. 자꾸자꾸 발길을 멎게 한다. 내 목적지인 노꼬메와는 관련 없이 돌담을 따라 한없이 걷는다. 그 너머로는 마을의 목장들이 널따랗게 펼쳐져 있다.


아마도 이런 느낌으로 사람들이 끊임없이 돌담을 사진으로 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나 역시 그런 유혹을 자꾸자꾸 받게 된다. 제주만이 가질 수 있는 재미있는 소재인 것은 분명하다.

돌담 너머로는 예의 제주도 수풀의 특징인 나무와 넝쿨의 혼연일체 된 모습이 가득 차 있다. 저 나무에게 넝쿨은 치명적일 텐데 나무는 어떤 느낌일까. 자신의 진액을 빼먹거나 스스로 버팀목 역할을 하고만 있는 것에 대해 만족하고 있을까.


그 결과에 대해서는 그다지 좋은 결말이 날 것이라고 생각지는 않지만 제주의 숲이 주는 원시적인 느낌에는 결코 생략할 수 없는 모습이다. 

제주의 숲이 주는 원시적인 느낌에는 결코 생략할 수 없는 모습이다

단순히 넝쿨만의 문제가 아니라 함께 어우러져 사는 모습의 예가 될는지도 모른다. 그에 비하면 조릿대의 한라산 점령은 결코 반길 수 없는 현상이다. 한 수종이나 식물의 극단적인 번성이 숲의 모습조차 무미건조하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길은 1시간여 계속되도록 잔잔한 트래킹 길로 이어진다. 그도 그럴 것이 이 길은 목장을 둘러 사람들이 목장을 살펴보도록 할 수 있거나 하는 길이다. 


돌담 너머로 목초지와 목장이 드넓게 펼쳐져 있다. 여기에서도 어디선가 말들이 풀을 뜯거나 뛰어다니거나 하고 있겠구나는 생각이 미치자 자꾸 시선이 목장 쪽을 기웃거리게 된다.

근데 도대체 내가 얼마나 이 길을 걸어왔던가. 지도를 살펴보니 내 트래킹 길은 노꼬메 아니 족은노꼬메 탐방로와는 전혀 상관없이 그 주변을 뺑둘러서 걷고 만 있다. 오름으로 오르는 길을 만날 것으로 기대했지만 내 기대는 현실과 달랐다. 결국 마음과 몸이 지쳐 1시간이 넘게 되자 떡하니 족은노꼬메오름의 입구가 나온다. 그 이야기는 역으로 족은노꼬메를 가기 위해 이곳 주차장까지 차를 몰고 와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다. 궷물오름 주차장에서 차로 5분도 안 되는 거리를 1시간 30분이 넘도록 둘레길을 하영 걷기만 한 셈이다. 결과는 족은노꼬메 출발점이다. 아~~ 이 허탈함을 어찌할꼬?

족은노꼬메 탐방로 입구

탐방로 입구로부터 다시 약 3km의 길을 걸어 노꼬메와 족은노꼬메의 갈림길까지 가야 한다. 족은노꼬메를 향해 가는 탐방로는 다른 어떤 오름길보다 넓고 정리가 잘 되어있다. 예부터 말이 다니고 임도의 역할을 했을 테니 넓은 길을 가지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 


족은노꼬메를 향해 가는 탐방로는 다른 어떤 오름길보다 넓고 정리가 잘 되어있다


특징도 없이 넓디넓은 탐방로를 한없이 걷는다. 몸이 벌써 지쳐있다. 온몸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넌 도대체 원래의 오름에는 갈 생각도 없이 주변만 서성이고 있는 거야. 순간 얼마 전 서귀포시 군산이라는 곳을 다녀왔던 기억이 난다.  그때는 너무 짧게 올라가는 것이 싫어 아래서부터 천천히 오르기를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나 네비는 나에게 과도한 친절함을 표시하고자 차로 오를 수 있는 정상 바로 코밑까지 길을 이끌었고 결국 정상까지 5분이면 다 볼 수 있는 빠른 길을 알려줬다. 그래서 군산은 내가 방문한 오름에서 언제나 열외로 제외된다. 다양한 기분을 느꼈을 기회를 잃어버렸던 것이다. 그와 지금은 정반대의 경우다. 

멀리 보이는 오름은 아마도 노로오름쯤 되지 않겠는가?

드디어 노꼬메와 족은노꼬메가 갈라지는 길목에 섰다. 우측으로 가면 족은노꼬메를 갈 수 있고 다시 내려와 바로 노꼬메를 오르면 된다. 이곳부터는 식생이 완전히 바뀌었다. 나무 밑의 모든 것이 조릿대가 점령하고 말았다. 아쉽다. 족은노꼬메는 처음에는 완만한 경사를 보이다가 막판에 급경사로 이어진다. 1km에 불과한 거리지만 벌써 2시간 이상을 허비한 이유로 체력이 바닥나 있다. 입에서 단내가 난다.


막판에 힘을 내고 오르는 길은 힘겹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생각이 안 난다. 불현듯 족은노꼬메 정상이라는 돌에 새긴 표지판이 오르는 길에 떡하니 서있다. 정말로 저곳이 정상일까. 언뜻 보기에는 그 뒤편의 휴식을 위한 나무의자가 더 높아 보인다. 정상 팻말과 함께 보인 뿌리가 뽑힌 나무가 그로테스크함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게 어디인가. 힘들지만 오늘의 두 번째 오름 정상에 오르게 됐다. 눈앞에 확연히 노꼬메 정상이 보인다. 다음은 최종 목적지를 향해서 힘을 내기만 하면 된다.


정상의 휴식공간에 앉아 한참을 쉬다 보니 상잣질쪽으로 내려가는 등산로가 보인다. 아래 어디서부터 인가 이길로 올라오는 길이 있었다는 이야기다. 내가 놓친 것이다. 후회되고 억울하기도 하지만 그뿐이다. 이제 와서 무엇을 어찌하리오. 다음에는 이곳으로 올라 못 가본 저곳으로 내려가면 될 듯싶다. 

멀리 뒤편에 보이는 한라산 백록담의 모습. 앞쪽에 보이는 오름 지형들은 1100고지 언저리의 다양한 오름들이다.

올랐던 길을 다시 내려오면 바로 반대편으로 노꼬메오름 가는 길이 잘 정비되어 나온다. 이 길도 힘차게 걸어보자. 그런데 생각만큼 힘찰 수가 없다. 노꼬메 주차장에서는 한 시간 이상을 둘러 걸어 올라가야 하는 길을 이곳에서는 30분도 되지 않도록 길을 직선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상까지 가파른 계단이 돌아가지도 않고 직접 뻗어있다. 힘들고 괴로운 길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만을 고려한 탐방로다. 에구구...


체력이 소진되고 계단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숨이 차올라 순간순간 쉴 수밖에 없다. 그럴 때마다 뒤를 돌아보며 멀리 한라산 백록담을 바라보며 숨고르기에 나선다. 참 묘한 일은 숨이 넘어갈 듯한 고통이 가슴에서부터 다가오는데 그 상황이 그다지 나쁘지 않다. 마음이 산란해지지 않으며 한곳에 집중할 수 있게 해준다. 그렇게 오르다 보면 갑자기 정상가는 길의 끝부분을 치고 올라온다. 원래의 탐방로와 바로 만난다. 코앞이 정상이다.

오르며 내려다본 탐방로.
힘들고 괴로운 길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만을 고려한 탐방로다


갈림길에 섰다. 바로 정상 앞이다. 몇몇 사람들이 정상의 넓은 공간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다. 이 정상에 두 번째로 섰다. 지난해 5월 아침 일찍 올랐던 때가 생각난다. 하늘이 너무 맑아 멀리 추자도까지 보였던 수평선을 기억한다. 오늘은 그만큼 맑지는 않아도 정상에 오르니 기분이 상쾌하다. 그때와 달라진 것은 그때는 단지 정상에 와서 멋진 바다경치와 한라산 방향의 삼나무와 다른 숲들이 펼쳐진 모습을 경외롭게 쳐다봤다면 오늘은 몇몇 봉우리가 구분이 가능해졌다. 1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곳을 올라선 때문인지 오름의 이름들과 함께 그곳의 기억들이 함께 떠오른다. 

왼쪽이 족은바리메고 정면에 보이는 것이 바리메오름이다.
왼쪽의 짙은 그림자가 끼어있는 오름이 노로오름이다. 그 뒤로 보이는 곳은 삼형제오름중 하나이다. 지금봐서는 막대격인 말젯오름이다. 오른쪽의 평평한 곳이 한대오름이 분명하다.


정상 너머로 서쪽 바닷가와 골프장 그리고 다양한 마을들이 보인다. 

1년간 우여곡절을 겪으며 많은 곳을 올라선 때문인지 오름의 이름들과 함께 그곳의 기억들이 함께 떠오른다

제주의 서부 오름군들이 한눈에 바라다 보이는 이곳을 서부 오름의 여왕이라 부르는 이유가 있다. 한라산 쪽의 조망과 더불어 막히는 곳이 없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언제나 오고 싶은 기분 좋은 풍광을 가지고 있다.

정상의 쉼터 데스크.

이제 내려가는 길만 남았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급하게 올랐던 길을 내려간다. 내려가는 길이 사실 다리에는 더 부담스럽다. 다리의 힘이 풀려 자칫하면 넘어지기 쉽다. 계단이 가파르니 속도를 줄이기도 쉽지 않다. 냅다 달려가듯 하산에 속도를 낸다. 시간이 얼마나 걸렸는지는 알 수 없으나 올라왔던 시간의 반 정도에 불과한 것 같다. 이윽고 족은노꼬메와의 갈림길이 나왔다. 그 사이로 궷물오름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 잘 나있다. 이 길이 궁금하다. 거리는 겨우 1.7km. 이길로 왔으면 아마 다양한 상잣질을 보지는 못했겠지만 최소 1시간 30분 이상의 시간은 절약이 됐을 것이다. 어느 것이 더 좋은 것인지 사실 판단하기란 쉽지 않다.

한라산 쪽의 조망과 더불어 막히는 곳이 없는 위치에 자리 잡았다. 언제나 오고 싶은 기분 좋은 풍광을 가지고 있다

잘 정비된 탐방로를 걷다 보니 30분 정도만에 길의 마지막에 도달한다. 일단의 사람들이 상잣질을 MTB를 타고 지나간다. 그러고 보니 내가 걸었던 길을 MTB를 타고 가면 참 좋아할 만한 코스라는 생각이 든다. 갈림길은 우선 왼쪽으로 가면 노꼬메 주차장 입구로 향하는 길이다. 오른쪽은 공교롭게도 상잣질 이정표가 있던 곳 바로 옆이다. 역으로 생각하면 맨 처음의 이정표에서 노꼬메오름 방향으로 20m 정도만 걸어왔더라면 이 길로 들어갈 수 있었던 것을 막연한 추측으로 한참을 돌아가야 했다.


생각해보면 억울하기도 한 길이지만 그 덕에 상잣질을 제대로 걸었다. 아무도 만나는 이 없이 옛적 말들의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 쌓았던 돌담을 걷는 호사를 누릴 수 있었다. 그 기회를 다시 가지라면 한참을 망설였을 일을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었다. 그것도 돌담의 다양한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가며... 그래서 인가 다리는 힘들어도 마음은 가볍다. 산길을 헤매는 것도 아니고 좀 더 오래 숲 속에서 편안한 길을 걸었던 기억이 오래 남을 뿐이다. 노꼬메는 나에게 새로운 추억 하나를 더 건네준다. 괜찮은 탐방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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