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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Sep 26. 2016

비자림 전체를 보고싶다면..._돝오름

다랑쉬의 위용도 아주 리얼하게 가까이서 볼 수 있는 기회

나무는 보고 숲은 보지 못한다?

숲속걸으면 나무야 질리도록 볼 수 있지만 숲을 볼 수 있는 방법은 아무리해도 불가능에 가깝다. 숲을 볼 수 있을 만큼 숲안에 가깝고도 높은 조망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장소를 찾는게 쉬운 일은 아니다.


숲안에서 숲을 볼 수 있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없을 테니 말이다.


제주도 동쪽의 빼어난 숲인 비자림도 이 경우는 마찬가지다. 비자나무 숲이 형성된지 1천년 가까이 됐다고 하고 그 나무들 하나하나를 둘러보면 숲이 주는 푸근함 혹은 습기 잔뜩 머금은 숲속의 느낌 등 다양한 감흥을 전해준다. 관광지로서 명성이 날로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근데 비자림은 어찌 생겼을까.


그 흔치 않은 기회가 돝오름에 가면 가능하다. 송당마을에 붙어있는 오름이자 비자림의 끝자락에 떡하니 올라와있는 오름이 돝오름이다.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오름의 이름으로 돗오름으로도 쓰인다. 설명은 이렇다.


"비자림 서남쪽으로 이어져 있는 오름으로 풍만한 산체를 이루며 산정부에서 동쪽으로 얕게 골이 패어 있는 원형분화구를 갖고 있는 기생화산체. 비자림 뒷산에 해당되므로 정산에 오르면 비자림의 전 구간이 다 한눈에 들어온다. 표고는 284m, 월드컵축구장을 닮은 원형분화구를 가지고 있으며 오름 정산은 풀밭이 많이 남아있어서 멀리 바라보는 조망이 좋은 오름이다. 분화구가 넓긴 하지만 그 둘레를 다 돌아보기까지 약 30~50분정도의 시간이면 오름 등반이 충분히 가능한 오름이다. ... 점차 관목림화 되어가는 현상이 이곳에서도 뚜렷이 나타나며 역시 외래식물이 많이 들어와서 자생하는 오름이기도 하다."

일요일 오후 이 오름을 가기로 결정한 것은 비자림을 다 볼 수 있다는 지인의 추천때문이었다. 오름에 대한 평가를 잘 들어보지 않았었고 굳이 여기가 아니어도 갈 곳은 많은 터라 우선순위에서 뒤쳐져 있었다.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오름의 이름으로 돗오름으로도 쓰인다

네비게이션에서 찾아보니 얄궂게도 마을의 안쪽 아주 좁은 길로 입구를 안내한다. 굳이 이렇게 까지 옹색하지 않게 큰길을 거치도록 하고 입구에서만 살짝 안으로 들어와도 되는데 내비는 가까운 길을 알려준다고 그리하는 모양이다.


입구는 어찌됐는 아주 좁은 길로 안내한다. 이곳에 입구가 있으리라는 생각자체가 이상하다. 그래도 팻말이 있어 다행이다. 의외로 안에는 차량 5대정도는 세울수 있는 공간이 있다. 다른 곳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길없음 팻말도 친절하게 붙여놓았다.


왼쪽이 다랑쉬, 중간이 용눈이오름 우측이 손지오름쯤 되는 모양이다.

입구에 올라서부터 길은 줄로 연결되지 않으면 결코 올라갈 수 없을 듯 싶다. 사람의 흔적이 드물어 풀들이 탐방로를 이미 상당히 침범했고 길은 오름의 옆을 계속 돌아가면서 정상을 향해 나아간다.

돝오름(혹은 돗오름)의 역할은 사실 오름 자체로서는 기억할 만한 것은 많지 않다

길이 비스듬히 경사로로 나있어 몸이 항상 한쪽으로 끼우는 듯해 걷는데 불편하다. 그래서 인지 겉다가 밑을 헛짚어 넘어지는 불상사까지 발생했다. 줄이 없었으면 아래로 굴러떨어져 어찌 됐을까 싶다. 그렇다고 그렇게 험한 오름은 아니다. 다만 사람들이 많이 다니지 않는다는 사실로 인한 것 뿐이다.


돝오름(혹은 돗오름)의 역할은  오름 자체로서는 기억할 만한 것은 많지 않다. 위의 설명에서도 나와있듯 이 오름이 비자림의 뒷동산 역할을 하지 않았다면 어느 정도 방치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다. 믈론 지슴도 방치상태와 머리있지는 않다. 비자림을 볼 수 있다는 장점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찾지 않는 오름이니 말 다했다. 이 오름은 그렇지만 최고의 경치 2가지를 한꺼번에 보여준다. 비자림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오름이거니와 다랑쉬오름의 위용을 가까이서 아주 잘 볼 수 있는 멋진 위치를 점한다.

비자림 숲의 전경

아~ 저기가 비자림이로구나. 저 숲이 천년이 되도록 비자나무를 잔뜩 품은 숲이로구나. 말도 겨울에는 따뜻하게 살아서 지낼 수 있고 열매를 비상약으로 쓸만큼 끝없이 스스로를 보호하며 지켜낸 숲이구나! 숲 안을 천천히 걸어보면서 느꼈던 숲의 포근함과 싱그러움과는 달리 마치 나의 존재를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주지 않을까 하는 전혀 인과성 없는 생각까지 떠오른다.


이런 내 심정을 아랑곳하지 않고 하늘은 짙검은 구름을 서서히 내가 있는 쪽으로 몰다가 덜컥 봉우리에 걸쳐놓았다. 뒤돌아보니 비자림 숲이 끝나는 지점에 위용높은 봉우리 하나가 짙은 구름에 휩쌓여 자신도 봐주는 것이 어떠냐며 나를 부른다.

비자림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유일무이한 오름이거니와 다랑쉬오름의 위용을 가까이서 아주 잘 볼 수 있는 멋진 위치를 점한다

다랑쉬를 이렇게 보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아니 아주 멋지고 흥미롭다. 갑자기 가슴이 콩닥콩닥뛴다. 이런 장관을 나 혼자서 볼 수 있다는 기분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니. 한편으로는 이렇게 좋은 돝오름의 경치를 사람들이 많이 찾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쪽으로 비자림을 계속 바라보며 걷다가 순간 갈림길이 나온다.

산정으로 바로 발길을 돌린다. 정상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했지만 오면서 보는 비자림 전체의 조망을 허락하지는 않는다. 나무들에 가려서 끝부분만 보인다. 안타깝다.


이제는 돝오름 자체의 분화구에 집중해 볼 시간. 많은 소나무가 분화구를 차지하며 점령해가고 있다. 그 사이에 널부러진 억새풀들이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중이다. 분화구가 다소 길게 생긴듯 길이 아래로 내려간다. 분화구는 크지 않다.


10여분을 채 걷지 않아도 아 만났던 정상으로 올라가는 갈림길이 바로 다시 나온다. 그 안에서는 이제 비자림보다 오름 자체가 가진 이미지와 소소한 재미를 느끼는데 주력한다. 이름 모를 꽃들이 노랗게 혹은 짙은 자주빛으로 내 시선을 붙잡는다.


갑자기 집사람이 한 이야기가 생각났다.


"넌, 산이나 숲에 대해 아는게 너무 없어"


숲을 다녀와서 쓸수 있는 내용이 당시의 감흥 몇가지 말고는 쓸일이 없다는 평가를 이같이 내렸다. 아~ 내 탐방기가 나도 지루할텐데 혹시라도 이를 읽는 사람들은 얼마나 지루할까하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돝오름의 분화구와 그 너머의 비자림.

내려오는 내내 앞에 보이는 다랑쉬 오름이 마치 영산인 듯 구름과 합작하며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올라와 내려가는 내내 단 한사람도 만나지 않았다. 이런 오름이 어디 여기 한곳 뿐이겠는가 마는 그래도 이곳은 외저있다는 평가를 받기에는 그 결과가 너무나 크기에 아쉽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이름 모를 꽃들이 노랗게 혹은 짙은 자주빛으로 내 시선을 붙잡는다

괜히 나만이 알고 있는 아지트를 발견한 듯 혹은 비트라도 찾아낸 듯한 기분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제주에 이같이 숨겨진 명소를 얼마나 더 찾을 수 있을까. 매 순간이 기다려지면서도 물을 마시며 물잔에 물이 없어짐을 슬퍼하듯 하나씩  방문의욕을 북돋는 장소가 줄어드는 아쉬움에 슬픔이 먼저 떠오른다.


앞으로 천천히 다녀볼까. 갈곳이 더 남아있다는 것 말고 아직 택도 없이 많이 남았다는 사실만으로 기대되고 도전정신이 생기는 성격일지도 모르니 말이다. 욕심이 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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