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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Jan 11. 2017

신천목장, 자연이 주는 색의 대비 그러나 우울한 미래

자연에 비쳐보는 강력한 색이 널려있는 바다목장

제주의 색은 여러가지를 꼽을 수 있으나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칼라는 역시 귤색, 즉  오렌지색이다. 가을부터 온 섬을 뒤덮는 귤밭의 열매가 익어가는 순간 제주는 제 색을 되찾는다. 겨울이 지나고 봄이 꽃을 내뱉듯 가을무렵부터 제주는 주섬주섬 감귤을 이 섬의 색으로 드러낸다. 겨울이 되면 때로는 흰색 눈과 함께 때로는 푸르름과의 조화로. 


그러나 색의 대비를 바다색과 맞추기란 쉽지 않다. 바닷가에 귤나무가 잘 자라기 장소를 찾기 쉽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바다와 같은 넓은 공간과 동일한 비율로 오렌지색의 대비를 찾기란 더더욱 어렵다. 그 상상이 신천목장에서는 현실이 된다. 


아침에 맑은 하늘을 본 순간 바다와 함께 오렌지색이 펼쳐진 자연을 찾아 가기로 했다. 바다목장이라 일컬어지는 신천목장.  신풍목장이라고도 알려져 있는 곳. 

함께 따라나선 아내는 어디를 가냐며 물어보지만 그냥 서귀포시 언저리 어딘가를 간다는 말외에는 설명을 아낀다. 신천목장의 귤껍질 말리는 장면은 가보지 않고서는 상상이 가지 않기 때문이다.


온평을 지나 해안도로로 향하는 입구에 많은 차들이 추차를 하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눈에 잡힌다. 저곳이려니 싶다. 한참을 지나 U턴을 한 후 그 위치로 자를 몰고 들어간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길가 곳곳에 주차를 하느라 걷는 행인들과 뒤섞인 모습이다. 


순간 이곳도 이미 관광지로 유명세를 타고 있구나. 년 1500만명의 관광객에게도 이곳은 놓치기 쉽지 않은 곳이리라. 더구나 SNS를 통한 빠른 홍보가 담보된다면 결코 놓칠 수 없는 모습이려니... 

만 2년전쯤이다. 올레길을 한참 걷던중 3코스의 온평을 지나 해안가를 천천히 걷던 중 갑자기 사유지인 목장을 만났다. 목장주의 허가아래 올래길을 이곳으로 통과하게 해 주었다니 참 다행이다 싶었다. 제주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자신의 목장을 걸어 나가도로 해안가를 열어준 성의는 참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때 눈에 들어온 것은 말이 아니라 드넓은 초원위에 펼쳐진 주황색 귤껍질과 그 색이 주는 찬란함이었다. 


그때는 그 찬란한 칼라가 주는 생경함과 도도함이 무슨 의미인줄도 모른 경이로움이었다면 오늘은 비로서 바다와 너무나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알게 해준다. 색의 대비라는 것은 이런 것을 말하리라. 


저 많은 귤껍질을 말려서 무엇에 쓰려는 것일까. 아직도 명확히 잘 모르겠지만 뭔가 약초용이나 화장품 원료등으로 쓰려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 볼 뿐이다. 아내는 여전히 그 껍질의 활용도에 대해 수차례나 물어본다.

관광객들에게 이곳은 이미 어쩔 수 없는 유명한 방문지가 된 모양이다. 2년사이에 이곳 역시 제주의 숨겨졌으나 명소가 되어버린 관광지로 변모해 있었다. 아마 목장주 입장에서 보면 전혀 달갑지 않은 상황이리라.

그래서인가 목장주가 이곳 신천목장을 폐쇄하려 한다는 뉴스가 나온다. 이곳을 찾아 드넓은 귤껍질 말리는 장면과 찬란한 바다와의 대비를 만끽할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음을 감지할 수 있다. 


바라보고 있는 내내 그 시간이 바로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만큼 관광객에게는 매력적인 모습이지만 주인장에게는 귀찮은 일들이리라.


일하는 분들은 관광객들의 수많은 방문에도 아랑곳 하지 않은채 열심히 껍질을 널고 뒤집고 하는 공동작업을 진행중이다. 그 모습 또한 그냥 넘기기는 어려운 장관이다. 드넓은 벌판에서의 일이란...

그러나 무엇보다 이곳 신천목장이 주는 최대의 선물은 자연속에서 오렌지색과 짙푸른바다, 그리고 파란 하늘이 보여주는 색의 대비를 한눈에 만끽하며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가능성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텐가.


옆자리에서 셀카로 웨딩사진을 찍는 젊은 예비신혼부부의 모습이 너무 정겹다. 세상이 바뀌어 결혼사진도 셀카로 찍는 모습에서 이상함보다는 부러움과 정겨움이 배어나온다. 멋진 한쌍이다.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눈이 호강을 하고 나니 이곳을 벗어나는 일이 아쉽기만 하다. 수많은 관광객들이 계속해서 밀려오고 있는 드넓은 목장위에서 난 무엇을 하러 이곳에 왔는지 천천히 생각해보며 왔던 발길을 돌린다. 난 왜 제주에 있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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