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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Dec 13. 2017

위미에 머물다_마음빛 그리미와 인연 쌓기

대부분의 사람들은 빼꼼히 입구에 내걸린 사진이 궁금한지 머리를 내밀다가는 그저 그런 곳이라 여기며 가던 길을 재촉한다. 혹은 사진이 걸쳐진 돌담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는 이미 너무나 알려진 서연이네 집을 향해 발길을 옮긴다. 서연이네 집에서 오래 머문 때문인지 다음 장소를 위해 건너뛰기 일쑤다.


위미 해안로 106번지를 찍고 가면 참 어이없는 갤러리가 눈앞에 자리한다. 서연이네 집에서 이미 봐버린 해안선의 오밀조밀함과 어이없이 늘어진 풍경을 이어받아 해안가에 바짝 제주의 초가지붕을 한 농가주택이 나타난다. 그 앞에 도로와 담을 쳐놓은 돌담 변에 무슨 연유인지 다양한 형태의 사진이 전시되어 있다.


자신들을 알리는 팻말에는 투박한 물감 붓글씨로 '사진 갤러리 마음빛 그리미'라고 쓰여있다. 여긴 대체 뭐야? 전문적인 갤러리의 느낌보다는 아마추어의 느낌이 한결 강하다.

대문을 활짝 열어놓은 돌담 쳐진 입구는 공교롭게도 전통 정낭이 자리 잡은 입구가 아니라 그래도 그럴듯한 나무 대문이 자리를 잡았다. 이렇게 입구를 만들어 놓으면 비상시 출입을 차단하겠다는 의지가 명확히 읽힌다. 들어가는 입구까지는 깔끔하고 모던한 전원주택의 입구를 연상시킨다. 무언가 철학적인 베이스를 가지고 있는 갤러리 주인이 있지 않을까.

서연이네 집에서 이미 봐버린 해안선의 오밀조밀함과 어이없이 늘어진 풍경을 이어받아 해안가에 바짝 제주의 초가지붕을 한 농가주택이 나타난다

그런 면에서 보면 이곳 마음빛 갤러리는 언발란스한 투박함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그런지한 느낌의  나무 벽들과 곳곳의 이정표가 내추럴해 나름 자연스러움을 장소의 모티브로 삼고 있는 장소다.


이 지역의 입구와 외관을 자세히 설명하는 이유는 비교적 단순한다. 많은 카페와 펜션, 게스트하우스가 모던한 분위기를 전제로 한 깔끔함을 주요 무기로 하고 있다. 이 곳은 그 점에서 방문자를 오랫동안 붙잡아놓도록 하는 역할 부분이 비어있다.

초가지붕의 때가 날아갈까 초록색으로 묶어놓은 지붕은 전통적인 초가를 생각하는 입장에서 보면 다소 아쉬운 부분이다. 그럼에도 전통농가의 주택 외관은 분명 나이 든 삼촌이 힘들게 앉아 문을 열어줄 듯한 느낌을 충분히 준다. 그런 막연한 상상은  기대의 덧없음 늘 동반한다.

많은 카페와 펜션, 게스트하우스가 모던한 분위기를 전제로 한 깔끔함을 주요 무기로 하고 있다. 이 곳은 그 점에서 방문자를 오랫동안 붙잡아놓도록 하는 역할 부분이 비어있다

이 집의 방문객을 맞아주는 사람은 3명의 여인들이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를 것이고 성격도 생각하는 바도 목표도 다르겠지만 그들은 이 한 공간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많이 투여한다. 그러면서 세상을 살고 또 자신들이 뜻한 바를 추구한다.


어찌 됐든 이곳은 갤러리다. 아주 전문적인 사진작가들의 사진만을 전시하는 곳도 아니고 갤러리로서의 수익성 확보에도 관심은 두지 않은 채 사진을 전시한다는 측면에서 갤러리다. 그리고 주변의 지인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살고 있고 오며 가며 맺은 지인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맺는다. 명상을 함께 하기도 하고 사진을 함께 배우기도 하고 파티를 함께 하기도 한다.

각자 살아온 인생이 다를 것이고 성격도 생각하는 바도 목표도 다르겠지만 그들은 이 한 공간을 위해 자신들의 시간을 많이 투여한다

다른 무슨 성격을 붙여도 이 장소가 가지고 있는 또 다른 아이덴티티는 경북 봉화에 있는 내일학교의 분교라는 사실이다. 분교라고 해서 따로 학생이 있고 수업이 있는 것은 아니고 일 년에 한두 번 학생들이 찾아와 이동수업을 하곤 한다. 내가 제주에 내려온 3년여 동안 학생들이 내려와 머무는 장면을 보았으니 분교라는 말이 허언은 아닌 셈이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편하게 방문은 하되 오래 남아있기에는 쉽지 않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내부를 보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한다는 어려움도 있다. 맘 편하게 기대어 쉴만한 공간으로 보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그럼에도 이런 어설픈 혹은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편안함과  친근함을 느끼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무엇보다 올레길 5코스가 지나는 길목이라는 점에서 이 장소는 끝없는 새로운 방문자들에게 기회를 제공한다.

이곳은 방문객들이 편하게 방문은 하되 오래 남아있기에는 쉽지 않은 구성을 가지고 있다

나 역시 올레길을 걸으며 우연히 이곳을 들렀고  사람들이 많지 않다는 점에서 편안함을 느꼈다. 무엇보다 방문객들을 맞는 세 여인들이 기본적으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결코 경계심이나 배타심을 가질 필요가 없다. 


생활의 터전을 계좌로 옮기기 전 나는 월 1회 정도는 이곳을 방문하곤 했었다. 지금이야 구좌라는 거리상 혹은 심리상 거리 때문에 갈 수 있는 기회를 잃어버리기는 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픈 장소이기도 하고 내가 언제든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장소라는 안도감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이곳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지귀도라는 섬 때문이다. 바다 위에 아무런 특징 없이 평평한 흙이라도 다져놓은 듯 굴곡진 곳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이 수평선과 나란히 수평을 맞추고 있는 섬이 왠지 모르는 안도감을 준다. 내 성격이 이상한 것일까.

트렌디하다는 말처럼 원인과 결과 혹은 선악의 구별 없이, 인과성의 특별한 관계 설정도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덤덤하게 뒤편의 한라산과 남쪽의 바다를 쳐다보다가 가끔은 생각해 본다

서귀포 앞바다의 다기한 바다색도 이쁘지만 그 앞에서 보여주는 아무런 특징 없이 밋밋한 바다와 현무암의 특징을 조금만 보여주다 만 바위들 그 앞에 지나는 도로는 사람에게 무료함과 한가함의 현실적 내용을 전해주는 기분이다. 더 이상 어떻게 무덤덤할 수 있을까.


트렌디하다는 말처럼 원인과 결과 혹은 선악의 구별 없이, 인과성의 특별한 관계 설정도 없이 시간의 흐름 속에서 무덤덤하게 뒤편의 한라산과 남쪽의 바다를 쳐다보다가 가끔은 생각해 본다.

사는 게 뭐지? 역시  '별거 없다'는 대답이 제일 정답스럽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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