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프린지와 짧은 만남_살판

'밝은 것은 아무것도 없다'

by 너구리

프린지 페스티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실험적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그 실험적인 공연을 상암경기장에서 열었다. 7월의 하순 무렵. 그 프린지를 여전히 모르겠다. 다만 주 경기장으로 오르는 계단에 설치된 멋진 플래카드는 그 어떤 공연보다 강인한 인상을 준다. 깃발이 곧 프린지라는 생각마저 든다.


서울에서 교육 관련 출장으로 성북과 은평을 돌아다녔다. 서울에 와서 대절버스를 타고 다니는 것만큼 낯선 일이 또 있을까. 어느새 관광객이 되어버리거나 지방이 근거지인 사람이 되어버렸음을 확실히 경험하는 순간들이다.


그 출장을 마치고 일행을 김포공항에서 배웅하고 난 후 버스로 지나쳐버린 장소를 다시 찾았다. 상암경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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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쳐버린 매표소를 다시 찾아 내려가느라 메인 입구를 두 번을 들러보는 촌뜨기 행세를 한다. 사실 촌뜨기가 맞다. 벽걸이 천막이 보인다. 무언지 모르겠으나 인상적이다. 인상적인데 딱 무엇이라고 할 수 없는 것. 프린지와 맞닿아 있다. 걸개그림의 역할이 이것이리라.


상암동 주경기장에서 공연을 진행한다고 하니 어찌 진행하는지 궁금하다. 한참을 망설이다가 참석한 행사니만큼 날씨의 습한 기운이 가득한 불쾌지수 높은 공기를 온몸으로 맞아가며 계단을 오르고 주경기장의 주변을 맴돌고 있다.


"입구로 들어와서 왼쪽으로 쭉 들어오면 블루존을 지나고 레드존에 도착하면 프린지라고 쓰인 바위가 보일 거야. 그 바위에서 계단을 따라 위로 올라가면 거기서 공연을 하고 있을 거야"


찾아오라는 위치의 설명을 하나하나 되씹어가며 목적지를 향했다. 목적지에 어떤 모습으로 공연이 이뤄질 수 있는지 전혀 상상을 하지 못한 채 이정표를 따라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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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은 경기장 관중석으로 들어가는 통로에 자리를 틀고 있었다. 이미 익숙한 사람들의 얼굴이 공연의 긴장된 모습으로 자기 몰두에 취해있다. 예술하는 사람들이란... 집중도 면에서 누가 따라갈 수 있으리오.


오늘 본 공연은 사회적협동조합 살판의 풍물공연이다. '밝은 것은 없다'는 제목처럼 옷도 어둡지만 무언가 전달의 메시지도 밝지 않다. 어둡거나 칙칙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그저 밝지 않다. 그 점에서는 성공적이다.


풍물공연을 예술적인 느낌으로 접하려 하니 낯설다. 신나거나 흥을 돋우는 역할에서 춤과 작은 소리 그리고 몸짓을 하나하나를 심도 깊게 바라보고 있자니 어색하다. 마음의 울림을 찾기는 잘 모르겠다. 직접적인 메시지가 아니므로 나 역시 직접적으로 영감을 받지 않아도 되리라.


공연을 넘어 여름의 무더위와 온 공기 중에 가득 찬 습기는 어떻게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불쾌지수를 높인다. 공기의 흐름이 멈췄다. 그 멈춤이 연희패의 공연에 마음을 멎듯하다. 공기가 멈춘 만큼 마음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공연자의 하나하나를 집중해본다.


프린지는 어렵지만 집중하면 최소한 잡념을 생각하게 하지는 않는다. 멈춰진 시간을 관조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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