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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12. 2017

월정리에서 세화 해변까지

2014년 12월 13일 또 다른 바다의 가능성을 찾으며

지난주에 이어 월정리를 다시 찾았다. 지난주는 김녕에서 시작된 제주의 바람을 월정에서 끝으로 맞았지만 오늘은 반대다. 월정리에서 시작해서 세화로 끝내기로 했다.원래대로라면 지난주의 거리와 오늘을 합해서 하루에 끝마쳐야 정상적이지만 지난주에는 비바람이 몰아치고 내내 감기 걸려 콧물이 흐르는 상태라 힘겨운 발걸음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번 주를 맞으며 주말 날씨를 계속 살폈다. 오후부터는 여지없이 비가 온단다. 제주시도 그렇고 서귀포는 물론 구좌와 성산까지 계속해서 비가 오는 것으로 되어 있다. 그나마 오전에는 비가 오지 않으니 다행이다 싶었다. 

어찌할까. 강행할 것인가. 오늘 하루를 쉬고 내일을 기약할 것인가. 그래도 토요일은 양보하기 어렵다. 정면 돌파하기로 결심했다. 우울한 느낌이나 쓸쓸한 느낌일지라도 비를 맞으며 가보자.

함덕쯤 지나니 차창에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빗줄기가 거세지며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숙소를 떠나기 전 하늘을 보니 아직은 멀쩡해 보였다. 장우산밖에 없는 지라 일단 무작정 버스에 몸을 싣기로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


동일주 순환버스를 타고 함덕쯤 지나니 차창에 비가 흩뿌리기 시작한다. 빗줄기가 거세지며 약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지난주에 한번 와본 동네인지라 익숙하다. 김녕도 그렇고 성세기 해변도 그렇다. 월정리 앞바다에서 내렸다. 

바람과 비가 한꺼번에 몰아친다. 결국 비가 옆으로 내리기까지 한다. 후두두둑 하면 배낭과 겉옷으로 떨어지는 소리가 빗소리가 아니다.


필시 하늘에서는 눈으로 내렸으나 땅에 내리면서 녹아버린다. 이것을 우박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스티로폼 같은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하염없이 떨어진다. 모르겠다. 일단 바다를 향해 걸었고 제대로 된 비로 변한 하늘의 선물을 맞이했다. 지난번과 다르게 길을 틀어 다른 마을의 뒷골목으로 향했다. 카페의 뒤쪽 골목이다. 여기저기에 펜션과 게스트하우스 식당, 커피숍들이 들어섰거나 들어서고 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하지 않은가.


필시 하늘에서는 눈으로 내렸으나 땅에 내리면서 녹아버린다. 이것을 우박이라고 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스티로폼 같은 크기의 얼음덩어리가 하염없이 떨어진다. 모르겠다

바다를 향했다. 지난주와 달리 물이 가득 해안까지 들이찼다. 몇몇 아이들이 바닷가에 나와 사진을 찍고 있지만 손이 곱을 정도로 춥다. 비바람이 한데 부니 한기가 느껴진다. 다행히 빗줄기가 가늘어져 이틈을 타 사진 몇 장을 찍는다. 처음부터 커피를 마시거나 쉬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다. 

어는 정도는 일부러 느지막이 집을 나섰다. 오전의 여유를 부리고 싶어서였다.

해변에서 신호부부 사진을 촬영 중이다. 무진장 추워 보인다. 둘이 키스하는 장면을 찍고 있는데 이 추운 겨울에 신부가 민소매의 옷을 입고 있으니 추워 죽으라는 소리다. 암튼 재미있다. 사진은 멋지게 나올 것 같다.


해안을 떠나 마을 사이와 밭담 그리고 이름 모를 남의 집 뒷길 다시 마을 밭담 사이를 구비구비 걷고 있다. 어찌 이 길을 올레길이라 하여 사람들을 걷게 했을까. 제주다움을 이해하는 데는 한결 도움이 된다. 길이는 길지 않은데 구비구비를 돌게 하고 있다. 시키는 대로 걷고 또 걷는다. 


쫓겨난 임금 광해군을 태운 배가 내렸다는 기착지가 곧 나타난다. 광해군의 심경? 인생의 허무함이랄까. 10여 년의 재위 기간을 뒤로하고 권력을 쥔 신하들에게 쫓겨나 어이없이 인생의 막을 내린 쓸쓸함을 누가 알 수 있었으리. 중간에 비가 내리다 그치기를 수차례 결국 하늘도 이날의 변덕을 미안해하는지 여러 차례 무지개를 선보인다. 3주 연속 무지개를 보고 있다. 오늘 무지개가 특히나 더 찐하게 섰다. 멋진 장면들이다.

좌가연대, 봉수대의 기능과 적선의 동태를 살피는 기능을 동시에 수행해써던 곳이다.

무지개가 떠서 하늘이 맑아지려나 싶은데 날씨는 내 마음같지 않다. 다시 조그마한 동네 뒷길과 밭사이를 걷는와중에 하늘의 구름이 또 모인다. 검은색의 구름은 모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느나. 어느새 무언가를 흩뿌리기 시작한다. 눈이 아니다. 비도 아니다. 그냥 얼음 덩어리. 우박이라 해두자. 순식간에 공간에 뿌려대고 있다. 선채로 다 맞고 있어도 참 멋진 장면이다. 단순한 핸드폰 사진 속에도 이 정체모를 우박스러운 것의 내리는 모습이 고스란히 잡힌다. 반갑다. 그러다 문뜩 마을과 뒷길들을 헤매는 길이 끝을 맞는다. 어느새 바다가 앞에 떡하니 가로막고 서있다. 자신을 봐달란다. 반가운 얼굴이다.

검은색의 구름은 모이는 것만으로 그치지 않느나. 어느새 무언가를 흩뿌리기 시작한다. 눈이 아니다. 비도 아니다. 그냥 얼음 덩어리. 우박이라 해두자


그 반가움을 뒤로하고 구부러진 길과 남의 담벼락을 헤맨 지 수차례 결국 나름대로 큰 마을이 앞에 나왔다. 세화에 도달했다. 오일장이 열리는 곳이 이 앞이다. 여기서 벨롱장이 열리겠구나. 이제야 어딘지 이해가 간다. 세화 해변에 도착하기까지 워낙에 바람과 비가 몰아치니 제대로 앉아 쉬어보지도 못했다. 솔직히 쉴만한 공간도 없다. 세화 해변의 몇몇 카페는 약간 명의 손님을 맞은채 그들의 담소 모습을 지나는 이의 눈에 비추어준다. 저들은 비 오는 날의 바다를 바라보며 무슨 생각들을 하고 있을까. 아마도 이같이 변덕 심한 날씨에 중무장을 하고 하염없이 걷고 있는 내 모습을 화제로 떠올렸을지도 모른다. 궁상을 떨고 있다고. 내가 그들을 관찰하듯 그들도 나를 관찰하지 않았을까.

오늘 하루를 걸으며 나처럼 걷고 있는 사람을 한 명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날씨라면 외출 약속도 취소해야 정상적인 판단이니까


제주의 해녀 박물관을 목적지로 하고 도달해보니 휴관 중이다. 아차... 싶다. 전에 내가 내년 2월까지 휴관한다는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난다.


내일은 여기부터 시작이다. 내일은 내일의 태양이 떠오르듯 시작이 다시 될 것이다.

그러면 올레의 마지막 코스가 아니던가. 다시 1번부터 시작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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