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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12. 2017

세화에서 종달리 가는 길_밭담과 하도 해안

2014년 12월 14일 제주의 동쪽 끝자락 마을들을 걸으며

올레길의 마지막 코스다. 21코스. 처음부터 시작한 것은 아니지만 여기까지 왔다.


어제의 비바람을 생각하면 오늘의 날씨는 양반이다. 버스를 타고 1시간여간 걸리는 세화 해변을 다시 찾았다. 일부러 세화 마을 안으로 들어섰다. 가운데 있는 커다란 나무에 흔들의자를 비롯한 쉼터가 턱 하니 놓여 있었다. 부러운 모습니다. 마을 자체가 여유로워 보인다. 해변 뒷편에 간간히 열려있는 카페의 차 한잔이 그리운 날씨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하늘의 구름과 바다와 밭의 모습은 그림으로 그리기에는 너무나 좋은 모습이다

싸늘하다. 다행히 비나 눈이 오지 않는 것만으로도 "휴~"하는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래도 역시 이 동네는 바람이 거세다. 제주해녀박물관 앞에 다시 섰다. 이곳이 시작점인 관계로 시작은 이곳에서 하리라. 내년 2월까지 휴관이다. 아쉽지만 따뜻한 봄날 다시 한번 보러 와야겠다. 뒤편의 풀밭을 지나는 길을 따라나섰다. 세화의 곳곳을 보기 위해 밭들을 한참 동안 지나고 있다. 날씨는 쌀쌀하지만 하늘의 구름과 바다와 밭의 모습은 그림으로 그리기에는 너무나 좋은 모습이다.

하늘이 파랗다는 것은 참 좋은 색깔이다. 사람의 마음을 힐링하는 느낌을 주니 말이다. 더구나 흰색의 구름은 묘한 조화를 이루게 해 준다. 세화는 참으로 척박한 지역이다. 옛적에는 더더욱 힘들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주에서 찾아보기 쉬운 그 흔한 귤밭 하나 존재하지 않는다. 곳곳이 무밭이나 당근밭 천지다. 바람이 거세다. 지하에는 온갖 동굴이 흩어져 있어 개발도 쉽지 않단다. 건물을 세우려다 갑자기 땅을 팠을때 동굴이 나와버리면 개발은 끝장이란다. 그래서인지 변변한 큰 건물 한채 없다.


외부의 사람들에게는 조용하고 한적해 보이겠지만 이곳에서 옛적부터 살던 사람들에게는 참으로 억척스럽지 않으면 안 되는 지역이었겠다. 그래서인지 제주사람들에게 구좌지역의 억척스러움은 옛적부터 잘 알려진 모양이다.


그런 세화를 걸었다. 나라면 이곳에서 펜션을 하거나 민박집 혹은 게스트하우스를 하지는 않겠다.

제주사람들에게 구좌지역의 억척스러움은 옛적부터 잘 알려진 모양이다

길은 밭 사이를 돌고 돌아 바다와 밭담을 사이에 두고 계속해서 걷게 했다. 바다가 한적하다. 바람이 불기는 해도 그정도로 무섭게 바람이 불거나 어제만큼 힘들게 하지는 않고 있다. 잔잔한 바다를 지나자니 여러 생각이 남는다.


이날의 하늘은 아무래도 색 하나 만은 좋은 점수를 줄 수밖에 없다. 비록 잔잔한 모양의 동쪽 끝자락이지만 하늘과 구름을 잘 던져놓은 느낌이다. 그래서인지 걸음은 힘을 줄만 했다. 동쪽 끝을 향한 발길은 천천히 오른쪽으로 길을 구부리고 있었다. 하도와 종달리 그리고 성산일출봉을 향하는 길이다. 옆으로 차들이 쌩쌩 지난다. 가끔은 이런 길을 신나게 달리고 싶지만 이 풍경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즐길 수 없다는 난점이 있다. 제주를 천천히 느끼는 기분은 역시 걸음만 한 게 없다.


넓은 길과 바다 그리고 초원 그리고 밭들이 이어진 길에 밝은 하늘까지 어느 것 하나 탁 트이지 않은 게 없다. 즐거운 마음으로 걷는다. 비록 오후 늦게 시작했지만 그래도 이 길이 즐거운 것은 어쩔 수 없는 것이 아닐까.

제주를 천천히 느끼는 기분은 역시 걸음만 한 게 없다


멀리 성산 일출봉이 눈에 들어왔다. 아직은 구좌읍이지만 하도에서 보는 성산봉은 이 지역을 일출봉과의 연관짓게 만든다. 그만큼 일출봉이 제주에서 갖는 의미는 무시할 수 없는 것이 아니겠는가. 멀리 서쪽으로는  한라산이 여전히 희미한 구름과 함께 내린 눈을 정상에 품고 지켜보고 있다.  멋진 그림이다. 토끼봉을 지나니 하도 해수욕장이 나왔다. 탁 트인 느낌이 좋은 곳이다. 오늘 하루 유일하게 올레길을 걷는 여성 일행을 만났다. 올레길을 걸으면 다른 일행을 만나는 일이 참으로 드문 일이어서 반갑다. 인사를 나누고 그들을 앞서 앞서 나간다. 밭 사이로 나를 이끈다.


성세기 해변으로부터 월정리 세화 그리고 하도 해변까지 구좌는 참으로 좋은 해변을 가지고 있다. 잔잔함에 있어서도 좋은 풍광이다.


이 해변을 지나니 올레 이정표는 나를 밭길로 이끈다. 다시 땅의 한가운데로 나를 이끈다. 이 앞이면 지미오름이 다. 우회길이 있을 터인데 직진해서 오르기로 했다. 배가 고프다. 쉬면서 뭔가를 먹고 싶은데 아직은 아니다. 정상을 기다려 보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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