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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Feb 18. 2016

바다의 색

공천포에서 걷는 바다길 산책

한겨울인 지금이 아닌 지난 가을의 바다를 되새긴다. 우울한 날씨에 밝은 날의 시간을 스스로 찾게 된다.


바다의 색이 이래도 되는 건가... 이건 편법에 가깝다. 아니 반칙이다.

2시가 다 되서야 먹기 시작한 점심이 5시가 다 돼서 끝이났다. 뭐 그리 할 말들이 많은지 수다는 수다를 낳고 수많은 버스를 시간과 함께 보냈다.     


목적지에 도달하기 몇 정류장 전 공천포에 내려 해안 도로로 산책하듯 걷기로 했다.

이미 올레길을 걸으며 와 본 곳이기도 하거니와 공천포 식당에서 물회를 먹기 위해 간간히 들렀던 곳이라 특별한 생각이 없었지만 내 자신의 무례함이 오롯이 베어나오는 순간들이 올 줄이야.


바다의 색을 파랗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날씨가 따뜻한 때문도 있었지만 해지기전의 맑은 햇빛이 이처럼 아름답게 바다색을 바꿔 놓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색이 너무 이뻐 울뻔했다. 너무 아름다운 바다색을 접하고 나면 시기심이 생기기까지 한다. 경외감이나 감탄은 이루 말할 것도 없고 괜실히 아쉽고 얄미운 마음도 생긴다. 인간의 감정은 그래서 종잡을 수가 없다. 너무 너무 라는 말을 하기도 아까운 순간들이다.     


바다의 색을 파랗다는 말로 표현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바다의 색깔은 어느 바다냐가 좌우하는 것이 아니다. 어느 계절의 언제 어떤 날씨에서 바다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색깔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침과 점심 저녁 무렵의 색깔이 다를 뿐 아니라 청명한 날씨나 구름낀 날씨 흐린 날씨 바람불고 태풍부는 날씨에도 바다는 그 순간을 색으로 드러낸다. 그래서 매일 같은 바다를 가도 언제나 감동이 있고 언제나 새롭다. 더구나 기대하지 않은 순간, 새로운 색을 보여줬을때 그 감동은 다리를 풀리게 만든다. 털썩 주저앉고 싶은 것이다.


괜실히 커피를 마시며 마치 화투장을 쪼듯 바다를 바라볼 필요도 없이 덤앤더머 처럼 점점 더 멍청이가 되는 순간들을 느끼면 되는 것이다. 그 색을 오늘 만났다.     


남쪽 바다는 참으로 섬들이 평평하다. 지귀도도 그렇지만 가파도도 그렇고 마라도도 결코 높지 않다....무슨 인공섬도 아니고.


바다가 조금씩 저녁의 색깔을 머금어 간다. 어둠의 색과 함께 황혼은 색이 함께 물들며 바다를 자신들의 페이스로 이끌며 색을 만든다. 


바다가 색을 바꾸는 날은 자꾸 그림이 그리고 싶어진다. 수많은 장면을 사진으로 간직하기 보다 손때 묻은 순간의 거칠음을 색으로 교감하고 싶어진다. 그림 그리는 재주가 있는 사람들이 부러울 때가 많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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