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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26. 2017

서부 오름의 왕좌 노꼬메오름

2015년 5월 25일

학교 후배 2명이 어제저녁 제주에서 개고생(?)하고 있는 나를 위로한다며 제주를 찾았다. 덕분에 연휴기간 중 서울에 가지를 못해 아내에게 엄청나게 욕을 먹었다. 그나마 서울과도  거의 인연을 끊고 있는데 연휴기간 중에도 제주에 머물러 있으니 욕먹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휴일에는 휴일스럽게 쉬면 되지 7시가 됐을 때 내가 일어나지 않자 아직도 뒹굴거린다며 성화를 부리고 난리다

제대로 된 가이드 역할을 해야 한다. 어제 저녁은 애월항에 가서 회를 먹었다. 감동을 주기에 충분한 맛과 가격이었기에 여세를 몰아 오전 스케줄을 잡는았다. 나이가 들어서인가 아침에 일찍 일어난다.  대충 9시 넘어서 일어나거나 10시가 넘어야 움직일 것이라는 예상을 했으나 50줄이 되어가니 6시가 되서 모두 일어나 하루를 준비한다. 결코 여행에 들뜨거나 하는 상황이 아닌 것을 알기에 낯설고 어이없다. 휴일에는 휴일스럽게 쉬면 되지 7시가 됐을 때 내가 일어나지 않자 아직도 뒹굴거린다며 성화를 부리고 난리다. 젊은 것들이란...


아! 피곤한 몸을 이끌고 하루를 준비한다. 오전의 예정은 서부 오름의 대표주자인 노꼬메 오름이다. 230m에서 시작되는 등반이 734m에서 멎게 되니 500여 m를 오르면 될 일이다.

노꼬메를 결정한 것은 뒤편의 한라산과 앞편의 협재와 제주시내 바다를 잠깐의 눈 돌림만으로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중 한 명이 지난해 다리에 부상이 있어 아직 철심을 박고 있는터라 이를 고려하지 못했다. 결국 천천히 오르기로 합의하고 노꼬메를 찾았다. 9시가 돼서야 오르기 시작한 노꼬메는 평범한 오름인 듯싶지만 그 높이가 만만치 않다. 약간의 평지를 지나 숲 속으로 들어가니 숲에 가려 볕이 직접 닿지 않아 시원하다. 길은 파인애플 매트를 새롭게 깔아놓고 있어 아주 쾌적한 산길을 만들어 놓고 있다.


쉬엄쉬엄 걸으며 올랐다. 정상 가까이 오르자 한라산 중산간이 삼나무 숲과 어우러져 감탄을 자아낸다. 정상에 올랐을 때 제주 바다를 함께 볼 수 있는 감동은 이 위치에 있는 오름만이 주는 감동이리라. 뒤편의 한라산도 깨끗하고 상쾌하게 보이거니와 앞쪽의 바다가 탁 트인 모습은 장관이 아닐 수 없다.

정상을 향해 씩씩 거리고 막판 스퍼트를 하고 있는데뒤편의 아저씨 한분이 바다 앞에 보이는 먼 거리의 섬이 완도라고 일행 아주머니에게 설명해 준다. 아무리 생각해도 완도가 보일 리 없다는 생각에 지도를 검색해 보니 역시 뻥이 심했다. 구글 지도에는 바다 앞에 보이는 섬이 추자도여야 방향과 거리상으로 맞다. 혹시 추자도가 아닌 것은 아닐까. 추자도라 하고 추자도가 보일 정도로 가시거리가 매우 좋다. 제주에서 다른 섬이 보인 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다. 물론 코앞에 있는 비양도나 우도 말고 말이다.

제주에서 다른 섬이 보인 다는 것은 참으로 멋진 경험이다

한참을 올랐지만 그 결과물에 만족감을 느끼며 오전 일정을 마쳤다. 아... 이놈의 제주도는 아직껏 이런 느낌을 주고 있으니 사람 마음을 갈등하게 만든다. 서울은 올라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그렇다고 경치 뜯어먹고 살 수도 없는 노릇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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