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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28. 2017

마음빛 그리미 '향연'_5회

2015년 6월 27일


마음빛 그리미 문화공연 5회째 향연... '쉼표'


매달 위미 앞바다의 '마음빛 그리미' 갤러리에서 열리는 문화행사 '향연'에 다녀왔다.


벌써 5회째다. 이번 향연의 주제는 쉼표. 그동안의 어려움을 겪으며 잠시 쉬어가자는 차원에서 마련한 주제다.


그동안 여러 차례 참여를 독려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바쁘다는 이유 만으로 참가를 미뤄왔다 더 이상 이건 아니다 싶어 무작정 위미로 향했다. 마음빛 갤러리야 내가 제주에서 찾은 안락한 장소이기도 하거니와 그런 의미에서 내 아지트의 역할을 해 주는 곳이기도 하다. 물론 그곳에서 친하게 서로 인사하는 사람들도 여러 명 생겼다.


갤러리를 운영하는 쥔장들도 이미 알지만 현재까지 사진을 전시 중인 이광모 선생도 어느새 인사를 한다. 그리고 오며 가며 인사하는 사람들. 제주에서 그렇게 낯선 사람들을 만나는 자리는 어지간해서는 쉽지 않은 사람들이자 장소이다. 그런 장소에서 나는 또다시 제주에 한 발짝 깊숙이 다가섰다.

향연을 주최하는 마음빛 그리미 측 의도는 간단하다. 전문적인 예술가가 아니어도 모든 사람들이 예술가여야 한다는 모토 하에 진행된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 공연하는 공연팀들은 모두가 아마추어이다. 간혹 전문적인 예술가들도 있지만 굳이 그렇게 전문적이지는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나는 그들의 진솔함에 늘 높은 점수를 준다. 그렇게 매달 진행되는 사람들이고 이날도 그들은 앞으로 끝까지 가보겠다는 의지를 더 강하게 내비쳤다.


끝까지 제주에서 버티며 이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그들의 의지를 보면서 내가 제주에서 좋은 장소와 사람들을 알게 됐구나 하는 기쁨과 공연의 즐거움을 함께 느낄 수 있었다.


그들에게 있어서 문화는 곧 생활이라는 점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가방에 주섬주섬 필요하다 싶은 것을 집어넣었다. 나중에 보니 정작 제일 필요한 것은 잊어버렸지만 말이다.


터미널에 있는 국밥집에서 속풀이를 하기로 했다. 가격 대비 내용물이 훌륭하다는 판단을 했다. 이전에 먹어보고는 종종 애용하고자 생각했던 바다.


시외버스터미널에 도착하니 위미 가는 730번 버스가 1분 전에 출발했다. 앞으로 기다릴 시간은 24분. 넋 놓고 앉아 있으면 된다.


제주에 내려와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시외버스를 타는 생활이 어느 정도 적응이 됐다는 점이다. 으레 늦거나 기다려야 하는 시간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고 편안한 마음을 먹으면 된다.

도착 예상시간은 4시 안팎. 1시간여를 넘어서 도착하고 보니 위미마을을 편하니 걸어본 적이 없다는 사실을 알아 천천히 마을을 돌아보기로 했다. 그 와중에 위미항을 천천히 걸어 목적지로 걷는다.


난 위미항과 위미리가 여러 면에서 마음에 든다. 마을이 상당히 습한 곳이기는 하겠지만 정겨운 이 느낌은 나를  이끄는데 주저함이 없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토요일 오후의 위미항이 잔잔하게 나에게 다가선다. 서귀포에 오면 늘 이곳에 살고픈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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