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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Nov 28. 2017

강정 평화대행진의 짬에서 만난 잠깐의 여유

2015년 8월 2일 강정천

평화대행진의 공식행사가 끝나고 5시까지 자유시간이란다. 뜨거워 미칠 지경인 날씨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앉아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행사 진행 측에서 제공한 점심식사를 마치고 시간이 널널하게 남는다.


미련스럽게도 시간 되는 만큼 왔던 길을 되돌아 걸어가다 올레길을 따라 바닷가를 향했다. 지도를 보니 강정천이 바다와 만나를 곳에 가면 조금은 시원하게 쉴 수 있으리라는 기대를 하고 걷는다.


혼자서 다시 걷는 기분은 더럽게 힘들고 덥다. 물을 적신 수건이 건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바로 말라버린다.

바닷가에 나서니 강정천의 끝자락에서 사람들이 첨벙이며 물놀이를 하고 있다. 얼마나 재미있어 보이는지...


해군기자가 없었다면 얼마나 놀기에 좋은 장소였을까를 다시 한번 생각한다.


쳐다만 보기에는 너무 억울하다 싶어 자갈 위에 걸터앉아 발을 벗었다. 물속에 발을 담그니 너무나 시원하다. 

아~ 이 기분이 제주의 기분이다.


1시간여를 가만히 앉아있으니 바다가 나에게로 들어오고 강정천도 나를 향해 끝없는 기쁨을 주고 있다.

다시 한번 해군기지가 아쉽다.


국제정치적이거나 국가적인 차원에서 불가피한 측면이 없지 않겠지만 어떠한 논리를 펴도 트라이포드로 바다를 막아버리는 행위는 참으로 유감스럽고 서럽지 않을 수 없다.


한 사람에 대한 야속함이 떠오르면서도 나의 잘못에 대한 생각을 하게 한다. 

강정천의 끝자락
강정천이 해군기지와 만나는 곳
문화행사 자리

5시까지 시간을 보내고 문화행사 자리에 앉았다. 역시 이런 자리는 낯설다. 2시간여를 앉아있다가 저녁 시간이 너무 늦어진다 싶어 자리를 일어섰다.


이렇게 힘든 날은 저녁 먹기도 어렵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만큼 힘든 순간이다. 집에 돌아와 내 얼굴을 쳐다보니 너무 미련스럽게 빨갛게 타버렸다.


힘든 하루였음이 분명하다.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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