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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y 15. 2022

2022 남도기행_맛집 여행 진주편1

진주의 하연옥찾아 가는 날

오랜만에 다시 맛집을 찾아 나선 여행 이야기를 써본다. 2년 전 8기의 백반을 먹으려 다양한 형태와 가격대를 찾아 여행의 주제를 백반으로 집중했었다. 2년이 지난 지금 그 시절의 추억이 가물가물해질 무렵, 몸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잠시라도 쉼을 갖지 않으면 영원히 미쳐 날뛰는 불가 학적 인간이 될 것이라는 판단하에 아무런 준비 없이 비행기를 잡았다.


이번의 목표지는 지난번에 가봤지만 집중을 하지 못했던 여수와 남해 그리고 새롭게 진주를 포함시켜 가벼운 산책 같은 여행을 다녀오리라 계획을 짰다. 대신 이번에는 비행기를 광주가 아닌 여수로 잡았다. 다행히 제주-여수 간 비행기가 시간이 아주 나쁘지 않다는 판단이 비행 편을 결정하게 된 계기였다. 조금이나마 운전거리를 줄여볼까 하는 의도 역시 포함되어 있다.


내부의 여행 과정은 다른 자리를 마련하고 먹거리만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보기고 한다. 우리는 일단 여수에서 도착한 즉시 진주로 달려가기로 했다. 집사람의 검색 결과 유명한 육전과 냉면을 함께 파는 진주 하연옥을 일차 목표로 삼았다. 진주가 어떤 곳인지도 모르거니와 그 식당에 대해서는 전적으로 집사람에게 맡겼던 터라 나는 네비와 함께 운전만 집중하기로 했다.



"설마 저기가 하연옥이야? "



네비상으로 바로 코 앞에 도착이다. 아파트 단지를 마주한 주택가 언저리라고 생각되는 지점에서 차들이 가득가득 차있고 주차 안내요원이 열심히 무전을 하며 차 한 대가 나가면 대기 중인 차를 들여보낸다. 내 앞에 다섯 대 정도가 기다리고 있는데 시간이 지나며 내 차례가 온다. 지시에 따라 빈자리에 주차를 하고 두리번거리니 4층은 되어 보이는 건물 두 채에 수많은 사람들이 빼곡히 앞에서 서성이고 있다. 무언가 도떼기시장 같은 분위기다.

"설마 저기가 하연옥이야? "

갑자기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일단 입구로 갔다. 마이크와 대기자를 통제하는 입구에서 주인인듯한 노로의 노인이 끊임없이 번호를 부르고 있다. 번호에 따라 사람들이 대기실 앞으로 손을 들고 다가가자 아주 단준한 지시를 내린다. 별관 혹은 본관. 그러고 보니 대기실 입구가 본관이고 옆 건물이 별관이다. 내 일행도 번호표를 받았다. 40번이다. 그런데 부르는 번호는 120번대다. 어떻게 움직이는 건지 아직 가늠이 안된다. 그보다 외부에 꽤나 굉장히 큰 소파와 의자들이 놓여있고 수많은 사람, 족히 100명은 넘는 사람들이 제 번호가 불려지기를 기다리며 시간을 때우고 있다. 우리도 얼떨결에 빈자리를 찾아 대기를 시작한다. 이미 시간은 2시가 되어가는데 사람들이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이미 가게 측에서는 대기번호를 받을 때 30분 정도 조금 넘거 기다릴 것이라는 언질을 주었기에 마냥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나로서는 무언지도 모르는 목적지를 향해, 아닌 그날의 점심을 위해 아침부터 강아지를 맡기고 비행기를 타고 렌터카를 빌려 1시간 30분이 넘는 시간을 운전해왔는데 다른 곳을 향해 가기에는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다른 곳을 향해 가기에는 너무나 억울하고 안타까운 상황이다


갑자기 집사람이  탄성을 내지른다. 

"이 식당 서울 마포에도 지점이 있네. 그곳으로 가면 이렇게 기다릴 필요가 없었을 텐데"

그대로 본점이니 그곳에 왔다 갔다는 것만으로 기록할 만한 아니 다녀갈만한 의미가 있는 거라는 대답을 하며 기다림은 이어갔다. 하나둘씩 주변의 사람들이 식당 측의 호출에 기분 좋게 본관과 별관으로 나뉘어 삼삼오오 사라져 간다. 그만큼 새로운 사람들이 대기실을 채우고 있기는 하지만...

대기표를 받고 번호가 불리기를 기다리는 사람들

2시 30분이 넘어 드디어 내 번호가 불린다. 200번까지 올라간 번호는 다시 1번부터 시작되는 시스템이었다. 40번을 부르더니 본관이라는 지침을 하달해준다. 기쁜 마음으로 가야 하기에는 너무 지쳐버렸지만 그래도 기다림의 끝이 다가왔기에 도대체 어떤 식당이기에 이토록 사람들의 선택을 받을지 궁금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거기는 새로운 세상이다. 일하는 종업원들이 왕언니의 지시와 자발적인 행동을 통해 수없이 많은 수문을 소화하고 손님이 가버린 장소를 치우고 있다.

대기중에 만난 강아지 포트메리온종. 이 녀석은 식당에서 키우는 개이기는 한데 무슨 사연인지 뒷 다리 하나가 없다.

이미 메뉴판을 볼 의미도 없다. 우리는 비빔 냉면과 물냉면과 육전을 하나씩 시켰다. 많은 사람들이 이 선택에 동조하는 듯했다. 테이블마다 넓적한 육전 접시가 기본처럼 널려 있으니 이곳은 육전을 먹지 않으면 안 되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식은 생각보다 오래 기다릴 필요 없이 빠르게 나왔다. 기다림의 장구한 세월에 대비해서 내부에서도 오래 기다리면 어쩌나 싶었는데 식당이 풀가동하는지 음식들은 오분 정도만에 상위에 놓였다. 드디어 먹을 차례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지치기도 했으니 음식에 대한 기대 만땅이다.


일단 냉면은 이북식 냉면이 아닌 관계로 비교적 맛이 심심하기보다는 조금 자극적이라는 생각이 미쳤다. 냉면은 맛이 있었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 냉면은 오묘한 맛을 평가하기에는 사실 다른 냉면과의 차이를 명확히 집어내야 하는데 그러기에는 내 입맛이 그렇게 전문적이지 않기에 단순한 비교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당연히 평양냉면에 비하면 자극적일 수박에 없다. 그러나 흔히 서울에서 먹게 되는 오장동 냉면이나 이런 곳에 비하면 달달함이나 매콤함이 조금은 작다. 허기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헐레벌떡 물냉면과 비빔냉면을 번갈아 가면서 먹어가는데 양이 장난이 아닐 만큼 많다는 사실에 놀랍다. 남녀가 함께 다 먹기에는 벅찬 양이다. 특히 집사람이 먹는 양을 고려하면. 그리고 우리에게는 2만 4천 원짜리 육전이 기다리고 있다.

육전에 대한 기대는 나에게 별로 없다. 육전을 해 먹는 지역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내가 전 종류를 그다지 즐겨하지 않기에 새로운 남도의 음식문화를 접한다는 수준의 기대감을 가지고 있었다. 소스에 찍어 네모로 잘려진 육전을 먹었을 때의 느낌은 이거 기존의 전이나 고기와는 완전히 새로운 맛이라는 생각이었다.

"오호! 이거 새로운 세상인데. 고기를 이렇게도 먹을 수가 있구나!"

남도 지역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별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한다고 싶겠지만 육전이라는 것을 처음 먹어본 사람의 입장에서 보면 꽤나 괜찮은 음식이라는 결론을 낼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냉면의 양만으로도 배를 가득 채울 수 있을 것 같은데 넓은 크기의 육회를 먹는 일이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니...

냉면과 고기를 함께 먹는 맛은 육전과 냉면뿐 아니라 불고기와 냉면을 제공하는 식당에서 익히 맛본 상태들인지라 낯설지 않지만 이것은 그것들보다 맛이 조금 더 낫다는 판단이 들었다. 육전과 냉면의 조화를 생각하고 사람들이 이토록 줄을 서는 것이 아닌가?


식사가 끝나갈 무렵 옆 테이블에서 새로운 손님이 찾아왔다. 젊과 많이 먹을 것 같은 커플이다. 고민 끝에 그들은 소고기 국밥과 물냉면과 비빔냉면 육전을 시킨다. 추가로 더 시킬 것을 찾는다. 두 사람이 저걸 다 먹는다고.  기억 속에 그들은 무언가 하나를 더 시켰다. 주문을 받는 사람들이 2인이 시키는 주문이 맞냐는 되물음에

젊은 여자가 대답한다.

"이렇게 시키면 안돼요?"

'가게 입장에서는 왜 안 되겠니. 문제는 너네들이 그거 다 먹을 수 있느냐가 문제지.'

혼자서 옆에서 벌어지고 있는 상황을 흥미롭게 바라보면서 배 터져 죽을뻔한 육신을 이끌고 퇴로를 찾아 식당을 나왔다. 이전의 남도의 한정식들하고는 완전히 다른 느낌은 때려먹기 느낌이다.

가장 신기한 것 중 하나는 나는 경상도에 가면 먹거리에 대해 사실 걱정이 된다. 옆 동네인 전라도에 비해 먹거리가 많이 빈약하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하연옥의 냉면과 육전은 다양한 전라도식 요리는 아니지만 수많은 사람들에게 킬러 콘텐츠로 자리 잡았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특히 진주가 예전부터 다른 경상도 지역에 비해 음식문화가 비교적 잘 발달되어 있다는 이야기를 어디선가 들었던 기억이 있어 이를 참조하기로 했다. 그래 또 다른 먹거리는 뭐가 있을까.


참고로 그날 아침을 굶고 점심을 너무 늦게 많이 먹은 터에 저녁은 먹는 것을 포기하고 한밤 중에 가벼운 맥주 한잔으로 끼니를 때웠다는 후문이다. 근데 그 젊은 남녀는 시킨 음식을 다 먹기는 했으려나.

<하연옥 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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