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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리 May 12. 2016

관리가 안되어 의미 있는 길_홍가시나무길

폐교된 탐라대학교 교정을 살며시 들여다보는 기회

인간이 자연에 얼마나 독이 되는가를 되짚어 보게 되는 경우는 많다. 매머드의 경우도 그렇고 수많은 동식물들의 멸종이 인간 때문이라는 예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런 때문인가. 인간을 바이러스에 비유하는 경우도 종종 보거니와 다른 종족과의 양립이 불가능하도록 만들어지고 추구하고 있는 양태를 언급하는 경우도 본다. 그 어떤 거창한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사람의 손이 결코 약손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아직 어찌 될지 모르지만, 아마도 이미 많이 알려지기 시작한 때문에 다시 피폐해지고 황폐해지겠지만 그래도 그 같은 예를 제주에서 언급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제주의 홍가시나무길도 그 전철을 밟고 있는 좋은 예가 되고 있다. 


나 역시 잘 몰랐다.

이미 내가 찾았을 때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길을 거닐며 사진을 찍기 여념이 없다. 셀카도 어김없는 통과의례쯤으로 보인다. 어디서 보고 듣고 왔는지 반응들도 빠르다. 하긴 나도 인터넷에서 우연치않게 찾게 된 홍가시나무길이라는 것을 보고는 오게 됐으니 다른 사람들이 먼저일 뿐이다.


서귀포시청을 들러 제주시내로 넘어가는 길을 고민 중이었다. 밝은 날씨를 제대로 느끼고자 1100 도로를 넘기로 선택했다. 구불구불한 길이지만 한라산을 바로 옆으로 넘는 기분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갑자기 폐교된 탐라대학 부근에 다 달았을 때  빨간 잎의 나무가 있다는 사실이 떠올랐다. 이곳 어딘가에 있는 것 같은데...

푸르름 대신 붉음을 선보이는 나무들이 길을 연이어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은 어떤 경우에도 흔치는 않는 일이다

길가에 차를 세우고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탐라대학교 안으로 표시가 되어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딘지 모르겠다. 일단 거리를 찾아 옛 교정 안으로 들어갔다. 그 교정의 한 복판에 이 같은 길이 있을 리 만무하다. 다시 자세히 찾아보니 누군가 친절하게 가는 길을 알려주고 있다. 막상 길은 도로변 바로 옆에 있었다. 예전 같으면 많은 차와 사람들이 다녔을 초입이지만 지금은 언뜻 지나치기 쉬운 곳일 뿐이다. 누군가 1100 도로를 지나면서 바리케이드가 쳐진 폐교된 탐라대학교를 들어가고자 하는 충동이 일어 이를 실행에 옮기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홍가시나무가 사진에서 보는 것만큼 혹은 늦가을 짙은 붉은색의 단풍이 만큼 새빨갛지는 않다.  봄이 무르익어가는 시절에 푸르름 대신 붉음을 선보이는 나무들이 길을 연이어 자리 잡고 있는 풍경은 어떤 경우에도 흔치는 않는 일이다. 그래서 더 눈길을 끄는 지도 모른다. 붉은색의 강렬함도 그렇고...

이곳은 이제 한여름을 훌쩍 뛰어넘은 가을이다. 그 가을이 걸어서 5분 정도면 되는 2~300m 정도의 거리에 늘어져 있다. 


나 역시 스마트폰의 카메라를 열었다. 그곳에서 느끼는 낯섦과 신비함을 놓치기 싫음인지 관광객으로 한껏 중무장했다. 관광객이 되었을 때 혼자인 것은 별로 유쾌한 기분은 아니지만 잠깐 동안 따스한 오후를 경험할 수 있는 기회는 나쁘지 않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내팽개친지 몇 년이 되지 않아 자연은 나름의 즐거운 길을 만들었다


길이 끝나는 반대쪽에  몇몇이 이쁜 색의 차량 주변에 모여 있다. 초록색 정확히는 민트색으로 도장을 한 짚과 트레일러가 서있다. 차와 간단한 먹을거리를 팔고 있는 푸드트럭이다. 여기에 1톤 봉고트럭이 서서 장사를 하고 있었다면 꽤나 슬픈 모습이었을 것이다. 다행히 판매자는 색의 느낌과 이곳을 찾는 관광객들의 기호를 아는 듯 흔치 않은 차량과 색을 배치해 놓음으로써 분위기를 깨지 않는 센스를 발휘했다. 짧은 산책길의 본의 아닌 포인트가 되어버렸다.


이미 다른 길을 통해 몇몇 차량이 입구에 주차를 하고 어디선가 들은 홍가시나무길의 이야기를 눈으로 목격하고자 지속적으로 찾아들고 있다.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들이 있다.


이곳이 폐교가 되지 않고 학교의 관리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졌다면 이 같은 호젓한 관광길이 이루어졌을까 하는 점이다. 사람의 손이 닿지 않고 내팽개친지 몇 년이 되지 않아 자연은 나름의 즐거운 길을 만들었다. 인공적인 시작이었겠지만 인공적이지 않고 내팽개쳐져 있어 더욱 편안한 길이 됐다.


잠깐의 설렘을 가슴에 담고 원래의 시작점으로 돌아와 나서는 길. 학교의 곳곳을 알리는 이정표가 관리되지 않은 채 나무와 섞여 고풍스러움을 자아낸다. 그래서 더 보기 좋다. 사람의 관리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사람들에게 더 큰 매력을 준다. 


인간은 왜 스스로를 기피하는 인물로 만들어 버린 것일까. 의도하지 않았지만 서서히 관광지가 되어가는 홍가시나무길이 오랫동안 방치된 채 남아있기를 바라며 한라산을 향해 나섰다. 

홍가시나무길의 입구
다른 곳은 푸르름으로 계절을 만끽하고 있다.
탐라대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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