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4
주택가 이면 도로의 거주자 우선 주차 공간을 따라 늘어선 추락 방지 차단벽(벽 아래로 천변길이 펼쳐져 있다.)에 웬 ‘물고기’ 두 마리가 보이길래 사진을 찍었다. 래커 낙서다. 누가 그렸는지보다 왜 그렸는지가 더 궁금했다. 피사체를 포착하며 나는 생각했다. ‘굳이 왜 이런 곳에, 하필 고래를⋯?’ 집에 돌아와 사진을 확인하면서는 ‘고래가 아닌가?’ 하고 의심했다. 분기(噴氣)라도 그려져 있었다면 긴가민가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다시 보니 복어(자주복이나 검복) 같기도 했다. 물론 그림의 어종이 바뀐다 한들 ‘굳이 왜 이런 곳에, 하필 ○○를⋯?’이라는 내 호기심의 본태는 달라지지 않는다. 다만, 머릿속에 미묘한 균열이 발생한다. 당연히 고래인 줄 알았던 최초의 감각과, 고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사후적 반성의 충돌. 경미한 접촉 사고다. 뇌리에 미세하나마 스크래치가 남는다. 이런 작은 ‘자국들’이 반복적으로 뇌 피질에 보태진다면 자연히 당사자의 감각계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자국이 없을 때(혹은 하나뿐일 때)와 자국이 생겨난 후(혹은 여러 개가 된 후) 감각하는 대상과 사물은 분명히 다를 것이므로. 전방 주시 태만에 의한 교통사고 후 운전자의 ‘눈’이 비로소 겸허해지듯. 담벼락 낙서 하나도 허투루 보아지지 않게 돼 버렸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