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5
내가 소유한 50밀리미터 단렌즈로는 달 사진은 무리다. 정월 대보름, 블루 문과 슈퍼 문, 일식과 월식 등 천체 현상이 있는 날이면 어김없이 렌즈 욕심이 차오른다. 월면을 프레임 한가득 거뜬히 포착해 줄 800밀리미터 망원렌즈라든지, 그보다는 조금 아쉽겠으나 200~400밀리미터 줌렌즈를 인터넷 쇼핑몰에서 검색해 보고는 한다. 둘 다 고가라 구매하기 쉽지는 않다. 할부로 지른다면 최소 1년은 긴축 재정에 돌입해야 할 것이다. 언젠가 여윳돈이 넘치도록 생긴다면(과연?) 바로 사 버리자, 에잇⋯. 달의 신비 아래 한다는 생각이 고작 이런 수준이다. 이런 내 위에서, 정작 달은 동네 가로등이랑도 보조를 맞추고 있다. 아무나 쳐다봐도 부시지 않은 빛이다. 50밀리미터의 시선으로 올려다보는 달은 내 머리 위에 있으면서 가로등 뒤에 있다. 나는 가로등 옆에 서 있다. 셋 다 나란하다. ⋯⋯라는 인식의 바탕은 50밀리미터짜리 인간 시선의 건방짐일까, 달이라는 우주의 겸손함일까.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