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경 리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6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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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에서 창밖 풍경에 감탄하다가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풍경도 풍경인데, 어쨌거나 창의 위치를 잘 잡았다고. 창밖 풍경이 ‘좋아 보이는’ 자리에다 알맞게 창을 냈다고. 창을 일종의 프레임으로 여긴다면, 창밖 풍경은 한마디로 창틀의 형태에 따라 잘린 물상(物像), 크롭 이미지(cropped image)다. 어떤 카페의 전망이 좋다는 것은 창을 적절한 지점에 냈다는 뜻이고, 이는 곧 그 카페가 건물 밖 세계의 무수한 요소들 중 ‘좋아 보이는’ 부분만을 엄선하여 창-프레임에 담아 손님들에게 무한 제공 한다는 얘기다. 도심 속 카페임에도 창의 방위를 어디로 설정하느냐에 따라 ‘이곳(빌딩숲 한복판)이면서 이곳이 아니기도 한 곳(이를테면 진짜 숲속)에 머무는 듯한’ 공간성을 자아낼 수 있다. 가만히 한자리에 앉아 음료를 마시는 고정적-명사적 행위만으로도 가변적-동사적 차원이 열리는 것이다. 이러한 ‘열림’이 내 반복되는 일상의 창이다. 지금의 나 자신이면서 다른 차원의 나 자신이기도 한 모습을 상상하고 응시하기. 내가 정의하는 ‘휴식’이다. 커피보다는 창밖 풍경의 리필이 더 반가운 이유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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