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7
도보객 한 명 보이지 않는 평일 오후, 혼자 둘레길을 걷다가 웬 흰 개와 마주친다. 사람은 올라가고 개는 내려오고 있다. 순간 긴장한다. 산책로 초입에서 ‘들개 조심’ 주의문을 봤었다. 텔레비전인지 유튜브인지에서 주워 듣기로는, 산에서 맹수를 만나면 등을 보이거나 시선을 회피하지 말라 그랬다. 그대로 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개는 앞만 보고 내려오다가 내 옆을 지나는 동안에만 슬쩍 상대를 일별하고는 다시 전방 주시. 뒤도 안 돌아보고 제 갈 길 가는 개의 뒷모습을 한참이나 바라본다. 그냥 우리 둘 다, 갈 길 가는 길이었던 것이다. ‘긴장하지 말자. 이겨먹으려고 씩씩대지 말자. 다들 그저 갈 길 가는 중이다.’ 사람과 갈등을 빚을 때마다 둘레길의 흰 개를 떠올린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