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9
단독 주택들의 정연한 풍경 뒷면에는 마치 가전 기기 하부에 숨겨진 일련번호처럼 도시가스 계량기가 자리해 있다. 꽤나 이질적인 이미지다. 낯익은 일상성의 외피를 두르고 있지만 실은 ‘기계’와 ‘숫자’에 의해 단어 그대로 계량되고 있음을 깨닫는 서늘함. 그 대상이 청소기나 헤어드라이어 같은 만만한 사물이 아니라 누군가의 집이라면 이형(異形)의 선예도는 더욱 또렷해진다. 사람의 체온과 체취가 깃든 보금자리조차 ‘번호가 매겨짐으로써’ 중앙 통제의 관리를 받고 있다, 라는 각성이 나른한 산책의 무드를 깨뜨린다. 물론 이조차 평일 한낮에 설렁설렁 주택가나 거니는 웬 한량의 뜬구름 잡는 감상인지도 모르겠다. 지붕과 벽돌, 대문과 창문, 나무와 화단이 어우러진 가가호호의 인정미(人情味)와는 영 딴판인 도시가스 계량기를 보며 혼자 또 세월 좋게 이런 다짐이나 하고 서 있다. ‘그럼에도 삶들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다는 착각에 빠지지 말자.’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