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려 일하다

[평일의 의식의 흐름. 봄] #18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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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무더위는 이제 별스러운 일도 아니다. 뉴스 보도를 검색해 보니 2024년 5월에는 30도 안팎의 폭염도 곧잘 관측됐었다. 그해 그 달의 평일 오후, 버스에서 내려 서울 광화문의 대형 서점까지 걸어가는 고작 5분 동안 반팔 티와 반바지가 땀에 젖었다. 안경이 자꾸 흘러내려서 손수건으로 얼굴을 닦다가, 긴소매와 긴바지 차림의 야외 노동자 분들을 보고 겸허해졌다. ‘땀 흘려 일하다’를 관용구로만 사용해 온 사무직 노동자 출신인 나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육체적 업무 강도. 냉난방 빵빵한 사옥 안에서—여름엔 카디건을 걸치거나 겨울엔 스웨터 벗고 반소매 차림으로 일하기도 했다.—기껏해야 키보드 위의 손가락과 모니터 앞의 눈만 활용했을 뿐인 내 경력이 하찮게 느껴졌다. 생각해 보니 10년 넘게 일하면서도 땀 한 방울 흘려 본 적 없었던 것 같다. 그러니 아무리 관용적 표현이라도 나 자신의 노동에 대해 ‘땀 흘려 일하다’라는 수사는 어불성설일 터. 2024년 5월은 회사 그만둔 지 1년이 되어 가고 재취업 활동 2년차에 접어들던 시기였다. 봄인지 여름인지 헷갈리는 평일 한낮의 땡볕 아래, 그제야 나는 스스로를 별것 아닌 인간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던 것 같다. 나는 그것을 긍정적인 내면의 도약이라 믿고 있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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