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 종점 같은 인간이 되고 싶다

[평일의 의식의 흐름. 여름] #16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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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느슨한 걸음으로 십 분 남짓 언덕길을 오르다 보면 버스 종점이 나온다. 좋아하는 장소다. 시동을 끈 채 차곡히 정차한 버스들, 느긋하게 종이컵 커피를 마시거나 담배를 태우는 셔츠 차림의 운전기사들. 딱 벌어진 산등성이와 울창한 수풀이 정비소 겸 휴게 공간이기도 한 운송 회사 건물의 뒷배경이 되어 주고 있다. 그 풍경을 멀리서 바라보는 일이 내 평일의 소소한 낙이다. 움직이던 것은 잠시 멈추고 가만하던 것은 약동할 채비를 갖춘다. 정적인 공간처럼 보이지만 실은 들어오는 에너지와 나가는 에너지가 수시로 교차⋅순환하는 와동의 지점이다.

버스 종점 같은 인간이 되고 싶다. 시종일관 나긋한 품성을 유지한 채, 내 안을 후비고 헤집고 달구는 온갖 감정들을 지혜롭게 정리해 들일 것과 내보낼 것이 서로 충돌 없이 제 갈 길 가도록 마음자리를 내어 주고 싶다. 내 마음이 버스 종점 같았으면 좋겠다.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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