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ffee & Onion

[평일의 의식의 흐름. 가을] #9

by 임재훈 NOW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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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 아메리카노 테이크아웃 컵이야 뭐 그럴 수 있다 치자. 얼음도 안 비운 플라스틱 용기를 쓰레기통에 넣는 것보다야 낫다고 볼 수 있잖아. 비좁은 통 안에서 오염수에 적셔진 폐기물들이 썩은 내를 풍길 일은 없을 테니. 어쩌다 이 목재 담장 앞을 지나가던 내가 눈 한 번 딱 감고, 남의 타액이 섞인 용액(녹은 얼음)을 어떻게든 비워 낸 뒤 도로변 공공 분리수거함에 쏙 던져 넣는다면 모두 해결될 일이다. 하지만 양파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얼토당토않게 왜 양파가 한 망도 아니고 한 개만 달랑 여기 놓여 있는 것인가. 누가 일부러 갖다 놓은 건가 아니면 잠깐 여기 놓았다가 가져가려던 걸 까먹은 건가. 양파 옆에 테이크아웃 컵이 놓인 건가, 테이크아웃 컵이 먼저 여기 있었고 그다음 양파가 놓인 건가. 혹시 둘 다 같은 사람의 소행인가. 한 손엔 양파를 다른 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있었나. 도넛 대신 생양파를 씹어 먹으려 했단 말인가. Coffee & Doughnut? Coffee & Onion!

그냥, 얼음 녹은 커피 물이 든 테이크아웃 컵과 웬 양파 하나가 동네 주택가 목재 담장 위에 올려져 있었을 뿐이다. 세상에는 먹다 남긴 커피와 양파가 나란히 놓이는 일도 일어나는 법이다. 커피 마시던 중에 급한 전화를 받고 어딘가로 부리나케 뛰어갔는지도 모르지. 단골 채소 가게에서 실한 양파 하나를 서비스로 받았나 보지. 괜히 흥분하지 말자. 대상도 없는 ‘뻘-화’를 표출하지 말자. 심리적 섀도복싱 금지. 만사를 의연히 대하는 태도를 연습하자. 커피랑 양파가 뭐 어때서.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저자 소개. 포트폴리오 / 인스타그램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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