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의 의식의 흐름. 가을] #7
여름에는 길바닥을 잘 살피며 걷는다. 가끔가다 보행로 한복판에서 바동거리는 기운 빠진 매미나 지렁이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밟지 않으려고 몇 번 피해 다니다 보니 자연스레 발밑을 의식하며 걷게 되었다. 이 습관이 초가을까지 이어진 덕에 ‘곤충 학살자(?)’가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사람이라고는 나뿐인 동네 산책로에 웬 사마귀 한 마리가 딱 버티고 서 있다. 양 앞발을 치든 자세가 그야말로 당랑권이다. ‘덤벼라 세상아’ 외치며 섀도복싱 중인가. 아니면 낯선 산책자와 결전이라도 벌일 작정인가. 이게 무슨 대낮의 당랑거철이람. 혼자 별생각을 펼치면서 사마귀 앞에 쭈그려 앉는다. ‘범’과 ‘아재비(아저씨)’를 합친 ‘버마재비’라는 이름으로도 불리는 곤충계의 포식자. 과연 미동 한 번 없이 제 앞의 인간을 경계하고 있다. 성인 손가락 세 마디 정도 크기인 몸집에서 어떻게 이런 꼿꼿한 기운이 뿜어져 나올까. 앙망의 눈빛으로 초록 곤충을 한동안 응시한다.
온몸의 온 힘을 다해 팽창시킨 생의 한 순간. 이걸 내가 밟을 뻔했다. 밟았는 줄도 모르고 살 뻔했다. 여름뿐 아니라 사시사철 눈 아래의 작은 존재들을 감각하며 다녀야겠다. 놀라게 해서 미안하오, 버마재비 공.
사진수필 『평일의 의식의 흐름』(2025)
- 글과 사진. 임재훈
※ 『평일의 의식의 흐름』 브런치북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편으로 분재됩니다. 각 계절당 25편의 글과 그보다 많은 사진들을 실을 계획입니다. 혹시 모를 무단 전재 및 배포 행위를 예방하고자 브런치북에는 원본 사진이 아닌 해상도(용량)를 줄이고 텍스타일 효과를 입힌 사본을 게재합니다. 추후 출간 작업이 진행되면 출판사와 원본 사진들을 공유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