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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리날개 Jul 03. 2023

(10) 인터폰과 비상주파수

이것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은 한 명 밖에 없었다

(이전 이야기)

비행기와 승객들은 신비로운 체험을 한다.

두크는 발목이 다쳐 다시 움직일 수 없게 되는데. 





[D-3 트랙터 생식]


  새롭게 생긴 농장에는 다양한 작물들이 자라고 있었다. 그중 대부분은 기름야자였다. 밭에서 재배된 야자열매는 로컬의 정유공장으로 보내졌고, 정유공장에서는 바이오 연료로 바뀌어 전 세계로 재 수출되고 있었다. 이후 다양한 기계에서는 해당 연료를 이용하여, 다양한 형태로 자연을 파괴하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하고 있었다.


  트랙터는 팜유 농장에 점점 번져 나갔다. 하늘에서 본 트랙터는 마치 생물처럼 번식력이 강했다. 또 한 재배를 한 번, 마친 땅에서는 더 이상 식물이 자라지 못했다. 기름야자는 많은 지력을 사용한다. 그 땅은 회복되는데 너무 많은 시간이 걸린다. 


  더 이상 황폐화된 땅에서는 식물도, 동물도 살 수 없었다. 두크네 가족들은 점점 자신들의 서식지가 줄어 뜸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어디를 가도, 새로운 트랙터가 자리 잡고 있음에 너무 절망하였다. 그때 죽은 두크의 누이 중 하나는 이렇게 태풍이 되어서 분노하고 있던 것이다.



[C-8 동질감]


  속헹은 물속에 비친 원숭이의 사연을 보고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다고 느꼈다. 비록 본인은 같은 인간 종족임 이에도 불고하고, 글로벌 개발에 자신의 일터를 잃었다. 그리고 한국으로 넘어와 일을 하고 있었다. 속헹은 비행기를 타고 갈 곳이라도 있었지, 원숭이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했다. 멸종위기종임에도 불구하고, 보금자리를 마련해 주지 못한 죄책감도 들었다. 동물원 생각도 해보았지만, 그것은 반 인륜적, 아니 비록 사람이 아니더라도, 비 윤리적이라고 생각했다. 


  그때, 문득 거미사냥터 한 곳이 생각났다. 베트남 동허이로부터 서쪽으로 100Km 떨어진 곳에 힌남노국립공원이 있다. 산이 울창한 곳이고 소수 민족을 보호하기 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한 곳. 이곳에서는 더 이상 트랙터가 다닐 수도 없고, 개발을 할 수 없는 곳이다. 그곳이라면, 이 원숭이들이 안전하게 몇 백 년 살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속헹은 원숭이에게 손짓 발짓을 다 통해가며 차근차근 새로운 서식지에 대해서 설명하기 시작했다. 캄보디아어와 손짓 발짓, 그리고 막대기를 이용하여 새로운 곳의 위치를 설명해 보았다. 원숭이는 신기하기도, 초월적 지능을 얻게 되었는지 알아듣는 눈치였다. 원숭이는 남은 종족들이 해당 서식지로 이동하기를 바랐고, 이후 태풍의 능력을 이용해 원숭이를 해당 서식지로 이동하였다. 이곳에서 시간은 빨리 진행되었다.


  새로운 서식지는 아름다웠다. 안전했고, 먹이가 많았다. 놀이터가 넓었고, 무리고 생활하기에 너무 좋았다. 

그곳은 새로운 천국이었다. 



[D-4 개척 보금자리]


  베트남에 있는 퐁냐케냐 국립공원은 2003년 유네스코 세계 자연유산으로 등록되었다. 이곳에 왼쪽에는 라오스의 힌남노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다. 비록 사람이 사는 곳의 경계선은 정해져 있지만, 동물들의 세상에서는 이쪽저쪽으로 쉽게 이동할 수 있었다. 여권과 비자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이주한 곳에서는 항상 문제가 생기기 마련이었다. 국립공원의 동쪽에는 돼지꼬리원숭이, 아쌈원숭이, 짧은꼬리원숭이, 흰뺨긴팔원숭이 무리가 살고 있었다. 이들은 새로운 원숭이 무리가 다가오자 세력 다툼을 하기 시작한 것이다. 서식지에 대한 권력 싸움이 있었고, 상호 집단으로 이루어진 원숭이는 이주민을 서로 견제할 수밖에 없었다. 문제는 두크네 종족 무리의 수가 너무 적었다. 적당한 견제와 싸움으로 세력을 키우는 것까지 바랄 것이 없었는데, 본인들이 처음 자리 잡은 서식지까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이다. 


  텃새는 이주민들과 정착민들 모두에게 고통이다. 


[C-9 텃세]


  태풍의 원숭이는 또다시 분노하기 시작했다. 이 종간의 싸움은 불가피하다. 하지만, 같은 종인 원숭이 종과의 배제와 견제는, 두크네 원숭이 무리 좌절시켰다. 종족의 존엄성은 위태로웠다.


  두크네 원숭이는 분개했다. 타민족이라면 색안경을 끼고 바라보는 시선들, 이미 자신의 영역에 가진 것이 풍부함에도 불가하고, 자신의 자리를 내어줄 생각은 없어 보였다. 욕심의 자본은 더욱 욕망을 추구하였다. 자신들에게 도움이 되지 않은 일들을 거들 떠 보지도 않았다. 이대로 라면, 종의 미래는 없었다.


  원숭이는 격하게 날 뛰기 시작하고 발을 구르며 소리를 질렸다. 한자리를 뱅뱅 돌면서, 이것저것 주먹으로 치기 시작했다. 커다란 원숭이는, 작은 인간 무리에게 너무 위협적인 존재였고, 그의 행동은 자칫 인간들을 깔아 뭉게 버릴 듯하였다. 

  사람들은 분한 원숭이를 피해 이 쪽 저쪽으로 달아났지만, 속헹은 어떻게든 원숭이를 진정시키고, 비행기를 살리고 싶었다. 원숭이 주변에서, 계속해서 달래고 있었다. 그때 소리 지르는 한 인간을 본 원숭이는 그대로 화를 참지 못하고 속헹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속헹은 가까스로 피했지만, 주변의 독거미는 그러지 않았다. 속헹은 거미에 물렸고, 목에는 제거되지 않은 이빨 자국이 선명했다. 


[C-10 현실]


  속헹은 태풍 속의 비행기에서 깨어났다. 비행기는 빠른 속도로 지면을 다가가는 중이었다. 다행히도, 기수는 목표 지점을 향하고 있고, 양 날개 조종면의 움직임은 둔하지만, 부지런히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비행기는 계속해서 강하했고 유압계통 문제로 재난 상황이었다.


  어쩔 모르는 속헹 주변으로 아직 기절해 있는 사람들이 보인다. 평온하게 기적해 있는 사람도 보이지만, 괴로운 듯 인상을 쓰고 있는 사람도 보인다. 맞은편 앉아 있는 승무원도 보인다. X자 벨트를 착용하였는데, 기절하긴 마찬가지다. 하지만 표정이 오묘하다. 앙다문 입술이 무언가 결심한 듯 보인다. 



[B-5 YOON-JI ]


  윤지의 엄마는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 엄마가 섬으로 왔을 때, 요즘 젊은 사람들은 시골로 내려오지 않는다며, 환영받았다. 윤지가 태어났을 때도 마을 사람 모두 따뜻하게 그를 반겨 주었다. 어른들의 따뜻한 배려에, 다른 피부색을 갖고 있었음에도, 그는 존중받으면서 자랐다. 오히려 마을에 아이들의 숫자가 적었기 때문에, 많은 관심과 애정을 받으며 자랄 수 있었다. 청소년 때는 다른 피부색 때문에 방황도 많이 하였지만, 오히려 그것 덕분에 자신의 소명감을 일찍 찾을 수 있었다.


  윤지는 엄마의 나라와 아빠의 나라를 연결하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이런 직업적 사명감은 항공사 면접에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후 승무원 일을 하며, 처음에는 선입견과 어색함에 시간이 필요하였지만, 오히려 더 많은 친근감을 주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윤지는 결심했다. 원숭이에게 다가가 조금 더 설득해 보기로 했다. 저만치 나무 옆에서 쓰러진 속헹을 보니 조금 겁이 났지만, 용기를 내어 다가갔다.


  원숭이와 눈 맞춤 하고 하였다. 원숭이의 떨리는 눈동자를 달래 듯 "괜찮아~" 하고 다가섰다. 속헹이 그랬듯 윤지는 원숭이에게 마음으로 다가섰고, 원숭이가 놀라지 않게 천천히 마음을 껴안아 주었다. 원숭이가 놀란 이유, 화나는 세상, 억울한 일들, 답답한 마음을 어르고 달랬다. 원숭이도, 따뜻한 어른이 필요했다. 


  윤지는 원숭이에게 말했다.

  "먼저 손 내밀고, 함께 친하게 지내자고 해"

  원숭이는 잠시 쭈뼛 대더니, 쳐다보았다.


  "가끔 음식이 생기면 같이 나누어 먹고, 재미있는 장난감이 생기면 같이 갖고 놀고."

  원숭이는 아무 말 없이, 계속 윤지를 바라봤다.


  "혹시 아픈 곳이 있는지 살펴보고, 불편한 건 없는지 물어보고. 좋은 일 있으면 알려주어 함께 기뻐하면 돼."

  윤지는 나긋이 말했다.


  "좋은 친구들과 좋은 시간 보내면, 그게 행복이야. 한 번에 다가온 진 않아. 천천히 서두르지 말고. 할 수 있어. 응원할게!"


  이후, 원숭이 종족 간의 싸움은 거칠고 사나웠지만, 잠시 고요해지더니 평온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무리 간의 싸움은 경계심이 불안감과 화를 불러왔던 것이었는데, 경계심이 사라지자, 불필요한 감정들이 사라진 것이다.


  경계심은 두크네 종이 먼저 손 내미는 화해의 제스처에서 시작되었다. 


  원숭이는 타 종족과의 평화와 협력으로 함께 지내기로 하였다.

  원숭이는 고맙다고 했다. 떨어지는 비행기를 살포시 잡아 다시 날려 주었다. 표정이 평온하다. 


[B-6 DITCHING]


  윤지와 승객들 모두는 기절 상태에서 깨어났다. 원숭이 덕분에 깨어난 것 인지, 일반 피트 고도에서 산소가 공급되어 깨어난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승객들은 서로를 바라봤고, 모두 같은 꿈에 다녀왔음을 있었다. 승객들의 신발은 늪지대에 다녀오냥 모두 지저분해 있었다.


  하지만 비행기는 아직 위기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칵핏 승무원은 다행히도 산소마스크 덕분에 기적 하지 않았지만, 많은 연료를 소진했고, 또 한 유압계통의 문제를 다루고 있었다.


  이미 소진한 연료에 기장은 비상착수를 하기로 결정하였다. 기장은 방송으로 "비상착수. 충격에 대비하라" 말했다. 승무원은 기계적으로 비상착수 자세를 승객에게 보여줬다. "충격대비! 고개를 낮추시오!". 위엄 있는 목소리 때문에, 손님들은 다시 한번 놀라 모두 기겁했다. 즉시 몸을 웅크리고 앞 좌석에 머리를 숙이고 팔로 감싸 안았다.  

  곧이어, 충격이 이어졌다. 이미 태풍에 많은 흔들림을 겪은지라, 착수하는데 충격은 그렇게 강하게 느껴지지 않았다. 다행히도 비행기는 안전하게 메콩강에 착륙할 수 있었다. 승무원들은 비상문을 개방했고, 곧이어 비상탈출 슬라이드가 펼쳐졌다. 슬라이드는 수면 위에 동동 띄어 펼쳐졌고, 승객들은 그 위로 하나 둘 올라타기 시작했다.



[A-14 JM ]


  기장이랑 부기장은 영화에서 처럼 내 몸속에 혹시나 남아 있는 승객이 없는지 확인했고, 기체 밖으로 나갔다. 곧이어 비상장비를 이용해 위치를 송신했다. 

  내 몸이 조금 가라앉기 시작한다. 잠시 뒤 고요한 산맥에 구조용 헬기 소리가 들리는지 신호탄을 쏘아 위치를 알린다. 

  내가 본 장면은 거기까지 이다. 처음엔 꼬리 쪽부터 물이 차기 시작하더니, 엔진이 무거웠는지 앞으로 고꾸라 지고 있다. 헬기가 다가오는 것까지 나는 보았고, 이후 수면 아래로 가라앉기 시작했다. 물이 탁해서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물이 지저분해서 빛이 통과하지 않는다. 나는 조금씩 계속 가라앉고 있다. 


  수압이 나를 짓 누른다. 강물이 나를 무겁게 압박한다. 아 내 비행기 인생도 여기서 끝 인가보다. 


  나는 가라앉는다.

  눈을 감는다. 춥다.

  ...

  원숭이 소리가 들린다.

  ...

  누군가 나를 부르는 것 같다. 엄마 목소리 같다. 


  그래도 엄마가 부르는데 눈을 한번 떠 봐야지

  "... JM 일어나 정신 들어?"

  엄마의 모습 뒤에 병원 천장의 물결 슬래이트가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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