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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욕재계(沐浴齋戒)

by Juhjuh


아침에 식물들인사한번하고, 수요일 루틴을 산다. 집청소 설거지 빨래.. 밀린 집안일을 하고, 메일함이나 미뤄둔 연락을 취한다. 한달동안 빌려 쓴 활을 사기로 마음먹고, 크레그에게 전화를 한다. 내 활은 솔랑쥬가 만든 활인데, 그가 직접 파는것이 아닌, 누군가에게 속한 것이었다. 그의 연락처를 받았다. 한 스텝 했다. 그러나 연락처받고서 그에게 연락하진 못했다.. 지난달 카드 정지 시킨 후 새 카드를 활성화를 하기위해 은행에 갔고, 마침 점심시간과 맞물려 수표는 결국 내지 못하고 왔다. 두번째다. 11유로짜리 수표...


오늘 나름의 목표 중 하나가 악기 청소이다. 지난 월요일 내 오래된 악기를 보더니 비르지니가 '악기 관리좀 해'하고 한소리 했다. 살면서 처음 듣는 잔소리. 아. 이런 것도 배워야 깨닫는 구나. 나는 악기가 그저 존재하는 거라 생각한거 같다.. 악기를 깨끗히 닦고 싶다는 생각은 오랫동안 했다. 그리고.. 인간에게도 좋은 올리브오일은 괜찮지 않나? 머리속으로 생각만 하다가 그녀에게 '좀 이상한 질문인데 올리브오일로 닦아도 되?' 하니 동공이 아주 커져 노우 라고 답하는 것도 잊은듯 했다. '뽀뽓'이라는 약을 사다 조금씩 발라 닦으라 했다. 그걸 사러 rue de rome 까지 갔다. 넉넉히 현금을 가져갔는데, 4유로였다. 와. 이 바닥에 저렴한 가격도 있구나. 내심 놀랬다.

악기를 처음 닦고, 또 닦았다. 두껍게 굳은 송진 가루가 떨어져 나갈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때빼고 광내 목욕재계한 악기가 이전의 나의 악기라기엔.. 너무 빛났다. 연습을 하는데, 내 악기가 아닌 느낌.


비르지니에게는 사소한것도 배운다. 그렇기때문에 그녀의 제자들이 좋은 연주자들이 많은것이 이상한 일도 아닐것이다. 내 악기를 직접 연주해보고 소리나 줄, 악기 사이즈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주었다. 솔이랑 레에 끼운 에바 줄은 너무 느슨하다. 줄을 바꿔서 라랑 미와 조화를 두도록 해보아라. 피라스트로 거트 필레를 껴보라. 너의 지판이 좁다. 음정을 잡기 힘들다.. 같은 조언들이. 평생 악기를 작다고 생각해왔던 것, 음정이 잡기 어렵던 것에 대한 해소가 되기도 했다. 모든것이 이유가 있다. 바이올린에서만큼은.


자, 새롭게 시작해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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