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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로운 뉴욕의사 Jan 11. 2021

나의 필라델피아.

The City of Sisterly love ;) 

    연말에는 항상 휴가를 내어 한국의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게 나의 연말 일정인데, 세기에 한 번 있는 팬데믹으로 여행길이 막히면서 이번 휴가는 필라델피아의 언니네서 보내게 되었다. 필라델피아는 뉴욕에서 차로 2시간 정도 떨어진 곳으로 우리 언니가 이곳에 정착한 지는 어언 10년이 되어간다. 미국의 남부 북동부 중부를 종횡무진하며 다양한 세팅에서 전공도 바꿔가며 이런저런 일을 다 해 본 나와는 달리, 언니는 처음 정착한 곳에서 똑같은 일을 하며 10년째 머무르고 있다. 물론 그 10년 동안 차근차근 공부를 마치고 사다리를 한 칸 두 칸 올라가서 이제는 어엿한 교수님이 되셨다.




     필라델피아는 미국 북동부의 오래된 전통 있는 도시 중 하나인데, 윌리엄 펜이라는 영국에서 이민 온 분에 의해 설립되어 필라델피아 곳곳에는 펜(Penn)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는 곳이 많다. 미국 독립의 주요 거점이 된 도시 중 하나로 16세기에 미국 헌법의 기초가 다져진 곳이다. 한 때 잠깐 미국의 임시 수도이기도 했으며, 자유의 종 등 미국 건국 초기의 역사와 관련된 기념물이 많이 남아있다. 필라델피아 치즈 케이크 혹은 필리 치즈 스테이크로 유명한 도시이기도 한데, 제일 유명한 것은 아마도 영화 록키에서 실베스타 스탤론이 훈련하면서 뛰어가는 그 유명한 계단이 있는 필라델피아 아트 뮤지엄의 입구일 듯하다. 그리고 유명한 아이비리그 학교 중 하나인 펜실베이니아 대학교가 있는 곳이다. 나는 언니가 오기 전에 한 번 관광객으로 이 곳에 와 봤었는데, 그때는 뭐 별 감흥이 없다 언니가 온 이후 자주 오게 되어서 이제는 뉴욕 다음으로 미국에서 익숙한 도시이다. 알고 보니 작지만 있을 것 다 있고 오래된 도시 특유의 풍미가 넘치는, 맛집도 너무 많은 매력 만점 도시이다. 뉴욕 코비드 대란 이후 많은 사람들이 필리 및 그 교외로 이주하는 탓에 부동산 값이 많이 올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는... ㅎㅎㅎ 

 

좌측은 영화 록키의 한 장면, 우측은 실물을 따 만든 록키 동상이 서 있는 곳이다. 펜데믹 전에는 여기서 사진 한 번 찍으려면 줄 엄청 길었다

 

    펜데믹과 바쁜 일상으로 마지막으로 얼굴 본 지 6개월이 넘은 우리 언니는 여전히 일하고 논문 쓰고 실험하고 학생들 가르치느라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고. 유명한 학교의 교수가 되려면 저렇게 열심히 살아야 하는가 하면서 가리 늦게(뒤늦게 라는 뜻의 경상도 사투리 한 마디!) 연구자의 길을 걸으려고 하는 나의 결심을 다시 한번 망설이게 만든 우리 언니. 항상 어릴 때부터 빈둥빈둥 유유자적의 미를 사랑하던 나와는 달리 성실의 아이콘으로 선생님들과 주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으며 우등생으로 살아온 우리 언니는 그렇게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성실과 긍정의 에너지를 뿜뿜 하면서 내가 고3 때 공부하던 것보다 더 열심히 일하면서 살고 있었다. 그런 언니 옆에서 나는 먹고 자고 책 읽고 산책하고, 언니 쉴 때는 같이 스쿨킬 강변가도 걷고. 그렇게 신선놀음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가족의 사랑은 그 자체 만으로도 힐링이다. 누구인들 안 그랬겠냐만은 2020년은 나에게 참 쉽지 않던 한 해였는데, 언니 옆에서 그냥 아무 일 안 하고 쉬는 것만으로도 참 많은 위안이 되었다. 뉴욕으로 돌아가 다시 혼자 살아가게 될 날이 싫어질 만큼. 그래도 이제는 없어지는 것이 두려워서 시작조차 않는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도록 노력한다. 

    나는 꽤 어릴 때부터 가족을 떠나 독립적으로 살아서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어 하는 하니 같은 면이 좀 있는데, 특히나 감정적으로 남한테 잘 의존하지 않는다. 장단점이 있는 성격이라 나는 만족하고 살지만 새해를 맞아 결심한 것 중 하나는 나의 꽁꽁 동여맨 이 마음을 조금 더 열어놓고 살아볼까 한다. 내 마음의 한 자락을 내어주고 그 빈자리를 다른 사람의 마음 한 자락으로 채우는 것은 의외로 소심하고 소극적인 나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서로 잘 맞는 조각을 만났을 때의 그 기쁨은 이루 말할 수가 없지 않은가?  나이 들었다는 핑계로, 타향살이 힘들다는 핑계로, 나만 보고 살던 시각을 조금 돌려 주변을 돌아보는 것이 나의 2021년 어른되기 프로젝트 #1이다. 


     완화의학을 하면서 매번 나에게 되새기는 말인 인생은 하루하루가 선물이고, 감정은 표현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금도 충분히 레전드로 잘하고 있는데 뭘 더 잘하려고 애쓰는지 잘 모르겠는 반짝반짝 별같이 빛나는 나의 언니야, 언니 니가 있어서 힘이 되고 지치고 메마른 내 마음에 많은 안식이 되었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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