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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윤제 Nov 07. 2022

옥수수밭의 구덩이

6,

병원을 빠져나온 그는 택시를 타고 여동생이 사는 아파트로 갔다. 초인종을 누르자 낯선 여자가 문을 열었다. 여자는 2년 전에 이사 왔다면서 전주인에 관해선 알지 못한다며 문을 닫았다. 그는 다시 여동생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역시 받지 않았다. 이번에는 몇 명 되지 않는 친지들에게 전화를 걸었는데 그들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전화를 받지 않았다.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흐릿했다. 그는 다시 병원 장례식장으로 돌아갔다. 장례식장 휴게실에 들어가서 담배를 피우고 있는데 조금 전 문상객을 맞이하던 상주가 들어왔다. 굴건제복을 입은 상주가 버지니아 슬림을 꺼내 물고 그를 쳐다보았다.

 “불 좀 빌릴 수 있을까요?”

 그는 지포 라이터를 꺼내 상주에게 불을 붙여주었다. 상주는 폐 깊숙이 집어넣은 연기를 길게 뿜어내며 말했다.

 “이 병원 말입니다.”

 “예?”

 “커피 맛이 이상합니다.”

 “뭐가 이상합니까?”

 “자판기 커피를 마셨는데 이틀 동안 잠이 오질 않아요. 이상한 거 아닙니까?”

 “글쎄요.”

 상주는 머리에 쓴 굴건을 벗어 무릎에 탁탁 내리쳤다. 그런 다음 굴건을 빈자리에 올려놓고 헝클어진 머리를 손으로 쓰다듬었다.

 “요즘 이상한 소문이 돌고 있어요.”

 “무슨 소문입니까?”

 “어떤 놈들이 자판기 커피에 약을 탄다는 겁니다.”

 “무슨 약을 탄다는 겁니까?”

 “각성제 비슷한 거라고 합니다.”

 “왜 그런 짓을 하는 겁니까?”

 “경찰이 자판기 업자 두 명을 체포했는데 곧 무죄로 풀려났어요. 그들 짓이 아니라 다른 놈들이 자판기를 열고 커피에 이상한 약을 집어넣은 겁니다.”

 “이해할 수 없군요.” 

 “이 도시 사람들을 각성제에 중독시키려는 겁니다.”

 “그렇게 해서 얻는 이익이 뭡니까?”

 “분명 이유가 있을 겁니다.”

 상주가 그 옆으로 자리를 옮겨 앉았다. 

 “파미온이란 회사를 아십니까?”

 “잘 모릅니다.”

 “그 회사 주식을 사십시오.”

 “왜죠?”

 “한 달 뒤에 그 회사가 신기술을 발표합니다. 그러면 주가가 최소한 열 배가 뛸 겁니다. 이건 아무에게나 알려주는 정보가 아닙니다.”

 그는 주식에 관해선 아무것도 알지 못했다. 상주가 미심쩍어하는 그의 팔을 덥석 잡고 소리쳤다.

 “그 주식을 사면 당신의 인생이 달라집니다.”

 “생각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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