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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하늘 Nov 17. 2024

잊지 못할 그날의 열기

소소한 일상기록

새벽 5시, 세상이 고요히 잠든 새벽. 저절로 눈이 떠졌다. 다시 침대에 누워 이리 뒤척, 저리뒤척하다보니 잠이 달아나버렸다. 깬 김에 책이라도 읽고 20분 간단한 운동이라도 하지 싶어 이불을 박차고 일어났다. 부스스 움직이는 소리에 식구들이 깰까봐 뒤꿈치를 들고 살금살금 걸어 나간다. 그렇다. 이날은 슬초3기 워크숍이 있던 날이었다. 밀려드는 설렘에 어느덧 정신이 또렷해진다.

집히는 머그잔을 아무거나 꺼내 들고 캐모마일 티백을 넣어 차를 우려낸 후 책상 위에 두니 거실 공기에 캐모마일 향이 은은히 퍼진다. 티비로 유튜브를 켜고 천천히 동작들을 따라 하다 보니 이마에 땀이 맺히기 시작했다.  운동은 이만하면 됐다 싶어 씻고 화장대로 가서 꽃단장을 마친다. 이미 픽 해두었던 옷들을 꺼내 입고 집을 나선다.  6년 만에 혼자 서울로 간다고 생각하니 두근두근 가슴이 떨려왔다. 아이들에게는 자상하고 믿음직스러운 남편이 있으니 일단 믿고 맡길 수 있어서 참 다행이라는 생각과 고마움도 밀려왔다.


6년 만에 탄 버스는 예전과는 무척이나 달랐다.

버스에 칸막이를 칠 수 있는 커튼이 달려있고 비행기에서나 볼 수 있는 디스플레이 액정이 내 좌석 앞에 달려있었다. 그리고 휴대폰을 올려놓으면 무선충전도 할 수가 있었다.

"완전 최첨단이잖아!?" 

4시간 반을 달려야 됨에도 불구하고 안락함이 묻어나는 버스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전날 못 들었던 이은경 선생님의 강의를 화면 미러링을 통해 큰 창으로 보니 시원시원해서 강의내용도 쏙쏙 머릿속에 들어왔다.

두 시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달리다 보니 어느덧 휴게소에 도착했고, 찌뿌둥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왔다 갔다 걸으니 뻐근했던 허리가 좀 풀리는 기분도 들었다. 그렇게 내리 2시간 반을 달려 남부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아침에 먹은 거라고는 단백질 셰이크와 라떼가 전부여서 그런지 속이 쓰라렸다. 강의실 있는 빌딩 근처에 가서 점심을 먹으려는 마음을 빨리 접고 눈앞에 보이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래 쌀국수라면 괜찮을 거라는 또 몇 시간 동안 먹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앞서 쌀국수 한 그릇에 스프링롤도 같이 시켜서 후루룩 먹고 나서는 다시 지하철을 타러 갔다. 올해만 해도 벌써 서울 방문이 4번째다. 그래서 왠지 서울 지하철 풍경이 익숙하게 다가왔다.



그런데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서울 사람들은 걸음걸이가 아주 빠르다는 것과 지하철에 앉으면 서로가 서로에게 전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누가 앉던지 눈길 한번 주지 않고 스마트폰을 꺼내 들고 화면만 쳐다보는 사람이 대다수다. 한창 사랑의 열기로 불타오르고 있는 커플들만이 서로의 눈빛을 뜨겁게 주고받을 뿐이다. ‘진짜 책을 보거나 글을 쓰는 사람은 정말 희귀한 사람들이겠구나.’라는 생각이 다시금 밀려들었다.

그나마 지방, 특히 우리 지역은 대중교통보단 자차를 이용하는 사람이 많고 차를 운전하면 당연히 그 동안은 스마트폰을 볼 수가 없다. 주로 라디오를 듣거나 음악을 듣는 것 같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영어를 써야 하는 직장이라 차 타면 무조건 자동으로 영어가 흘러나온다. “사람들이 남는 자투리시간을 잘 활용하면 훨씬 생산적으로 보낼 수 있을 텐데.”라고 생각했다. 이러니까 한 연예인이 방송에 나와서 지하철 타고 다녀도 사람들이 자기를 알아보지 못해서 대중교통 이용하는 것도 편하다고 했던 말이 떠올랐다.     

아무튼 네이버 지도앱을 켜고 빌딩을 향해 가고 있는데 카키색 옷을 입으신 분이 나를 향해 눈길을 보내셨다. 나도 단숨에 알아챘다. “혹시 슬초 워크숍 가시는 거 맞으세요?”라고 물으니 역시나다. 나는 쨍한 초록색 카디건을 입고 있었고 드레스코드를 초록색으로 맞추니 눈에 띄어서 더 좋았던 것 같다. 우리는 초록색으로 동질감을 느꼈던 것이다.


6층으로 초록이들이 같이 이동을 했고 눈앞에 계신 이은경선생님을 발견했다!

"오 마이갓!!!"

마음은 요동쳤지만 최대한 차분한(?) 목소리로 “선생님의 광팬이에요!”를 외치고는 선생님께 필명을 알려드렸다. 그랬더니 선생님이 ”먼 길까지 오신다고 새벽부터 서둘렀겠어요. “라고 걱정 어린 목소리로 물어봐주셨고 난 ”괜찮습니다 “ 라며 멋쩍고 씩씩한 목소리로 말씀드리고는 나의 지역자리를 찾아 앉았다. 우리는 다 처음 보는 사이인데 왠지 그리 낯설지 않았다. 어디서 본 것 같은 친숙함이 느껴졌다. 진짜 확신의 리더상이신 반장님과 겉으로 봤을 때 여리여리하시지만 내면은 아주 강하실 것 같고 자리의 주인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생각했던 부반장님, 철두철미하게 빈틈없이 잘 정리하실 것 같은 총무님이 정해지고 우리 지역 소모임까지 결성하고 나니 우리는 같은 배를 탄 동지구나!라는 생각에 든든함과 3기의 편지글처럼 보이지 않은 연결고리로 묶여 있는 듯한 끈끈함이 느껴졌다. 이 순간, 누구도 낙오자 없이 길을 잃지 않고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모임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이 모임이 영원히 지속되길 마음속으로 빌었다.

ps. 3기 여러분!!! 내일부터 다시 새로운 주가 시작되네요!^^   글을 쓰다보면 일상에서 힘든 순간이 찾아올 수도 있겠지요. 그럴 때마다 나와 같은 길을 발을 맞춰 걷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기억하며 저도 힘내보겠습니다!!!! 다들 힘내서 끝까지 가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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