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시국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랜만에 고향에 계시는 친정부모님 뵈러 갔다.
금요일 밤에 2박 3일 친정집에서 보낼 짐을 쌌다. 아기 한 명 키우는데 이삿짐을 싸는 기분이다.
옷가방(한복), 기저귀가방, 이유식가방, 젖병, 분유포트, 보행기도 우리 삶의 질을 높여줄 테니
보행기까지 접어 차 드렁크에 싣고, 소갈비 선물세트 실고
토요일 새벽 5시 반에 출발했다.
씨커먼 도로 위에 라이트 불빛 따라 고속도로를 달리며 운전해 주는 막내사위 남편.
코로나19에 내려가지 말까? 물어보면 그래도 내려가자.
부모님 집에 보일러 고장 났는데 주말까지 수리 안되면 내려가지 말까? 물어보면 그래도 내려가야지.
(사실 짐 싸기 싫어서... 계속 내려가지 말까? ) 남편한테 몇 번이고 이 핑계 저 핑계 대며 물어볼 때마다
그래도 내려가자. 해준 남편. 그래 고맙다.
산틈사이로 올라오는 해돋이를 보며 8시 30분에 내 고향에 도착했다.
엄마, 아빠는 오랜만에 막내딸이 토끼 같은 외손주 데리고 오는 게 대견하다며
내가 좋아하는 두부를 만들고 계신다.
새벽 6시부터 직접 콩 갈고 장작 피워 가마솥에 갈은 콩을 넣고 끓이며 간수 넣어(소금물)
손두부를 만들다 말고 환하게 웃으며 반겨주시는데... 손이 꽁꽁 얼어있다.
(영하 13도 날씨인데... 코 찡긋) 부모님도 참... 추위를 이긴 부모님 사랑이다.
생후 297일 아들 산이는 차 안에서 자다 배고프다고 도착하기 30분 전부터 잉잉거렸다.
차 안에서 떡뻥이랑 치즈 먼저 먹였지만 발을 동동거리며
잉잉거리고 카시트 불편하다고 비비 몸을 비틀며 탈출을 시도해보며 잉잉거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엄마, 아빠랑 포옹 한번 제대로 못하고 집으로 들어가
이유식을 꺼내 전자레인지에 돌려 아기 입에 넣어주는 그 모습에
엄마가 짠하게 날 바라보며 '고생한다 딸' 하신다.
뜨끈한 순두부 한 그릇 먹이겠다고 새벽부터 영하 날씨에 두부 만들어 주시는 엄마, 아빠나
도착하자마자 발동동 굴며 내 아들 산이 입에 이유식 한 숟가락 넣어주려는 내 모습이나
부모님 사랑은 내리사랑이 맡는 말인가 보다.
나도 이렇게 부모가 되어 가고 있나 보다.
이런 내 모습을 뒤에서 또 바라 보는 부모님도
내 딸이 부모가 되어가는 구나. 지켜봐주신다.
아직은 그 깊이를 다 알 수 없는 부모님의 사랑,
나는 그 부모님의 사랑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