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니은띠 Jul 18. 2020

소소(小少)함이 주는 가치

: 작은 것의 가치

 

때는 마지막 학기를 앞둔 대학교 4학년. 전공 교수님의 종강 시간이었다.



한 학기를 마무리하는 종강사와 함께 졸업을 한 학기 앞둔 학생들에게 대학교 마지막 기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한 명 한 명 물어보셨다. 친구들은 나름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늘 꿈꿔왔던 유럽여행을 가겠다는 친구, 영어 공부를 빡세게 해서 고득점의 토익 점수를 받겠다는 친구, 컴퓨터 학원을 다녀서 취업에 필요한 자격증을 취득하겠다는 친구 등. 나를 포함한 거의 대부분이 방학 맞이 계획들을 하나씩 읊어나갔다. 새해가 다가오면 ‘오늘까지만 먹고, 1월 1일부터는 다이어트를 하겠어요.’라며 거창한 계획을 세우듯, 다들 일주일 후면 기억 속에서 희미해질 방학 맞이 계획을 얘기했다. 물론 실제로 실행한 사람들도 분명 있겠지만 말이다.     



가만, 학생들의 계획들을 하나하나 다 듣고서는 교수님께서 입을 떼셨다. ‘너희 계획들은 다 잘 들었다. 다들 나름의 목표를 가지고 할 일을 세웠구나. 아마 방학이라는 두 달여 기간이 너희들에게 주어졌기에 거기에 맞는 포부들을 얘기한 것 같은데, 꼭 이뤄내길 바란다. 그리고 다만, 거기에 내가 덧붙이고 싶은 말은 방학이나 새해와 같이 특별한 날이 주어졌다고 거창하고 특별한 어떤 일을 하겠다는 생각은 버리란 것이다. 사실 우리 삶은 특별할 것 없는 하루하루가 모여 우리의 일상을 만드는 것 아니겠니? 이 작은 하루하루들, 그리고 오늘을 어떻게 가치 있게 보내는지가 중요하니까 말이다. 그러니 물론 방학을 맞아 특별하고 거창한 목표를 세워도 좋겠지만, 특별할 것 없는 아주 일상적인 하루하루를 의미 있는 것들로 채워나가겠다는 계획도 세워본다면 삶이 더 풍요로워질 거다.’     



그때 나는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렇다. 나는 사실 방학이나 새해같이 어떤 새로운 것이 시작되는 특별한 날에 늘 다짐이나 계획을 세워왔다. ‘새해가 밝았으니 책 좀 꾸준히 읽어볼까, 방학이 됐으니 다이어트 좀 해볼까’ 같은 것들 말이다. 그런데 사실 생각해보면 이건 방학일 때만, 그렇다고 또 새해일 때만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할 것들이 아니다. 평소에도 하루에 아주 조금씩이라도 할 수 있는 것이다. 어떨 때 보면 우린 하루하루를 얼마나 가치 있고 의미 있게 보낼 것인가 보다는 기준점이 될 ‘어떤 날’에 집중, 아니 집착하는 듯하다. 그렇게 1월 1일부터, 다음 달부터, 월요일부터, 내일부터, 그리곤 이도 저도 아닌 하루를 보내다 이내 전체를 포기해버린다.     



 요즘 나는 소소한 것들이 쌓여 만드는 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깨닫고 있다.



예전에는 아주 특별한 일이나 사건이 있어야만 가치 있고 특별한 인생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한 살 한 살 나이를 먹으며 특별할 것 없는 요즘, 그리고 앞으로도 매일매일이 멋지고 행복한 일들만 펼쳐질 것은 아님을 조금씩 깨달아 가면서, 나는 앞으로 어떤 태도를 가지고 살아야 할지 고민하게 되었다. 이른바 ‘소확행 – 작지만 확실한 행복’이 몇 년째 신드롬인 것처럼, 우리 사회도 이제는 작지만 소소한 것들의 중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듯하다. 일 년이 하루하루가 모여 만들어지는 것처럼, 우리네 삶 또한 작고 가치 있는 것들이 켜켜이 쌓여 즐거움과 행복을 만드는 것이다.     



 ㅡ 생각해본다. 오늘 하루는 또 어떤 기분 좋은 일로 채워볼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