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홀 온 지 2주 만에 사무직 취업한 썰
저번 주에 채용계약서를 받았고 20일부터 출근하기로 했다. 분명히 런던 가서 세 달은 놀 수도 있겠다는 각오를 하고 온 건데 어쩌다 보니 한 달도 안 되어 바로 출근하게 됐다. 2월 11일 퇴사 이후 새 회사 입사 결정을 5월 2일에 했으니 워홀 준비+이직에 총 3개월 정도 걸린 셈이다. (그 동안 정말 숨가쁘게 달려왔다ㅠㅠ!!) 사실 이제와 돌아보니 언어만 달랐지 영국이나 서울이나 취업하는 과정은 별반 다를게 없다.
영국 사무직 채용정보 찾기
내 목표는 영국에서 커리어를 이어서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거였다. 그래서 일단 채용사이트마다 Digital Marketing / Performance Marketing / Media Planner로 키워드 알림을 걸어놓고 매일 들어가서 채용공고들을 찾았다. 내가 주로 활용했던 채용사이트들은 아래와 같다.
1) LinkedIn : 세계 최대 구인구직 사이트. 퀄리티 좋은 공고들이 많이 올라옴
2) Reed : 사무직 구할 때 많이 쓰는 사이트인데 나는 잘 안 썼음
3) Glassdoor : 영어판 잡플래닛. 기업평가나 연봉정보 찾을 때 주로 썼다.
4) 유코잡스 : 영국 내 한국인 포지션 공고 올라오는 페이스북 그룹
특히 나는 링크드인을 제일 많이 활용했었는데 한번 CV를 업로드해놓으면 간편 지원으로 손쉽게 지원할 수 있고 헤드헌터한테도 연락이 많이 온다. 그치만 결국 최종적으로는 유코잡스의 채용공고를 통해 직접 지원해서 일을 구했다ㅋㅋ
매력적인 CV 작성하는 방법
영국은 이력서를 CV(Curriculum Vitae)라고 표현하는데, 2~3페이지 분량으로 핵심역량과 프로젝트 중심으로 컴팩트하게 작성해야 한다. 처음 내 CV는 다 적고 나니 무려 네 장;;이었어서 잔잔바리 프로젝트는 다 빼고 최대한 줄여서 3페이지로 정리했다. (사실 이것도 분량이 많음ㅠㅠ)
한국어로 이력서 쓰기도 힘든데 영문 CV라니.. 시작할 엄두조차 안 날 수도 있다. CV를 쓰기 전에 너무 막막하다면 채용사이트의 Job description부터 꼼꼼히 읽어보길 추천한다. 계속 읽어 보다 보면 내가 어떤 포인트로 스스로를 팔아야 하는지 조금씩 감이 생긴다. 그리고 JD에 있는 표현들을 참고하다 보면 내 경력을 좀 더 잘 포장할 수 있는 표현들을 많이 배우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고맙게도 이런 표현들을 모아놓은 사이트도 있다. 내가 주로 썼던 건 Velvet jobs라는 사이트인데 직무별로 CV에 쓸만한 표현들을 구분해놓아서 나에게 맞는 포지션을 검색해서 참고하면 된다. 혹은 구글에 내 직무+CV 혹은 resume라고 검색하면 수많은 참고할만한 예문들을 찾을 수 있다.
1) Digital Marketing Specialist CV 예문
CV 작성 시 가장 중점적으로 고려할 것은 내 핵심 역량을 2~3줄 정도로 정리하기, 그리고 프로젝트에서 내가 어떻게 기여했고 그래서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를 명시하는 것이다. 특히나 디지털 마케팅의 경우 예산과 집행결과의 인과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캠페인 기간 동안 어느 정도의 예산을 굴렸고, 그 결과 ~~ 명에게 도달했다 혹은 CPV, CPA가 전년대비~~% 절감되었다 등의 가시적인 표현을 적어주는 것이 중요하다.
지옥의(...) 면접 준비
제목에는 워홀 온 지 2주 만에 취업했다고 써놓긴 했지만 사실 한국에서부터 CV를 엄청 뿌려서 런던에 왔을 땐 이미 채용 프로세스가 진행되는 중이었다. 큰 기업일수록 채용 프로세스 진행속도가 매우 느리기 때문에.. 영국 현지에 와서 일 구하기 시작해야지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일단 출국 전부터 미리미리 CV를 뿌려놓길 추천한다. 나는 커버레터나 지원 메일에 아직 한국이지만 Video Call로 먼저 면접을 볼 수 있겠냐고 적어놨었고 사실 연락을 한통도 못 받을 줄 알았는데 꽤 연락을 받아서 신기했다.
영국의 채용 프로세스는 일단 인사팀에서 CV를 확인하고 적합한 지원자라고 판단되는 경우 Initial Interview부터 시작한다. 15분 정도 인사담당자가 직무에 대해 좀 더 상세하게 설명해주고 CV상에 기재된 내용이 맞는지, 계속 지원할 의사가 있는지를 묻는 인터뷰이다. 처음에는 이 짧은 인터뷰마저 너무 어려워서 벌벌 떨었는데 하도 많이 떨어져 봐서..ㅋ이제는 길거리 걸으면서 이 정도 인터뷰는 받아치는 내공이 생겼다ㅋㅋ
인사팀과의 인터뷰를 통과하면 바로 같이 일할 실무자와 2차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인터뷰 전 실무 테스트를 준다. 브랜드 마케터 직무에서는 직접 소셜미디어에 업로드할 카피를 써보라 하거나 프로모션 기획안을 짜라는 테스트를 받았었고, 퍼포먼스 직무에서는 로우데이터를 분석해서 대시보드를 만들고 광고주 보고용 리포트를 써오라는 테스트를 받기도 했다. 실무진 인터뷰는 제출한 CV와 테스트 내용을 가지고 가루가 되도록 털리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되는데ㅠㅠ최대한 상세하게 예를 들어 내가 어떤 일을 할 수 있는지 어필하는 게 중요하다. 나는 글로벌 클라이언트의 캠페인 매니징 경험, 페이스북 / 구글 / 글로벌 DSP 매체부터 ATL 미디어까지 직접 핸들링한 경험, 트래킹 코드 세팅하고 집행결과를 분석해 보완점을 제안했던 데이터 분석 경험을 중점적으로 어필했다.
이 모든 과정을 거쳐 지금까지 총 11곳의 회사에서 컨택을 받았고 (런던 도착한 이후로 전화를 더 받았다!ㅋㅋ) 최종 오퍼는 2곳에서 받았다. 영국 워홀을 준비하면서 사무직 취업에 관한 정보를 찾아볼 때면 한국에서의 경력은 무쓸모하다는 글들이 많았다. 그치만 내가 부딪치면서 느낀 건 직무와 연관성만 있다면 한국에서의 경력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 있다는 거다. 그러니 기나긴 구직 과정에서 중요한 건 내가 해왔던 일들에 확신을 가지고 이 많은 공고 중 내 자리 하나쯤 있겠지라는 긍정적인 멘탈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실 이게 가장 힘든 일이지만ㅠㅠ 세상은 넓고 기회는 많더라. 무서워할 시간에 하나라도 더 지원하고 한마디라도 더 연습해보면 길은 열리게 되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