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저는 속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습니다. 친구들과 같이 있으면 불편합니다. 어려서는 아이가 있든 없든 재미가 있으면 어울려 놉니다. 그러나 20대 후반, 30대 초반이 되면 앞으로 살아갈 궁리를 합니다. 그 길이 친구들과 달랐습니다. 친구들은 취업, 독립이 목표였고, 저는 육아, 아이들 교육,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목표였습니다. 저희 아이는 내년이면 중학교에 들어가는데 제 친구들은 요즘 결혼하는 분위기입니다.(혹은 아예 생각이 없기도 합니다.) 그렇다 보니 친구들과 공감대가 없는 건 당연합니다.
그렇다고 공감대가 있는 아이 친구 엄마들을 만나자니 그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아이 친구 엄마들과는 적게는 8-9살, 많게는 17살까지 차이가 납니다. 제가 나이가 적은 쪽이다 보니 네가 어려웠겠다, 하실 수도 있지만, 나이가 많은 쪽에서도 상대가 너무 어리면 조심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래도 마음 맞는 엄마들이 전혀 없는 건 아니었습니다. 각자의 이유로 이사를 가거나, 아이들끼리 맞지 않거나, 여러 이유들로 인연이 계속 이어지지 않았을 뿐입니다.
그런 생활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혼자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어디에서도 이해받지 못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렇게 말하면 남편이 서운할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가족이 함께 어려운 일을 겪으면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남편에게 말을 하기는 어렵습니다. 남편은 집에서 일어나는 일 말고도 회사 일이 바쁘니까요.
감정을 터놓는 일 앞에서 저는 오롯이 혼자입니다.
둘째를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이, 어머니가 주로 소파에 누워계신다고요, 하고 말씀하셨습니다. 둘째와 상담 중 나온 이야기일 겁니다. 둘째 눈에는 제가 그렇게 보입니다. 아, 내가 주로 누워있구나, 하고 알아차립니다. 그때부터입니다. 알고리즘이 저에게 말을 걸기 시작한 시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