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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우 Nov 27. 2023

오늘을 위한 글 4

맞는 말

 우울과 불안이 있는 사람에게 맞는 말은 도움이 안 됩니다.


- 쳐져있지 마. 뭐라도 해. 애들 앞에서 그런 모습 보이지 마. 

-......

- 운동을 해, 밥 좀 챙겨 먹고, 뭘 배우든지, 집에 있기 힘들면 밖으로 나가. 일단 움직여, 영화라도 보고 오란 말이야. 


 저희 남편은 화를 잘 안 냅니다. 그런데 이 날은 화가 많이 났었습니다. 남편은 불안해서 회사를 갈 수 없다고 했습니다. 회사를 가도 일에 집중이 안된다고 했습니다. 남편은 하루에도 여러 번 저에게 전화했습니다.


 우울해서 쳐져있는 것이 옆에서 보기에는 이해가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냥, 자리에서 일어나면 되잖아,라고 말하면 할 말이 없습니다. 저도 그때의 저를 말로 설명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래도 굳이, 굳이 설명을 하자면 우울하다는 것은 물속에 있는 상태와 같습니다.


 물속에서는 옆 사람의 말을 들을 수가 없습니다. 밥을 먹을 수도 없습니다.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됩니다. 땅 위를 걷는 것보다 물속에서 걷기가 몇 배로 힘이 듭니다. 그런 기분입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습니다. 


 운동이 건강에 좋다는 것, 영양가 있는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한다는 것은 반기를 들 사람이 없는 '진리'같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실천'하고 있는 일은 아닙니다. 아프지 않은 사람도 오늘부터 운동해야지 하고 마음은 먹었지만 실천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모든 일을 마음먹은 대로 할 수 있다면 실패, 낙오, 낭패, 좌절과 같은 단어들이 있을 리 없습니다. 하물며 아픈 사람에게 그러한 사실들을 강요하는 것은 무익한 일입니다.


 남편이 소리를 지르고 있지만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그러나 가까운 사람이, 내가 아픈 것이 속상해서 하는 말은 저를 더 힘들게 할 뿐이었습니다. 내가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면 죄책감이 커집니다.


 물속에서 나오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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