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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우 Nov 29. 2023

오늘을 위한 글 6

확실한 방법

 물속에서 나오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스스로 헤엄쳐 나오거나, 구해줄 사람이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거나.


 우울과 불안에서 구해줄 사람은 누구일까요. 저는 병원이나 상담센터 같은 전문기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전문기관도 아픈 사람이 찾아가야 합니다. 그래서 두 가지 방법은 '자신이 물에 빠졌다는 것을 스스로 아는 것'을 전제로 합니다.


 제가 찾아간 병원의 의사는 엄마가 강경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학폭위에 신고가 들어가고 결과가 아무런 조치가 없자 의사는 학폭위 환자가 제일 싫다고 말했습니다. 학교에서 우리 아이의 말을 믿어주지 않듯이, 병원에서도 제가 아픈 것을 증명해야 할 것만 같았습니다. 그 뒤 경찰서에서 가해자들에게 처분이 내려지자 의사는 다시 말을 바꾸었습니다. 의사는 저를 다른 환자와 헷갈리기도 하였습니다. 남편이 병원을 바꾸라고 했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다른 이름으로 저를 부르는 의사를 보고도 따질 힘이 없는데 다른 병원에 가면 안 좋은 이야기를 또 해야 합니다. 그럴 에너지가 없었습니다.


 나를 구해줄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은 시간이 많이 걸립니다. 누군가 나타났다고 해도 그 사람이 나를 물속에서 건져 올릴 수 있는지는 미지수입니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은 물속을 스스로 헤엄쳐 나오는 것입니다. 

 

 인스타와 유튜브에서 무의식적으로 좋아요를 눌렀습니다. 그러니까 네이버 포털에서도 관련 클립이나 콘텐츠, 광고가 떴습니다. 그렇게 매일 좋은 글을 봅니다. 보려고 보는 게 아니라 알고리즘에 의해 보게 됩니다. 같은 글을 반복해서 보다 보니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던 글들의 내용이 눈에 읽히기 시작했습니다. 저는 상담받는 시간 외의 시간을 그렇게 채웠습니다. 


 알고리즘은 아무런 감정 없이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들도 그럴 때 있어, 누구나 인간관계는 힘들어, 분명한 사실은 모든 일은 지나간다는 거야. 


 알고리즘은 제가 어떻게 물속을 나와야 하는지도 알려주었습니다. 부정적 감정을 없애는 방법, 걱정 없이 사는 마인드, 일이 안 풀릴 때 해야 할 일, 밤이 존재하는 이유, 스트레스 풀리는 호흡법 같은 것들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은 힘이 나는 말을 해주기도, 채찍질을 하기도,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알려주기도 하였습니다.


 아무런 감정 없이, 일관된 말투로, 매일 저에게 좋은 말을 해주는 것. 


 저는 펜을 들고 포스트잇에 무언가 쓰기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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