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노트
스마트폰에서 좋아요를 누르는 일은 운동을 하는 것보다 간단합니다. 무의식적으로 누른 좋아요는 알고리즘이 되고 알고리즘은 매일 나에게 좋은 말을 쌓아줍니다. 내 안에 좋은 말들이 쌓이다 보면 어느 순간, 마음이 동(動)합니다.
벗어나고싶다. 고요.
저는 남편의 말보다, 친정엄마의 말보다 알고리즘의 말이 힘이 되었습니다.
부담이 없었거든요.
사람은 감정의 동물입니다. 어떤 말을 하는지도 중요하지만 그 말을 누가 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소중한 사람들이 저를 위로한다고 하는 말은 부담이 되었습니다. 그 말을 저에게 하고 있는 사람도 지금 힘들다는 것을 제가 알았거든요. 그래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는 압박감이 들었고 상대의 기대에 부응할 수 없어서 힘들었습니다.
이런 이유가 아니더라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 매일, 일관된 어투로 우울이 있는 사람에게 좋은 말을 해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는 알고리즘이 도움이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과 유튜브에는 좋은 말들이 무한해서 어떤 콘텐츠가 저를 움직이게 했는지 하나만 꼽기는 어렵습니다. 무수한 콘텐츠들을 맞아, 그러네, 그렇구나 하면서 소비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을 때 제가 본 콘텐츠입니다. 이 콘텐츠는 저의 손에 펜을 들려주었습니다.
12개월 동안 이루고 싶은 10가지 목표를 쓰라고 했지만 10가지를 다 채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눈에 띄는 한 가지가 있었습니다. 드라마 작가가 된다. 포스트잇이 작아서 A4용지를 가져와 목표를 옮겨 적었습니다. 기한을 정하고, 드라마 작가가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썼습니다. 리스트에는 매일 읽을 분량, 쓸 분량, 어휘 공부, 작법 공부 같은 것들을 적었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 보니 방금 제가 적은 것들은 '할 수 없는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