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둘째를 상담해 주시는 선생님과 그런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아이가 자신에게 일어난 일을 감당하기도 벅찬데 학폭위를 겪으면서 엄마가 힘들어하고, 가족들이 예민해진 것을 느낀다고요. 자기 때문에 엄마가 아픈 것 같아 죄책감을 느낀다고요.
어떤 마음인지 알 것 같았습니다. 저도 학폭위를 겪고, 경찰고소를 진행하면서 아이에게 미안했습니다. 조금 더 현명하게 대처할 수는 없을까, 다른 방법은 없을까, 나의 미숙함으로 아이가 더 힘든 것은 아닐까 하고요. 저희는 서로에게 죄책감을 느낍니다.
상담 선생님은 제가 상담을 받는 것, 병원 다니는 것은 아이가 몰랐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부모가 힘들다는 것을 알면 아이가 의지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 앞에서 부정적인 감정을 숨기려고 노력합니다.
아이 앞에서 씩씩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런데 그게 마음대로 될 리 없습니다. 샤워를 하다가 주저앉기를 여러 번, 평소보다 씻는 시간이 길어집니다. 아이들의 물음에 대답할 힘이 없어 거실을 피해 3층으로 올라갑니다. 걷기만 해도 눈물이 납니다. 아이들이 모를 리 없습니다. 집에서 매일 보는데, 10년 넘게 같이 살았는데, 엄마가 평소와 다르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숨길 수 없습니다. 멍하니 티비를 봅니다. 어떤 내용인지 몰라도 예능을 틀어놓고 집 안에 사람소리가 들리게 합니다. 인스타에 들어가 무언가 보는 것처럼 스마트폰에 눈을 둡니다. 그러면 가만히 있어도 아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지금 저의 핸드폰을 켜서 유튜브나 인스타에 들어가면 건강한 삶, 성장을 위한 삶, 1분 동기부여, 위로의 글들이 잔뜩 뜹니다. 처음에는 티비를 켜두어도 그 내용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핸드폰으로 무언가 보고 있지만 그 내용이 머릿속에 저장되지 않고 흘러갔습니다. 그때 제가 무의식적으로 좋아요를 눌렀던 것 같습니다. 눌렀습니다. 어느 순간 핸드폰에 비슷한 영상, 같은 글이 반복적으로 떴습니다. 이거 본 거 같은데,라고 생각한 것이 제가 생각하는 '처음'입니다.
저는 상담을 받은 지는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회차로는 3, 4회 차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간의 사정을 다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비용문제가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먼저라고 생각했습니다. 저는 병원을 다니고 있어서 좀 미루어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상담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일주일에 한 번, 일주일에 한 시간 남짓입니다. 그 외의 시간은 스스로 괜찮아야 합니다.
삼담을 받은 첫날, 선생님께서 어떤 질문을 하셨는데(질문이 생각나지 않습니다.) 제 대답이 "제가 말해야 합니다."였습니다. 이 말이 나오기까지 여섯 번의 답이 있었습니다. 제가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을 때, 선생님은 저에게 하이파이브를 시도하며 맞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해야 합니다.
상담을 받고, 약을 먹고, 그런 것들이 도움이 됩니다. 그러나 깜깜한 곳에 혼자 있으면 상담을 받는 순간, 약을 먹고 잠깐, 그때뿐입니다. 그 외의 시간은 스스로 괜찮아야 합니다.
저의 시작은 '좋아요'였습니다. 저는 '좋아요'로 시작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