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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우 Nov 22. 2023

오늘을 위한 글 1

 꿈을 꾸었습니다. 먼지 날리는 흙바닥 위를 사람들과 급히 걸어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얼굴은 보이지 않지만 느낌으로는 남편과 딸입니다. 딸은 고양이를 안고 있습니다. 흙바닥 옆, 시멘트 바닥은 급격히 기울어져 있습니다. 날이 밝았고, 하늘도 맑고, 풍경이 정갈한 도시 같지만 우리가 있던 곳은 분명 침몰하는 배 안이었습니다.


 사람들과 침몰하는 배에서 탈출하기 위해 빠져나갈 곳을 찾습니다. 그러다가 건물 옆, 골목에서 쓰레기통 사이로 죽은 고양이가 보입니다. 우리는 죽은 고양이를 잠시 바라봤다가 이내 그곳을 지나쳐갑니다. 지금 제일 우선시되는 일은 배에서의 탈출이었습니다.


 탈출구를 찾다가 잠에서 깼습니다. 기분이 나쁘지 않았습니다. 꿈 해석을 찾아보려고 하는데 둘째의 짜증 소리가 들립니다. 오전 7시 30분. 등교 준비를 하던 둘째가 밥도 먹어야 하고, 옷도 입어야 하는데 늦었다는 겁니다. 저는 3층에서 둘째가 있는 2층으로 더벅더벅,


- 그렇게 짜증을 내는 시간에 옷을 입으면 어떨까?


 둘째는 눈썹을 한 번 꿈틀거리고 방으로 들어갑니다. 저도 1층 주방으로 내려가 먹을 게 있는지 살핍니다.


- 우리,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삼각김밥 먹자.


 아침에 일어나 아이들을 먹이고, 집에서 5km 떨어진 학교에 아이들을 태워주는 것. 하루 중 가장 힘든 순간입니다.


 사는 게 너무 힘이 들 때는 힘들다는 생각조차 못합니다.

하루가 어떻게 가는지 모르고, 하루종일 먹지 않아도 배고프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그래도 지금은 아침에 삼각김밥을 먹였으니 저녁에는 영양가 있는 식사를 해야겠다고 생각합니다.(비록 실천하지 못하더라도) 그러니 전보다 좋아진 것입니다. 스스로 생각을 하니까요. 아직 전부 좋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은 이유는 세상에 완벽한 것은 없습니다. 알고리즘이 그렇게 말했습니다. 완벽하기를 기다렸다가,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렇게 미루다 보면 평생 시작할 수 없다구요.


 월화수목금 연재하려고 하다가 어려운 약속을 하면 저와의 신뢰가 깨질까 봐 화요일은 뺐습니다. 1일에 맞춰 12월부터 한 달간 연재하려다가 저처럼, 누구라도, 불현듯, 난데없이 시작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11월 22일, 오늘부터 연재합니다.  불안과 우울을 안고 있지만 아이들과 오늘을 잘 버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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