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ason Apr 30. 2016

37. 퓌센 여행

퓌센 여행


오늘은 퓌센에 가는 날이다.

  가뜩이나 독일에서의 일정이 2박 밖에 없어서 뮌헨을 보기에도 부족한 시간이었지만 어제 오후 반나절 그야말로 뮌헨의 느낌만 살짝 느끼고 오늘은 인근에 있는 퓌센에 간다고 한다.  나는 퓌센에 대하여 아무런 정보가 없었는데 아들이 나한테 설명하기는 성을 보러 가는 것이라 하며 특히 노이슈반슈타인(Neuschwanstein) 성은 독일뿐 아니라 유럽 전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성이며 특히 우리에게는 디즈니랜드의 상징으로 잘 알려진 판타지랜드 성의 모델로 더욱 유명하다고 한다.

독일에는 로만틱 가도(Romantische Strase)라는 것이 있다.  이 길은 독일과 이탈리아를 연결하는 중세의 교통로이다.  이름만 들으면 무언가 경치가 좋고 분위기 있는 길을 연상하기 쉬운데 단지 로마로 가는 길을 뜻할 뿐이라 한다.  경치도 별로라고 하는데 사실 나는 이 길을 가보지 못했다.  단지 오늘 가는 퓌센이 마인 강변의 뷔르츠부르크에서 시작되는 이 로만틱 가도의 종점이라 한다.


아침은 호텔에 조식 뷔페가 있어서 여기서 해결했다.  비용은 둘이서 19.68유로였는데 1인당 15,000원 정도인 조식 뷔페는 유럽에 가보신 분들은 느끼겠지만 다른 나라 특히 아시아권에 비해서 상당히 부실하다. 그저 빵만 주로 있을 뿐인데 빵 종류도 아침에 먹기는 부담스러운 크로아 쌍 등 달달한 종류들이 많아서 조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 그래도 햄과 계란 요리가 있어서 좋았고 여행 중 제일 부족한 과일을 먹을 수 있어서 좋았다.


아침 식사 후 주변에 공사를 많이 하고 있는 중앙역으로 가서 퓌센 가는 열차를 탔다.   

9시 52분에 뮌헨을 출발하여 정확히 2시간 후인 11시 52분 퓌센 도착이다.  


관광객이 붐비는 남부 유럽에서는 기차마다 시간 예약을 하고 좌석도 지정하여 주었는데, 스위스부터는 아무 시간이나 타고 좌석도 비어있는 좌석 아무 곳이나 앉으면 되었다.  단 이 경우도 좌석 예약한 사람이 있으므로 예약석이라고 표시된 좌석만 피하면 되었다.  그만큼 스페인이나 이탈리아만큼 관광객이 많지 않다는 의미일 것이다.


퓌센 가는 기차는 이미 옛날 우리나라 버스처럼 사람들이 많이 타서 좌석 없이 입석으로 가는 사람이 많았다.  1등석은 괜찮을 줄 알았는데 웬걸 여기도 자리가 없었다.  아마 이 구간에 1등석이 따로 없거나 아니면 학생들이 넘쳐서 2등석으로는 다 수용이 안되어서 다 개방한 것이 아닌가 싶었다.


퓌센으로 가는 기차는 정말 사람이 많았고 그중 대부분은 학생들이었고 또 그중에서도 한국 학생들이 많은 것 같다.  이번에 아들을 따라 배낭여행을 해보니 한국 학생들은 주로 블로그 등을 참조해서 여행 계획을 짜고 그중에서도 소위 말하는 파워블로거들의 일정대로 일률적으로 따라 하는 듯했다.  아들과 다니면서 느낀 점은 전혀 한국사람 구경하기도 힘들다가 어느 지역만 가면 한국 학생밖에 없어서 여기가 유럽인지 한국인지 헷갈릴 때가 많다.  앞서서 스위스의 인터라켄이 그랬고, 이제 지금 가는 퓌센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보다 독창적인 여행 계획을 수립해 보는 것이 필요할 듯 싶다.


퓌센 역에 도착해 보니 역시나 한국 학생들이 가득했다.  아들도 줄을 서서 인포메이션에 가서 문의하고 있었는데 내 눈에 한국 남학생 3명이 띄었다. 서로 등을 떠밀다가 그중 한 명이 창구에서 자전거 투어에 대해서 문의하였는데 영어가 상당히 서툴렀다.  그래도 단어 몇 개와 손짓 발짓으로 뜻이 통해서 원하던 바를 해결하였다.  그러자 이 학생의 얼굴에는 만족한 표정이 가득했다.  어떤 사람은 이런 광경을 보고 비웃었을지 몰라도 나는 절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영어가 서툴면 어떤가?  용기 있게 부딪혀 보는 이 학생이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나머지 두 학생은 아마도 이번 여행이 끝날 때까지 영어를 시도조차 해보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여행 후 한 학생만 영어에 자신을 가질 것이고 나머지 두 명은 국내 여행과 큰 차이를 못 느끼게 될 것이다. 친구들끼리 오면 그중 한 명만 영어를 하는 이런 특성 때문에 나는 우리 집의 성인식인 1개월간의 해외 배낭여행을 반드시 혼자 가는 것으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인포메이션에서 모든 정보를 취합해 온 아들이 일단 버스를 타고 성 관람 티켓 사는 곳으로 가야 한다고 한다.

  버스를 탔는데 번호가 73번이었다. 내가 대학교 다닐 때 집에서 학교 가던 버스가 73번이었는데.  아들한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러냐고 하면서 영혼 없는 멘트를 보낸다.  하긴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하는 아빠를 이해하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도 영혼 없는 응답이지만 응답한 것이 대견했다.  버스 요금은 편도 2.1유로로 둘이서 4.2유로를 지불했다.


성 입구의 표를 파는 곳은 이미 발 디딜 틈도 없이 줄이 늘어서 있었다.  일단 줄에 서서 순서대로 가고 있었는데 표 파는 입구에 큰 안내 팻말이 서 있었다.  아들을 줄에 세워놓고 가서 팻말을 읽어보니 성의 내부 관람을 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가이드가 인솔하는 투어만 하여야 가능했다.  이곳에 있는 두 성중 노이슈반슈타인 성이 더 유명하기 때문에 이 성의 내부 관람을 알아보니  오후 5시 이후의 표만 남아있었고 그 이전 시간대의 표는 이미 다 매진된 상태였다.  참고로 티켓 요금은 12유로였고 두 개 성의 티켓을 같이 구입하면 23유로이며 여기에 바이에른 박물관까지 같이 관람할 시는 29.5유로였다. 뮌헨에 다시 돌아가는 시간이 있어서 할 수 없이 성 내부 관람은 포기하고 외부만 보기로 했다. 

 이곳에서 성까지는 또 올라가야 했는데 도보로는 약 30분이 소요된다고 적혀있다.  그리고 셔틀 미니버스와 특이하게 마차가 있었다.  톨레도의 악몽이 생각나서 또다시 뮌헨으로 돌아가야 하는 시간 때문에 마차를 타고 올라갈까 생각했는데 이것도 워낙 느려서 걸어가는 것과 시간이 비슷하게 걸렸다.  요금도 미니버스는 올라갈 때 1.8유로, 내려올 때는 1유로인 반면에 마차는 올라갈 때 6유로, 그리고 내려갈 때 3유로였다.

 

미니버스를 타고 올라가기로 하였다.  1.8유로씩 3.6유로를 내고 버스를 탔고 제법 경사진 길을 올라가는 것을 보니 걸어가기로 결정했었다면 꽤 고생했을 것 같다.  다만 숲이 우거져 있어서 걸어가기에는 주변 환경이 좋았다. 이 버스도 노이슈반슈타인 성까지 가지는 않았고 근처 마리엔 다리까지 우리를 데려다주었다.

이 다리는 절벽을 가로지르는 다리로 제법 튼튼하게 만들어져 있음에도 막상 올라서면 절벽 아래쪽이 너무 깊어서 겁이 난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는 힘들어서 다시 나왔고 이런 나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아들은 다리 한가운데서 웃으면서 뛰기까지 하였다. 이 다리에서 바라보는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모습이 압권이다.  다들 여기서 사진을 찍는다.

이 성은 루트비히 2세가 지었는데 워낙 바그너의 음악에 심취해 있었던 사람이라 바그너의 오페라에 나오는 주인공이 사는 성처럼 만들기를 원했다고 한다.

1869년에 공사가 시작되었는데 워낙 입지가 험한 지역인데다 여기에 따르는 막대한 경비 부담으로 17년이라는 세월이 걸렸다고 한다. 워낙 중세시대의 성을 좋아해서 프랑스에서도 파리 인근의 성들을 관광한 적이 있는 나는 이 노이슈반슈타인 성의 매력에 푹 빠졌다.  이곳에서 한참 시간을 보내다가 내부 관람을 못한 아쉬움을 달랠 겸 다리 옆의 길로 성 쪽으로 걸어가서 가까이서 성의 외관을 보았다. 

다음에 다시 이곳에 올 기회가 있으면 그때는 필히 내부를 관람할 것이다.


이제 다시 뮌헨으로 돌아가기 위하여 이곳을 떠났는데 올라올 때 보았던 숲길이 매력적이어서 걸어 내려가기로 했다.  생각대로 멋진 산책길이었다.  이 길로 마차를 타고 내려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성 티켓 파는 곳에서 다시 73번 버스를 타고 퓌센 역까지 내려가서 16:04분 출발하는 뮌헨행 기차를 탔다.  오후 6시 4분 우리는 다시 뮌헨 중앙역으로 돌아왔다.


어제 점심을 먹었던 식당에서 저녁 식사를 했다.  돼지고기인 슈니첼과 소고기 스테이크를 주문해서 같이 먹었고 맥주도 마셨다.  훌륭한 식사였고 아들도 맛있게 잘 먹었다.  식사비는 맥주 포함 37.9유로가 나왔다.


그리고 숙소에 가면서 독일의 대표적인 축구팀인 바이에른 뮌헨에서 지난해 챔피언스 리그 우승 기념으로 한정 제작한 기념 티셔츠를 구입했다.  이런 셔츠는 보통 80-100유로 정도를 호가하는 비싼 가격인데 마침 호텔 주변에 폐점하는 스포츠 전문 매장에서 현금으로 산다는 조건으로 반값인 40유로에 구입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상징색인 빨간색의 셔츠인데 색상이 너무 아름다웠다.  이번 유럽 여행에서 옷을 몇 번 구입하면서 느낀 점은 우리나라에 비해서 염색기술이 상당히 우월한 것 같다는 점이다. 


 이번 유럽 여행 기간 중 몇 번 이 셔츠를 입었었는데 유럽의 아이들이 이 옷을 볼 때마다 엄마한테 울면서 매달리는 것을 보았다.  아마 본인도 사 달라고 떼를 쓰는 것 같았다. 

유럽의 축구 열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36. 뮌헨 도착 및 관광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