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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ason Apr 28. 2016

36. 뮌헨 도착 및 관광

뮌헨 도착 및 관광


오늘은 독일로 넘어가는 날이다.  우리가 있는 인터라켄이 스위스의 서쪽에 치우쳐 있다면 뮌헨은 독일의 동쪽에 치우쳐 있으니 상당히 긴 거리의 이동을 하게 되었다.


아들이 6시 27분 기차를 타야 한다고 하였는데 그래야 뮌헨에 오후 1시 30분경 도착한다고 하였다.  내일은 뮌헨 근처에 있는 퓌센을 가야 하기 때문에 오늘 서둘러야 그나마 뮌헨을 반나절이라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당분간의 이런 패턴의 2박 여행으로 중부 유럽을 돌아다니게 되는데 이 경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하루와 반나절 정도가 고작이어서 그야말로 한번 그 도시의 분위기만 느끼는 여행이 될 것이다.


오늘 일찍 출발해야 하므로 어제저녁에 프런트에 사정 이야기를 하였다.  혹시 너무 이른 새벽에 프로트에 아무도 없으면 체크아웃을 못하게 될까 봐 미리 이야기를 하였는데 창구에 있던 스위스 청년이 새벽 5시 30분에 체크아웃하겠다고 했더니 우리를 보고 안되었다는듯한 제스처를 취하였다.  그리고는 냉장고에서 랩으로 포장된 빵 2개를 꺼내 주었다.  조식을 못 먹으니 주는 것이라 하였다.  


5시에 눈이 떠져서 아들을 깨우고 락카에서 어제 밤에 미리 정리한 가방을 꺼내서 마지막 짐을 챙기고 방을 나왔다.  로비에는 우리 말고도 제법 많은 여행객들이 새벽에 이동하기 위하여 나와 있었고 줄을 서서 체크 아웃하여야 했다.

2박 요금으로 166 스위스 프랑을 지출했는데 호스텔 요금이 이 정도면 스위스 물가 수준이 상당히 높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역까지 걸어가는 길은 언제나처럼 상쾌했다.  맑은 공기를 마시면서 걷다 보니 이 인터라켄은 참 다시 와볼 만한 도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에 아들이 한 것처럼 이곳에 거점을 잡고 베른과 루체른 그중에서도 루체른은 다시 한번 와서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었다.


역에 도착해서 6시 27분 기차를 타고 일단 베른으로 갔다.  이곳 베른에서 7시 36분 기차를 타고 취리히로 향했다.  8시 50분 경 도착한 취리히에서 9시 16분 기차를 타고 독일 뮌헨으로 향했다.  뮌헨에 오후 1시 30분 도착이니 인터라켄에서 부터는 무려 7시간에 걸친 긴 기차여행이었다.  언제나처럼 기차 여행은 즐거웠다.


나는 그동안 독일을 가본 적이 없었다.  주변에서 독일 가면 볼 것이 없다는 이야기도 작용했는지 모르지만 어떻게 하다 보니 갈 기회가 없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이유일 것 같다.  독일에 이어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등 동구권 나라도 이번이 처음이다.  그래서 지금부터의 여행이 나 개인적으로는 더욱 기대되는 여행이었다.


내가 어릴 때는 미국 드라마가 텔레비전 프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중에서도 2차 세계대전 중의 전쟁 이야기를 담은 ‘전투(Combat)’라는 드라마가 시청률이 아주 높아서 주말에는 모두 모여서 보곤 했다.  당연히 미국 입장에서 만든 작품이니 미군은 좋은 사람이고 독일군은 나쁜 사람이라는 이분법이 적용되어서 독일에 대한 이미지는 아주 안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내가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월드컵을 통한 축구에 열광하기 시작하였는데 이때 내가 가장 좋아하던 팀이 독일 (그 당시는 서독) 국가대표팀이었다.  그 당시에도 브라질이나 이탈리아 등에 밀리는 형국이었지만 나를 사로잡았던 독일 국대팀의 매력은 2:0으로 이기고 있을 때나 2:0으로 지고 있을 때나 항상 똑같은 경기력을 보여 준다는 점이었다.  대부분의 팀들이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으면 플레이가 느슨해 지기 마련이고, 또 지고 있으면 경기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하여 유별나게도 이 독일 팀만은 똑같은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그 점이 상당히 존경스러워서 그 당시 나는 게르만 민족은 정말 우수하다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 지금 생각하면 어린 중학생이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지 스스로 대견하다고 생각했다.  이런 면으로 나의 독일에 대한 생각은 바뀌어서 지금은 좋은 이미지의 나라로 각인되어 있다.  물론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에 1:0으로이길 때는 싫어했지만…


뮌헨 중앙역에 도착했다.  7시간에 걸친 이동이었지만 그다지 피곤하지 않았다.  역에서 나오니 앞의 큰길에 대대적인 공사를 하고 있었다.  뮌헨에 도착해서 첫 느낌은 어수선한 분위기였다.  스위스 베른에서도 스페인 여러 도시에서도 우리 부자간의 여행에 때맞추어 대대적인 공사를 하는지 가는 곳마다 공사판을 여러 번 만났다.


아들은 스마트폰으로 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 미리 구글 지도로 숙소 위치를 확인하고 저장시켜 놓았다가 이런 때 그것을 보고는 잘도 찾아갔다.  대부분 처음 가는 곳의 경우는 한국에서 미리 데이터 비용을 지불하고 구글 지도를 보면서 찾아가는데 반하여 아들은 데이터 비용을 안 내고도 이런 방법으로 숙소나 원하는 장소를 바로 찾아가곤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쉽지 않은 눈치다.  역 주변에 저렴한 작은 호텔을 예약했다고 하는데 몇 번을 둘러보아도 숙소는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은 찾게 될 테니 나도 아들도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이런 경우 대개는 간판이 너무 작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워낙 작은 호텔이고 지나가면서 보아도 변변한 로비도 없어서 호텔이라고 생각 안 하고 지나치는 경우가 많다. 

 

작지만 깨끗한 호텔이었다.  호텔에 들어와 봐도 독일은 일본과 비슷한 이미지를 보인다.  깨끗하고 단정하게 잘 정돈되어 있는 모습이 저렴한 호텔임에도 빈틈이 없었다.


짐을 놓고 먼저 식사를 하러 나가자고 했다.  사실 아까 호텔 찾느라 돌아다닐 때 괜찮아 보이는 레스토랑을 발견했었다.  그런데 내가 이야기 하자 아들도 봤다고 하면서 위치를 이야기하는데 정말 내가 보아두었던 그 식당이었다.

  

그 식당에 가서 메뉴를 보다가 이 식당의 수제 소시지가 있는지 물어보았다.  이때 고등학교 때 배운 독일어가 갑자기 생각나서 wurst라는 단어를 사용하였다.  ‘브루스트’라고 발음했는데 여 종업원은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본인의 영어가 짧아서 잘 못 알아 들었다고 한다.  기가 막혀서 내가 지금 한말은 영어가 아니라 독일어라 하였고 몇 번을 발음해도 못 알아들어서 wurst라는 스펠링을 이야기해 주었더니 ‘아!  불스트’라고 하는 게 아닌가?  아들 앞에서 큰 망신당했다.  스위스에서부터 간단한 독일어를 구사하는 나를 보고 아들이 감탄했는데 그쯤에서 그쳤어야 했다.  3년이 지난 지금도 아들은 나와 이야기하다가 조금 불리한 상황이 전개될 듯하면 과거 나의 치부(?)를 상기시키면서 내속을 뒤집어 놓는다.  아빠는 독일어를 영어로 들리게 하는 신기한 재주를 가졌다면서…

사실 내 연배의 사람들이 학교 다닐 때 영어 발음도 제대로 못 배웠는데 독일어야 오죽했을까? 

 

식사는 슈니첼이라고 하는 우리의 돈가스와 흡사한 요리를 시켰다.  독일서부터는 돼지고기가 많이 등장했고 우리 입맛에는 잘 맞는다.  샐러드와 프렌치프라이도 같이 시켜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했다. 맥주까지 곁들여서 배불리 먹고 아들이 내 신용카드를 가지고 카운터에 계산하러 갔다.  우리나라와 미국에서는 신용카드로 계산시 서명만 하면 되었는데 유럽에서는 서명 대신 반드시 카드의 비밀번호를 입력하도록 되어 있다. 따라서 모바일 기기가 구비되어 있는 식당에서는 내 자리에서 모바일 기기에 카드를 대고 비밀번호를 누르면 결제가 되는데 이 모바일 기기도 없는 식당이 많아서 이런 경우 카드를 가지고 카운터로 직접 가서 계산하여야 한다.  비밀번호는 반드시 본인이 입력하도록 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 아들은 내가 시키지 않아도 내 카드를 가지고 본인이 계산을 한다.  빈틈없이 수행 비서 역할을 하고 있는 아들이고 어떻게 저렇게 자연스럽게 윗사람이 불편하지 않도록 바로바로 행동하는지 감탄스러웠다.  내가 가지지 못한 아들만의 장점이다.


노천 테이블에서 식사를 마치고 아들은 내 카드를 가지고 식당 안으로 계산하러 들어갔고 나 혼자 앉아 있는데 갑자기 한 한국 여학생으로 보이는 사람이 나한테 ‘혹시 한국분 아니세요?’ 하고 말을 걸어왔다.  한 호스텔을 찾고 있으며 1시간째 헤매고 있는데 도저히 못 찾아서 당황하고 있는 중에 나를 발견하고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온 것 같았다.  일단 내가 도와주겠다고 안심시켰는데 사실 나 역시 이 도시가 처음이고 이 여학생과 거의 비슷한 시간에 도착한 것 같은데 뭘 도와주겠다는 건지?


일단 종업원에게 이 학생이 가지고 있는 호스텔 이름과 주소를 주고 위치를 물어보았고 이 종업원이 알아보겠다고 안으로 들어가더니 잠시 후 나에게 안으로 들어오라는 신호를 하였다.  들어가 보니 PC로 이 주소지를 찾았는데 지도를 보면서 나한테 위치를 설명해 주는 것이었다.  아들과 나는 그래도 길눈이 밝은 편이라 대충 감이 잡혔다.  이제 이 여학생을 데리고 이 숙소를 찾아갔다.  금방 숙소를 찾아 주었더니 이 여학생이 너무 감격해하면서 연신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 혼자 여행 왔다고 하는 그 여학생의 이런 모습을 보니 내 딸도 아마 첫 여행 때 이런 일을 겪지 않았을까 싶고 이 학생한테 조그만 도움이라도 준 것 같아서 기뻤다.


이제 우리의 여행을 시작할 때이다.  사실 짧게 잡아도 3일 정도는 보아야 할 뮌헨을 우리에게는 오늘 오후 몇 시간밖에 주어지지 않아서 그저 살짝 맛만 보는 정도 일 것이다. 아들 일정으로는 내일은 인근에 있는 퓌센을 간다고 한다.  


일단 도보로 뮌헨의 중심이라 할 마리엔 광장(Marienplatz)에 갔다.  신시가지와 구시가지의 사이에 있는 이 광장은 자동차가 다니지 못하는 보행자만의 구역이라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이 광장 주변에 볼 만한 명소들이 다 모여있다. 광장 한 복판에는 뮌헨시의 수호신인 마리아의 탑이 있다.

 

먼저 프라우엔 교회(Frauenkirche)를 보았다.  특이하게도 두개의 탑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15세기에 건설되었다고 하고 고딕 양식의 교회라 한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남쪽 탑의 정상에 올라가면 뮌헨시가 한눈에 보이는 전경을 볼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올라가 보지 못했다.

이 교회보다 광장에서 눈길을 끄는 멋진 건물이 있었는데 의외로 신 시청사 건물이라 한다.  고색창연해 보이는데 1909년에 완공된 건물이라 하니 100년 남짓 역사를 가지고 있는 어떻게 보면 유럽에서는 최근 건물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벽면에는 조각이 장식되어 있는데 다양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라 한다.

시청사를 끼고 위로 조금 올라가 보니 레지덴쯔 박물관이 나왔고 여기에 오페라 극장과 콘서트 홀이 같이 있다고 한다.

다시 마리엔 광장으로 와서 남쪽으로 조금 내려가 보니 재래시장이 있었다.


나는 외국에 가서 가능하면 재래시장을 보려고 한다.  아마 이런 곳이 그 현지인 들의 삶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 아닌가 한다. 재래시장의 안쪽에 들어가 보니 수제 소시지를 만들어서 파는 상점들이 있었는데 오후 시간대라 그런지 이미 다 팔리고 폐장 분위기였다. 

다시 마리엔 광장으로 와서 뮌헨의 오후를 즐겼다.  

그동안의 강행군으로 피곤하였던지 활동적이던 아들도 앉아서 쉬는 분위기였는데 특히 오늘 새벽부터 기차를 2번이나 갈아타면서 7시간을 왔으니 힘들지 않다면 거짓말일 것이다.

사실 나는 여행 중 이런 때를 상당히 좋아한다.  광장에서 사람들 구경을 하고 그들이 하는 것들을 보다 보면 실제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된다. 결국 여행이란 사람 구경하는 것도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생각한다.

 광장에서 보면 유명한 유적지가 아닌데도 멋진 건물들이 상당히 많다. HIRMER라고 쓰인 건물도 백화점 같은데 너무 멋진 건물이었고 이 외에도 구석구석에 눈에 띄는 건물들이 많다.

아들은 2일 후 도착할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에서 만날 엄마 생각을 많이 하고 또 나한테도 기다려진다고 여러 번 이야기했다.  이제 집 떠난 지 약 1개월 정도 지났는데 엄마 생각이 많이 나는 듯했다. 아들이 엄마를 그리워하는 것을 보는 아빠의 마음은 너무 흐뭇했다.  이제 오스트리아, 헝가리, 체코, 네덜란드, 그리고 룩셈부르크 까지는 3명의 여행이 될 것이다.  사실 나도 기다려졌다.


아들은 과연 엄마가 잘츠부르크까지 잘 찾아올 수 있을까 걱정을 하곤 했다.  직항 편이 없어서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환승해야 하는데 엄마가 이 과정을 무사히(?) 마칠 수 있을지 걱정하곤 했다.  하긴 내 아내도 혼자서 이런 여행을 하는 것이 처음이니 아들이 걱정하는 것도 전혀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닌 것 같다.

 

시원한 음료도 마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유명한 호프브로이하우스에서 맥주나 할까 생각했는데 아들이나 나나 크게 내키지 않았다.

  

 짧은 시간 잠깐 느끼기나 하자고 한 뮌헨 여행은 광장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면서 오히려 뮌헨의 분위기를 흠뻑 느낀 좋은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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