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쉬지 않고 달려온 기차는 오전 9시경 네덜란드의 아인트호벤에 도착했다. 여기서 기차를 갈아타고 암스테르담으로 가야만 한다. 그런데 열차 구간에서 어떤 문제인지는 몰라도 공사 중이어서 도중에 기차를 내려서 일정구간은 기차에서 제공하는 버스를 타고 이동해서 다시 기차를 타야 했다. 이번 유럽 여행 중에 가는 곳마다 공사 중인 곳이 많았는데 아마도 내가 유럽에 오는 것을 알았던 모양이다.
11시 30분 경이되어 어렵게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사실 지도로 보면 체코 프라하에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거리가 상당히 된다.
암스테르담의 중앙역은 역사 건물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곳이다.
나와 아들은 암스테르담에 한 번씩 왔던 경험이 있고 아내는 이번이 첫 번째 방문이다.
먼저 숙소를 찾아가야 했다. 이곳에서도 체코에서와 마찬가지로 airb&b에서 구한 숙소라 하는데 프라하에서와 같이 독채는 아니어도 괜찮은 곳일 거라고 아들이 정보를 주었다.
중앙역에서 아들은 운하 있는 곳으로 가서 운하를 끼고 또 운하를 건너기도 하면서 좁은 길을 잘도 찾아갔고 밤새 야간기차여행으로 지친 아내는 쫓아오기도 조금 버거워 보였다. 그러다 보니 내 역할이 아들과 아내의 가운데에 서서 양쪽을 다 체크해야 했다.
주소지를 찾아간 아들은 그 집의 현관문에서 해당 집의 번호로 인터폰을 눌러야 했는데 이 건물에 사는 여러 사람 이름 중에 우리가 찾는 집의 주인 이름이 없는 듯했다. 당황한 아들은 집주인에게 전화를 했고, 결국 외출해 있던 집주인은 다른 사람에게 연락을 해서 그 사람이 열쇠를 열고 우리를 집으로 안내해 주었다. 집주인은 오늘 밤늦게나 집에 온 다고 내일 보자고 한다고 했다.
숙소는 지금까지의 집과는 다르게 제법 규모도 있고 내부장식도 화려했다. 나선형의 계단을 올라 2층에 우리 방이 있었는데 들어가 보고는 깜짝 놀랐다. 방이 너무 넓고 또 이 집주인이 서재로 사용하는지 넓은 한쪽 벽면이 모두 서재였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책들이 있었다. 그리고 침대도 3명이 사용하기에 전혀 부족함이 없이 여러 개가 구비되어 있었다. 일단 마음에 들었다.
계속 느끼는 것이지만 아내가 온 후 우리 숙소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클래스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었다.
일단 짐을 풀고 밖으로 나왔다.
아들이 집주인과 통화하고 있을 때 봐 두었던 식당이 있었다. 스테이크가 상당히 저렴한 가격으로 붙어 있었다. 식당 이름도 ‘Argentine Grill’이었다.
그러나 막상 들어가서 메뉴를 보자 밖에 붙어있던 메뉴는 일종의 미끼였고 이것저것 먹을 만한 것 시키자 금액이 꽤 올라가서 결국은 셋이서 먹은 식사비는 75유로가 나왔다. 그래도 오랜만에 유럽에 와서 맛있는 정통 스테이크를 먹어서 만족스러웠다.
식사 후 다시 중앙역으로 와서 멋진 건물을 다시 한번 보았다. 이곳이 암스테르담의 번화가 중의 하나이고 역 앞쪽으로는 암스테르담 시내 운하를 다니는 보트를 타는 승선장이 있다. 요금은 인당 15유로씩으로 가격이 저렴하지는 않았다.
보트는 상당히 날렵한 편이었고 그리 넓지 않은 운하를 이리저리 다니면서 암스테르담의 여러 곳을 보여주었다. 거의 10년 만의 암스테르담 재방문인데 여전히 이 보트를 타고 운하를 돌아다니는 것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운하를 둘러본 후 보트에서 내려서 암스테르담의 주요 랜드마크 중의 하나인 담(Dam) 광장으로 갔다. 중앙역에서 담 광장으로 가기 위하여 지나는 길이 담락 거리인데 이 길이 시내의 중심가로 수많은 상점과 호텔, 식당, 그리고 백화점 등이 밀집해 있다.
담 광장에 도착하면 기념품점과 식당들이 주변을 형성하고 있는데 대표적으로 왕궁과 마담투소가 눈에 띈다.
먼저 왕궁은 1648년 건설된 것인데 원래 시청사로 사용되었다가 나폴레옹의 지배를 받던 시기에 왕궁이 되었고 현재는 영빈관으로 사용되고 있다고 한다.
남유럽과 가장 최근 동유럽의 왕궁에 비교하면 약간은 초라한 느낌을 주었다.
주변에는 마담 투소 밀랍 인형관이 있다. 전 세계 주요 도시를 갈 때마다 있는 마담 투소는 생각보다 입장료가 비싸서 배낭여행객이 들어가기에는 조금 경제성(?)이 맞지 않는 곳이다
이외에 대형 쇼핑센터로 생각되는 ‘Magna Plaza’라는 곳도 있는데 이 건물도 상당히 눈길이 간다.
오랜만에 넓은 광장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앉을 수 있는 곳이 있는 곳에서 주변을 보면서 암스테르담의 분위기를 만끽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시원해서 어제 프라하에서 겪었던 끔찍한 더위를 잊게 해 주었다. 이곳에서 어느 정도 시간을 보냈다.
아들이 마지막으로 안네 프랑크의 집을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다.
우리에게 ‘안네의 일기’로 잘 알려져 있는 안네 프랑크와 그의 가족들이 실제로 25개월간이나 은둔생활을 했던 곳이다.
댐광장에서 제법 걸어갔는데 이곳이 인기가 있는 곳인지 입장객들의 줄이 제법 길었다.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들어갔는데 동선을 따라 가면 다락방 그리고 숨어 있던 비밀 방들을 볼 수 있다. 다들 알다시피 이 가족 중의 유일한 생존자는 아버지이며 이 아버지가 딸의 일기를 세상에 알리면서 유명해진 것이다. 결국 안네 프랑크는 살아 남지 못했는데 그런 이유로 이곳을 자세히 둘러보기에는 너무 마음이 먹먹해졌다. 별 기대를 안 하고 갔는데 이곳에 가면 나치 시대의 유대인들의 긴박했던 순간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그런 장소이다.
이곳을 나와서 다시 숙소 쪽으로 걸어오면서 아까 갈 때 보아두었던 와플 파는 곳에서 사서 먹었는데 정말 맛이 있었다.
숙소에 다시 들어오면서 근처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들고 와서 먹었는데 다시 들어와본 숙소는 여전히 묘한 분위기를 주는 특이한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