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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바르셀로나인

by Jason

바르셀로나인


아들은 이번이 바르셀로나가 첫 경험인 반면 (스페인 역시 첫 경험) 나는 5 년 전에 아내와 같이 온 적이 있었다. 즉 나에게는 2번째 방문이었다.

그 당시 파리 여행을 끝내고 파리에서 비행기를 타고 바르셀로나에 왔는데, 비행기 안에서 간단한 스페인어 회화 몇 개를 익혔다. 해외 출장 시 영어권이 아닌 나라에 갈 때 인사말 몇 마디만 해주어도 효과는 대단하다. 이번에도 바르셀로나인 들을 기쁘게 해주리라. 늦은 시간에 바르셀로나에 도착한 나와 아내는 초행길이므로 택시를 타고 예약한 호텔 주소를 주면서 가자고 했다. 그러면서 비행기에서 익혔던 스페인어 몇 마디를 써먹었는데, 기사의 반응이 영 아니었다. 오히려 기분 나빠하는 것 같았다.

그 당시는 이해를 못했는데 며칠 동안 바르셀로나를 여행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아시다시피이 베리아 반도는 과거 여러 왕국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각 왕국들은 독자적인 문화, 국경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바르셀로나, 지로나, 예이다, 타라고나라는 4개의 주를 카딸루냐 지역이라 한다. 다른 3개 주는 생소한 주들이고 우리가 통상 카딸루냐 라고 하면 바르셀로나를 대표적인 지역으로 떠올리게 된다. 이들은 독자적 인국 기도 가지고 있고, 카탈루냐어를 사용하고 있다. 과거에는 사용 못하였으나 최근에 오면서가 카탈루냐어를 사용할 수가 있다고 한다. 그래서 공항에서 보면 4개 국어로 모든 안내판이 세워져 있는데 내 눈에는 똑같은 스페인어가 2개가 있었다. 그 당시에는 혹시 이웃나라인 포르투갈 어인가 추측하기도 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하나는 그들의 언어인 카탈루냐 어이고 나머지 하나는 현재 스페인 표준어인 마드리드 중심의 카스티야 어 였다.

현재는 스페인으로 다 통합되었지만 이들의 지역색은 아직도 강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의 갈등들이 존재한다. 우리나라에서 영호남 갈등을 항상 예로 들곤 하는데 스페인의 각 지역의 과거 다른 왕조였던 곳들의 갈등은 (갈등이라기보다는 문화적 차이) 상상을 초월한다.

이곳 카탈루냐 지역은 면적 대비 인구수도 많은 편이고 경제적으로도 부유한 지역이므로 많은 세금을 중앙정부에 내는 데 반하여 그 세금이 마드리드를 중심으로 한 카스티야 지역과 경제적으로 열악한 남부지역으로만 흘러 들어간다고 생각하고, 자체적으로 독립하려고 지속적인 시도를 하고 있다. 스페인 중앙정부 입장에서는 이것을 허용했다가는 경제적인 타격은 물론 여타 다른 지역까지 독립하겠다고 하면(대표적으로 바스크 지역) 소련이 붕괴된 것과 같은 사태가 일어날 것이니 갖은 수단을 동원해서 막고 있는 실정이다.

이런 자존심이 센 카딸루냐지역에 와서 스페인 표준어인 카스티야 어로 몇 마디 지껄였으니 그 기사의 기분이 어땠을지는 짐작이 간다.

나중에 여행 중에 만난 바르셀로나인은 더 흥미 있는 이야기를 해 주었다. 내가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바로 2002년 월드컵 이야기를 하면서 스페인이 한국에게 승부차기에서 패배한 이야기를 하였다. 유럽의 축구에 대한 광신적인 이상 열기를 알고 있는 내가 순간 긴장했는데, 뜻밖에도 한국팀을 칭찬하더니 나에게 질문을 했다.

그날 한국이 승리했을 때 전 세계에서 가장 기뻤던 사람들은 당연히 한국인 이었을 테고, 두 번째로 기뻐했던 사람들이 누구였을까?

내가 대답을 못하자 바로 답을 가르쳐 주었다. ‘바르셀로나인!’

더욱이 해가 안 가는 표정의 나에게 그가 설명해 주었다. 스페인이 자국 리그는 상당히 강하면서 도그 당시까지 월드컵에서 성적이 부진한 이유가 이런 지역적인 감정 때문에 대표팀이 전혀 팀워크가 갖추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지역적인 감정 때문에 화합은커녕 갈등만 가지고 축구 시합에 나가니 승리하기가 쉽지 않았으리라.

그래서 2002년에는 스페인 축구협회가 원 팀을 만들기 위해서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을 주축으로 한 , 즉 카스티야 대표팀을 내 보냈고, 이에 카탈루냐 지역인들은 야유를 보냈다고 한다. 그런 팀이 한국에 지자, 카딸루냐 인들은 열광(?) 하였다고 한다. 농담인지는 모르겠으나 다들 거리로 뛰쳐나와서 노래 부르고 자동차 경적까지 울렸다고 하니…

나에게는 믿거나 말거나 이야기 같이 들린다

덧붙여과거 바르셀로나가 올림픽을 유치할 때 중앙정부인 카스티야 지역에서는 도움을 주기는커녕 방해까지 했다고 하니 어디까지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 다만 이 정도면 우리가 생각하는 지역갈등이 아니라 거의 한일 관계와 비슷한 감정일 것 같다.

직접 바르셀로나에서 이런 문화적 배경을 알게 되니깐 소위 엘 클라시코로 불리는 FC바르셀로나와 레알 마드리드 경기에서 그렇게 사투를 벌이는지 이해가 되었다. 우리 한일전 때 선수들이 비장하게 임하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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