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동네 작은 아이

10. 딱총

by 지금은

‘탕탕 탕탕’

호야네 집에서 콩 볶는 소리가 요란스럽게 들렸습니다. 전쟁이 났을 때만큼이나 요란합니다. 잠깐입니다. 소리가 곧 멈췄습니다. 호야와 동주가 뒤꼍에 숨어 있다가 얼굴을 빠끔히 내밀고 벽 틈 사이로 마당의 화로를 쳐다보았습니다. 잠시 기다렸지만 더 이상 소리가 나지 않습니다.

“이제는 다 됐나 봐, 가 보자.”

“위험하니 조금만 기다려 보자.”

“그럴까?”

“백까지만 세고 가 보자.”

“하나, 둘, 셋,…….”

화롯가로 다가가 주위에 널려 있는 총알 껍질과 총알을 부지런히 주웠습니다.

“야, 무척 많다. 딱총을 스무 개도 더 만들 수가 있겠지?”

“그럼, 내일은 학교에 가서 친구들에게 자랑하자.”

“좋았어.”

신이 나서 모두 주워 철모에 담고 화로를 보니 화로에도 몇 개 남아 있습니다.

“화로 안에 있는 것은 내 거야.”

“그래 좋아, 너의 화로니까.”

바로 그때입니다. 사립문 밖에서 총알 껍질과 총알을 주워 든 아버지와 동네 분들이 뛰어 들어왔습니다.

“이 녀석들, 죽으려고 환장을 했구먼.”

“빨갱이 놈들이 동네에 쳐들어온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데.”

“이 애들을 끌어다가 경찰서에 주어야겠다.”

동네 분들이 우리의 손목을 잡고 사립문 밖으로 끌어냅니다. 나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치며 울었습니다. 순경 아저씨들은 무섭습니다. 아저씨들이 쩔쩔매고 할아버지도 쩔쩔맵니다. 우리들은 순경 아저씨들을 보면 괜히 무섭습니다. 잘못이 없을 때도 그렇습니다. 호야와 동주는 빌고 빌어서 겨우 지서에 끌려가는 것만은 면했습니다. 앞으로 절대 위험한 짓을 안 하기로 무릎을 꿇고 애원했습니다.

호야는 날씨가 좋으면 토요일과 일요일에는 종종 산에 갑니다. 집에 있는 것보다 심심하지 않습니다. 동네 친구들과 함께 놀 수가 있어서 재미있습니다. 친구들이라야 합쳐 서너 명입니다. 재미 중 하나는 철모와 총 그리고 실탄을 주워서 노는 일입니다. 버려진 철모가 있습니다. 큰 총도 있고 총알도 크고 작은 것들이 많습니다. 이것은 어른들에게는 비밀입니다. 알면 위험하다고 파출소에 신고하기 때문입니다.

호야와 그의 친구는 이런 물건의 위치를 함부로 말하지 않습니다. 호야와 동주가 처음 학교에 입학하여 추석을 맞이할 무렵입니다. 학교 앞에 사는 아이들이 총알 껍질로 딱총을 만들었습니다. 딱총이 하늘 높이 올라갔다 바닥에 떨어지자, 화약 터지는 소리가 귓속을 멍하게 했습니다. 돌아오면서 호야가 먼저 동주에게 말을 걸었습니다.

“우리 총싸움 놀이하자.”

“어떻게?”

“산에 가면 총알도 많고 총도 있잖아, 총을 쏘면 되지.”

“총은 사람을 죽이는 거라는데.”

“죽으면 어때.”

“죽으면 엄마 아버지도 못 보잖아.”

“그렇기는 하지만.”

“그럼, 총싸움은 그만두고 총알 껍데기로 딱총을 만들자. 딱총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 거 알지?”

“응.”

호야와 동주는 일요일이 되자 산으로 갔습니다. 자기들만 아는 곳에는 총알이 많습니다. 철모에 담아서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어떻게 하려고.”

“다 생각이 있으니까 가만히 있어.”

호야는 철 모를 숨기고 집안을 살폈습니다. 아무도 없자 화로를 방 안에서 가지고 나와서 마당 가운데에 놓았습니다.

“안 되는데, 어른들한테 들키면…….”

“명식의 말대로 하면 괜찮아, 내가 책임질게.”

화로 가운데를 부젓가락으로 푹푹 파고서 총알을 쏟아부었습니다. 재빨리 집의 뒤꼍으로 달아났습니다. 조금 있다가 콩 볶는 소리가 요란하게 났습니다. 어른들한테 들키지 않은 것이 다행입니다. 전번처럼 들켰더라면 이번에는 용서하지 않을 게 뻔합니다.

다음 날 큰 총알 껍질을 세 개씩 학교에 가지고 가서 친구들 앞에서 자랑했습니다. 그러자 친구들이 달라고 조릅니다.

“안 돼.”

아이들이 딱총 약을 보이며 바꾸자고 말했습니다. 아침부터 버티다가 집에 돌아갈 즈음 선심을 쓰는 척 딱총 약 여러 장과 바꾸었습니다. 올 정월 대보름까지는 딱총 약을 사지 않아도 될 것 같습니다. 집에 오자 동주 아버지가 우리를 불렀습니다.

“딱총 약 샀니?”

우리는 고개를 저었습니다. 학교에서 총알 껍질과 바꾸었다고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큰 총알 껍질과 작은 총알 껍질을 물총 비슷하게 조립하여 멋진 딱총을 만들어 주었습니다. 딱총 약을 넣고 하늘 높이 던지자, 땅에 닿는 순간 큰 폭음을 토해냅니다. 불에 총알을 넣는 일은 하지 말라는 부탁도 잊지 않으셨습니다.

“이만하면 됐지?”

우리는 신이 났습니다. 고맙다는 인사를 할 겨를이 없습니다. 동구 밖으로 달려가 동네 아이들 가까이에서 몰래 터뜨렸습니다. 딱지치기에 열중하던 아이들이 깜짝 놀라 제각기 물러섭니다.

다음날 학교에 갔습니다. 운동장 가장자리에서 선생님 몰래 딱총을 몇 차례 터뜨렸습니다. 남자애들이 딱총을 보기 위해 몰려들었습니다. 인기가 대단합니다.

“좀 빌려줄래?”

“안 돼.”

친구들의 조바심이 대단합니다.

“빌려주면 딱총 약 열 장 줄게.”

줄다리기 끝에 우리는 딱총 약을 많이 얻었습니다. 내일부터는 학교에서는 딱총을 쏘지 않을 생각입니다. 딱총 소리가 학교를 흔들지도 모릅니다. 학교에 도착하면 딱총은 구석진 곳에 감추어야 합니다. 분명히 선생님은 위험한 물건이라며 빼앗아 난로에 넣을지도 모릅니다. 군밤이라도 안 맞으면 다행이겠지요. 딱총은 우리들이 집으로 갈 때까지 친구들의 딱총과 헤어져 담장 틈에서 숨어 있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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