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93. 흙에 살리라 20240311
오늘이 10번째 맞이하는 흙의 날입니다. 이를 기념이라도 하려는 듯 KBS 방송사 아침마당에서 귀촌 농민과 어부를 초청하여 대담했습니다. 모인 사람은 젊은이들입니다. 하는 일이 제각각입니다. 농부 중에는 밭농사와 논농사를 하는 사람, 버섯을 재배하는 사람, 가축을 키우는 사람, 어부 중에는 김 양식을 하는 사람, 생선을 잡아 판매하는 사람, 양식을 하는 사람입니다. 크게 농부와 어부로 나눌 수 있지만 그중에서도 각각의 분야에서 활동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나 봅니다. 손길 닿는 곳이 서로 다릅니다.
하는 일만큼이나 귀촌하게 된 사연도 제각기 다릅니다. 초등학생 때부터 농사짓는 모습이 좋아 일손을 돕다가 중학생 때는 동네의 경작지를 빌려 본격적으로 작물을 키우기 시작했다는 사람, ‘흙에 살리라’라는 노래를 부르는데 20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새 연륜이 묻어납니다. 구수한 목소리 ‘농자 천하지 대본’이라는 말을 써가며 농사 성패는 하늘에 달려있다고 날씨의 조화를 이야기합니다. 말은 그렇게 하지만 작물은 사람의 발걸음을 들으며 자란다는 생각에 부지런함을 강조했습니다. 늘 새벽 4시에 기상하여 하루의 일과를 시작한다고 합니다. 버섯을 키우는 사람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도시에 살았지만, 농업대학서 공부한 후 귀농을 결심하게 되었답니다. 버섯은 생장 속도가 빠르고 온도에 민감하다 보니 늘 긴장의 연속입니다. 실패를 몇 차례 겪은 후에는 아예 비닐하우스에서 취침하기도 했답니다.
어부라고 해서 일상의 부지런함이 다를 수가 없습니다. 하는 일은 다르지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열성만큼은 서로 앞서거니 뒤서거니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요즘은 농부든 어부든 생산물을 생산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름을 걸고 직접 판매에 나서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소비자와 생산자의 직거래입니다. 한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다 같이 판매처 확보를 위해 신용을 담보로 노력하는 중입니다. 이들의 일상과 이야기를 보고 들으니, 나의 어린 시절 시골의 일하는 모습과는 많이 다른 광경입니다. 호미, 괭이, 삽, 소, 쟁기의 모습에서 탈피하며 많은 부분 기계의 손을 빌립니다. 몇 사람이 종일 해야 할 일을 기계 한 대가 불과 한두 시간에 해결합니다. 산업화의 발전에 따른 결과입니다.
한 사람을 빼고 나머지는 도시에서 귀촌했습니다. 주위 사람들의 만류가 있었습니다. 경험도 없는 사람이 낯선 곳에서 힘든 일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말입니다. 부모나 친구의 반대가 있었습니다. 해보고 싶은 일이니, 정착하기까지는 여러 가지 힘든 일이 있었습니다. 가녀린 여자의 몸으로 배를 몰고 중장비를 움직인다는 게 쉽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칼질이 서툴러 다치는 일도 있었습니다. 아나운서가 물었습니다.
“지금까지 정착하는 동안 후회한 때가 있었다면 팻말을 들어주십시오.”
한 사람을 빼고 나머지 사람이 가위표의 팻말을 들었습니다. 어려서부터 농촌의 생활 모습을 보고 자란 사람은 큰 어려움을 겪지 않았는지 동그라미 팻말을 들었습니다. 후회라는 게 그렇지 않습니까. 생각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았을 때입니다. 생각지 않게 다치는 일이 있었을 때입니다. 기상 이변으로 생산시설이 망가졌을 때, 수확량이 감소하였을 때입니다. 한순간의 실패로 인해 그만두고 싶었지만, 마음을 가다듬어 다시 일어섰고 이제는 노력의 보람을 찾게 되었다고 합니다.
농사라는 게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닙니다. 옛날에도 쌓은 경험이 있어야지만 요즘은 영농방법이 많이 달라졌습니다. 무조건 부지런함이나 힘으로만 되는 시기는 지났습니다. 기술이 필요합니다. 과학 영농을 요구하는 시대입니다. 학문과 기술로 무장을 해야 합니다. 작물에 대한 성질을 이해하고 신품종을 찾아야 하고 이에 맞는 영농법을 습득해야 합니다. 농업과 어업은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삶과 떼어놓을 수 없습니다. 이들뿐만 아니라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잘 돼야 다른 사람들에 혜택이 돌아갑니다.
농·어가의 노령화가 빨라지고 있습니다. 도내 농·어가 인구가 줄었기 때문입니다. 정부에서는 농어촌의 인구 감소를 막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영농 과학기술을 농어민에게 전수하기 위해 교육을 하고 영농법을 가르칩니다. 금전적인 지원을 하기도 합니다. 외국의 인력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농촌인구의 감소와 노령화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사람들이 농어촌으로 모여들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앞에서 말한 도움 외에도 노인 복지형 공동체를 비롯하여 사회복지 서비스를 강화하고 지역의 활기를 불어넣는 조치가 필요하며, 시대 변화에 따른 앞선 대응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농어촌의 부활 우리 모두의 일입니다. ‘흙에 살리라’ 농어촌 사람들의 희망이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