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9. 핵심 이거 20240321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어울리는 속담을 찾아냈습니다. 길을 가다가 책방 벽에 붙어있는 잡지의 표지를 보았습니다. 내가 보기에도 멋진 몸매를 가진 근육질의 남성입니다. 남자인 내가 보아도 매력적이라고 여겨지는데 여성들의 눈에는 호기심이 가득할 것 같습니다. 얼굴까지 미남입니다.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을 부르는 표정입니다. 슬그머니 책방으로 들어갔습니다. 넓은 공간에 종류별로 많은 책이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누워있는 책, 꼿꼿이 서있는 책, 비스듬히 벽에 기대고 있는 책도 있습니다. 건강 관련 코너로 갔습니다.
‘운동에 관련된 책을 읽는다고 건강해지나, 건강해지고 싶으면 운동을 해야지.’
그렇습니다. 백날 운동에 관한 책을 읽었다고 해서 몸이 건강해지라는 법은 없습니다. 운동을 하는데 참고될 뿐입니다. 건강해지고 싶으면 운동을 해야 합니다. 맨 날 잘 먹고 누워서 빈둥거리며 체력이 강해지기를 바라는 것은 우물에 가서 숭늉을 찾는 격입니다. 미리부터 알고 있었지만, 운동을 하다마다 했습니다. 잊을 만하면 하고 잊을 만하면 했습니다. 체력이 약해졌다고 느끼는 순간입니다. 깨달음이 실천으로 지속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습니다. 요즘 다시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자꾸만 몸이 경직되고 저립니다. 아내를 졸랐습니다. 탁구를 하자고 했습니다. 오후에는 끊었던 수영도 하려고 배낭에 수영 도구를 넣었습니다.
오늘은 아침을 먹자마자 집을 나섰습니다. 글쓰기 공부를 하기 위해서입니다. 집에서 해도 되는데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힘들게 찾아갑니다. 글쓰기 강의를 수없이 들었습니다. 글쓰기에 관한 책도 여러 권 읽었습니다. 강의하는 사람이나 책의 저자 모두가 자신이 글쓰기의 권위자라도 되는 양 좋은 말을 쏟아내고 좋은 내용을 기록했습니다. 나는 이들보다 글쓰기에 대해 더 잘 압니다. 이유는 그들의 지식을 모두 모아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이들보다 더 글을 잘 쓸 수 있느냐 하면 그렇지 못합니다. 이유를 잘 압니다. 그들은 전문적인 글쓰기 꾼입니다. 몰입할 줄도 알고 꾸준함이 무기입니다. 나도 꾸준함이라면 자부할 수도 있지만 아직은 문학의 세계를 완벽하게 꿰뚫어 볼 수 없고 전문적인 면이 부족합니다. 수박 겉핥기라고 하기에는 자존심이 상하기는 하지만 일부분은 인정해야 합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몇 년 전부터 매일 글을 씁니다. 이제는 습관이 되었습니다. 하루라도 쓰지 않으면 용변을 배설하지 못해 찜찜해하는 느낌입니다.
전철을 타자 습관적으로 책을 꺼내 읽습니다. 어느새 강의실에 닿았습니다. 실내의 분위기는 창문을 향해 들어오는 따스한 봄 햇살처럼 밝습니다. 목소리가 새벽을 여는 산새들만큼이나 신선합니다. 들어서는 순간 강사가 문을 주시하고 있었는지, 기다렸다는 듯 반가움을 쏟아냅니다. 이제 두 번째 만남인데도 익숙한 얼굴입니다. 인사를 했지만 조금은 어색한 기분입니다. 이 많은 사람 중에 남자라고는 나 혼자입니다. 그들 사이에 끼기가 다소 쑥스럽습니다. 나이 차이 때문이기도 합니다. 이런 불편함을 무릎 쓰고서라도 이들의 틈에 끼는 이유가 있습니다. 대부분의 글쓰기 모임은 주로 여자들이 많습니다. 이런저런 학습 모임에 참가하다 보면 종종 청일점일 때가 있습니다. 어쩌겠습니까. 배움이란 목적 앞에서는 어색함을 잊어야 합니다. 남자 여자가 뭐 별거입니까. 나이를 먹다 보니 젊을 때처럼 이성 간의 설렘이 나타나지도 않습니다. 처음에서 낯설었지만 자주 만나다 보면 어색함이 사라지게 됩니다.
학습자들이 자신을 소개할 겸 참여하게 된 동기를 돌아가며 말했습니다. 간추려 말하면 목적은 단 하나입니다. 글을 잘 쓰고 싶다는 참석 이유입니다. 글을 꾸준히 써야 하는데 혼자서는 잘되지 않습니다. 쓰다 말기를 반복하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속적이지 못하다는 말입니다.
‘남이 쓰니까 나도 쓴다.’
함께 하는 동안 힘들어하고 게을러지는 마음을 잡아 일으킬 수 있습니다. 포기할까 하다가도 남이 쓰고 있으니 따라가고 싶고, 앞서가고 싶은 욕망이 생깁니다. 선의의 경쟁심입니다. 혼자 쓰기가 어렵다는 것에서의 탈출입니다.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또 하나 있습니다. 초보자라면 글쓰기를 하려는 사전 지식을 얻을 수 있습니다. 알고 하는 것과 모르고 하는 것과는 같은 노력이라도 큰 차이가 있습니다. 배움과 실천은 늘 함께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삶의 과정이 그렇습니다.
‘부뚜막의 소금도 집어넣어야 짜다.’
앎과 실천은 차이가 있습니다. 안다고 해서 모두를 잘하는 것은 아닙니다. 지식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잘 가르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물론 깊은 지식이 도움이 되는 것은 맞지만 열의가 있어야 합니다. 책을 읽고 강의를 듣고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글쓰기와 운동의 예를 든 것처럼 실제로 몸과 마음을 행동으로 옮기는 게 우선입니다.
건강을 위해 꾸준히 움직여볼까요? 좋은 글을 만들기 위해 늘 쓰는 습관을 길러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