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 요즘은 봄 20240419
“화빵 먹어야지, 화빵.”
“화라도 났나, 무슨 화빵이야.”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아내가 뜬금없는 소리를 하는 게 아니냐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우리는 지금 공원의 동산에서 어깨를 마주하고, 내려다보이는 호수를 향해 앉은뱅이 그네를 타는 중입니다.
조금 전 아내와 마트에 들러 빵을 비롯하여 몇 가지 식료품을 사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입니다. 양파를 한 주머니 배낭에 넣었더니 무겁다는 느낌이 들었을 때 마침 그네를 발견하고 쉬어가기로 했습니다. 앞뒤로 흔들리던 그네를 멈췄습니다. 일어서려는 순간 아내가 소매를 잡아 주저앉혔습니다. 시장 주머니를 열더니 바나나 한 개를 꺼내 반으로 잘라 나의 얼굴을 향해 내밀었습니다. 눈을 마주치지도 않은 채 바나나를 입에 물고 호수의 놀잇배를 쳐다봅니다. 공원의 꽃을 보러 왔다가 뱃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여러 명입니다. 세어보니 배가 스무 척은 됨직합니다. 작은 배이기는 하지만 두세 명만 탔다고 해도 여러 명이 물 위에서 봄을 즐기고 있습니다. 나는 이렇게 작은 놀잇배를 타본 일이 없습니다. 무서움을 타는 것도 아닌데 작은 배는 영 안심이 되지 않습니다. 일렁이는 물에 자칫 뒤집히겠다는 마음이 됩니다. 빠진다고 해야 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습니다. 수영선수는 아니지만 물에서라면 배처럼 한동안 떠 있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웬일이지요? 좀 전에 함께 그네를 탈 때 아내가 발을 굴러 앞뒤로 몸이 시계추처럼 움직였는데 어지럽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곧 언덕의 아래 절벽으로 떨어져 호수에 풍덩 빠질 것만 같은 마음입니다. ‘그만’하고 말하자 말이 되돌아왔습니다.
“어지러워요?”
고개를 끄덕이자, 점심을 적게 먹은 게 부실해서 그런가 하며 식빵 두 조각을 꺼내 한 조각씩 나눴습니다. 아내가 입으로 가져가려는 순간 소매를 잡았습니다.
“화빵을 만들어 먹어야지.”
내 뜻을 이해하지 못하는지 내 얼굴을 쳐다봅니다. 빵을 든 채로 그네에서 일어서 몇 발짝 자리를 옮겼습니다. 진달래에 눈을 돌리면서 말입니다. 꽃을 두 송이 따서 수술과 암술을 떼어냈습니다. 다음에는 꽃잎을 식빵에 펼쳐놓고 반으로 접었습니다. 역시 꽃을 두 송이 따서 아내에게 넘겼습니다. 봄인데. 화전은 몰라도 꽃빵이라도 먹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내밀었습니다.
“생 꽃잎을 먹어도 되나?”
머리를 끄덕였습니다. 풀도 먹는데 꽃잎이라고 해서 못 먹을 게 있겠습니까. 더구나 어려서 진달래꽃, 아카시아꽃을 해마다 아무렇지 않게 따서 먹었습니다. 많이 먹지 않는다면 탈이 없다는 것을 이미 터득한 상태입니다. 이 외에도 호박꽃, 장미, 팬지, 금어초 등이 있습니다. 식용 꽃은 샐러드나 디저트 등 다양한 요리에 색상과 풍미, 영양을 더할 수 있는 아름답고 다양한 재료입니다.
어렸을 때입니다. 하루는 삼촌이 밖에 나갔다 오더니 누구에게서 들었는지 모르지만, 화전이 맛있다는 말 했습니다. 할머니가 생각이 났는지 친정집 이야기하며 화전을 만들어보겠다고 진달래꽃을 따오라고 하셨습니다. 다음 날 아침이 되자 할머니는 물에 담가놓았던 찹쌀을 곱게 빻았습니다. 화덕에 작은 무쇠솥뚜껑을 뒤집어 놓고 기름칠했습니다. 찹쌀 반죽을 주먹의 반 크기로 떼어내어 얇게 펴고 진달래꽃을 펼쳐 눌렀습니다. 곧 예쁜 화전이 되었습니다. 한입 베어 물었습니다. 지금의 기억으로는 맛을 살려낼 수 없지만 새로움에 특별하다는 느낌이 아니었을까 합니다.
식빵을 입으로 가져갔습니다. 꽃잎이 들어간 샌드위치라고 하면 어떨까요. 토마토, 치즈, 햄, 달걀 등을 넣은 거나 별다름이 없다는 생각입니다. 단지 안의 내용물이 꽃일 뿐입니다. 화전과 샌드위치를 서로 비교할 수 없지만 느끼는 기분은 과히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꽃잎을 좀 더 넣을 걸 그랬나 봐.”
꽃잎의 맛을 구별할 수 없었는지 아내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꽃잎에도 영양가가 있다고 하니 다음에는 다른 내용물과 함께 더 넣어도 되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요즘 시중에서 팔리는 떡에도 꽃잎을 모양 그대로 살린 것이 있습니다. 맛도 맛이지만 무늬가 예뻐 보여 입맛을 돋웁니다. 올해의 봄은 눈으로만 먹는 게 아니라 귀로도 듣고 입으로도 먹는 해가 되었습니다. 꽃잎을 여남은 장 따서 집으로 돌아옵니다.
이 봄에는 정취는 꽃떡, 화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