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9. 유머도 실력 20140729

by 지금은

나는 유머 감각이 부족한 사람입니다. 남들은 상대의 표정이나 이야기를 듣는 순간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때가 많은데 나는 영 그렇지 못합니다. 남의 미소나 웃음을 흘려보낸 후에야 생각하고 때 늦은 표정을 짓습니다. 반응이 뒤늦다 보니 주위를 돌아보며 어색한 표정을 짓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나마 다행입니다. 무슨 영문인지 몰라 무표정으로 있으면 누군가 말합니다.


“화가 난 거야, 아니면 고민거리라도.”


고개를 가로졌고 맙니다.


크고 작은 만남의 장소에서 웃음꽃을 피워주는 사람을 볼 때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습니다.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나 뜬금없는 말이 가끔 폭소를 자아내는 경우가 있습니다. 내 꽉 담은 입이 표정 없는 눈빛이 목석의 형태를 바꾸는 순간입니다. 쓰지 않던 근육이 오랜만에 기지개를 켰다는 생각이 듭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기분이 좋습니다. 이럴 때면 가끔 머리를 스치는 게 있습니다. 나도 유머 하나쯤은, 아니 몇 개 정도는 준비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어. 하지만 그때뿐입니다. 시간이 지나고 나면 언제 그런 생각이 있었느냐는 듯 잊히고 맙니다.


요즘 유튜브 속 한 신부님의 강의를 눈여겨보면서 나도 모르게 웃음이나 미소를 짓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작년부터 머릿속에 암기하다시피 하는 세 가지가 있습니다. 올해의 목표입니다. 첫째 웃자, 둘째 남을 욕하지 말자. 셋째 좋은 생각을 하자. 억지웃음이라도 좋습니다. 욕실에 들어가 거울을 보는 동안, 현관을 나서며 전신 거울을 볼 때, 엘리베이터를 타고서 벽면의 거울을 보는 순간, 아니 내 모습이 보이지 않는 순간에도 웃음은 아니어도 최소한 미소를 지어보려고 하고 그렇게 해봅니다. 언젠가 보았던 사람의 밝은 미소나 박장대소를 불러오기도 합니다. 유난히 큰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입니다. 전에는 혐오의 대상이었습니다. 채신머리없게 창피한 줄도 모르고 입을 있는 대로 벌리고 목젖이 드러나는 줄도 모르고 있다니, 그 큰 웃음소리는 어떻게 하고……. 어느 순간 이들이 부러워졌습니다. 눈과 입이 예뻐 보입니다. 나도 모르게 그들의 모습을 상상하며 표정을 지어냅니다. 미소나 웃음을 짓기 위해서는 좋은 마음이어야 합니다. 좋은 생각도 해봅니다. 웃음과 좋은 생각은 불가분의 관계가 있습니다. 좋지 않은 생각이 들 때면 무의식이라고 해도 웃음이나 미소를 지어낼 수 없습니다. 남을 험담하고 싶은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신부님의 유머를 빌립니다. 2.5와 3이 있었습니다. 2.5는 3이 자신보다 나이가 몇 개월 많다는 이유로 깍듯이 형님 대접을 했습니다. 좋은 동생이라고 여겼는데 일이 생겼습니다. 2.5가 어느 날 갑자기 3에게 반말을 했습니다. 더욱이 자신에게 존댓말을 하라고 합니다. 황당하다고 느낀 3이 물었습니다.


“형에게 왜 반말하고 태도까지 달라진 거야.”


“나 점 빼고 온 것을 몰라서 물어.”


강의실에 있는 사람들은 즉시 웃음을 자아냈지만 나는 잠시 상황을 파악하고 나서야 미소를 지었습니다.


토끼와 당근 이야기도 있습니다. 하루는 토끼가 약국에 가서 당근이 있느냐고 묻자, 약사가 말했습니다.


“약국에 무슨 당근이 있겠니?”

하지만 매일 같은 말을 묻기에 약이 오른 약사가 다음에도 같은 말을 하면 가위로 귀를 잘라버리겠다고 했습니다. 며칠이 지나자, 토끼가 다시 찾아와 가위가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약사가 대답했습니다.


“약국에 무슨 가위를 팔겠어.”


“그럼, 당근 있어요.”


강의를 듣던 사람들이 폭소를 자아냈습니다.


오늘은 친구들을 만나러 가는 날입니다. 무더위에도 어김없이 매달 같은 날에 날씨와 관계없이 만남을 이어갑니다. 어려서부터 알고 지내는 사람들이니 식구나 다름없이 허물이 없습니다. 나도 오늘만큼은 유머를 해보고 싶었습니다. 장마와 함께 무더위는 쉴 줄을 모르고 나에게 착 달라붙어 떨어질 줄을 모릅니다.


전철에서 내려 밖으로 나오자, 더위가 후끈하고 코를 점령했습니다. 올해 들어 최고 더운 날이라고 합니다. 미리 온 친구들이 광장의 나무 밑에서 몸을 일으키며 나를 반깁니다.


“이 동네는 난방이 심한 것 아니야. 부자 동네라고 마음껏 난방하는구먼.”


“전철 안이 너무 추워, 얼어 죽을 뻔했지, 뭐야.”


동문서답입니다. 친구들을 좀 웃겨보자고 했는데 머쓱하게 되었습니다. 그냥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습니다.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속담처럼, 하루아침에 되는 일이 아닌 듯합니다.


올해 해야 할 일 세 가지에 하나를 더 추가해야 할까 합니다.


‘유머의 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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